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87화 (87/219)

<-- 87 회: 3-14 -->

리아에게 어떤 얘기를 들은 것인지 레이나는 기다렸던 것처럼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곡도 들어달라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리아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레이나는 발라드 곡을 불렀는데, 그 노래는 지훈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건 레이나의 노래가 히트를 못하고 묻혔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빠, 어때요?"

"좋긴 한데 노래가 발라드네?"

"요즘은 리아 때문에 발라드가 대세에요."

"그래도 내 느낌에는 발라드가 레이나에게는 안 맞는 것 같아. 마치 예쁘고 섹시한 아가씨에게 억지로 촌스러운 옷을 입혀놓은 것 같아."

"정말요, 그럼 어떻게 하죠?"

"레이나는 섹시를 콘셉트로 잡고 경쾌한 댄스곡을 불러보는 게 어때?"

"예전에 우리 셋이서 걸 그룹을 할 때도 섹시로 밀고 나갔다가 완전히 묻히고 말았는데요."

"그때는 너무 어려서 오히려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섹시가 딱 어울릴 것 같으니까 밀고 가봐."

"아! 어떡하지."

"레이나, 오빠 말대로 그렇게 해보는 게 어때?"

"그럴까?"

"내가 장담하는데 레이나는 섹시함을 내세운 댄스가수가 어울릴 것 같아."

"오빠, 레이나가 콘셉트와 노래를 바꾸면 그때 다시 들어줄 수 있어?"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레이나, 오빠가 장담을 할 정도라면 바꿔보자. 회사에는 내가 얘기해줄게."

"그래야 할까봐."

"오빠, 나도 봐주라."

레이나 다음으로는 예은 차례였는데, 그녀는 준비하고 있는 노래가 없는지 다른 이의 노래를 불렀고, 지훈은 그녀가 기분 상하지 않게 노래보다는 연기나 예능 쪽으로 나가볼 것을 권유했다.

"리아야,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돌아가야지 않을까?"

"그래야지. 그런데 오빠는 가게를 언제 오픈하는 거야?"

"오늘부터 가게를 알아보고 있는 데 쉽지가 않다."

"자금은 충분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알아보니까 턱없이 부족해서 임대로 시작해야할 것 같아."

"건물을 사서 시작하려고?"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서울의 부동산 시세가 너무 비싸서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임대료도 장난 아니게 비쌀 텐데?"

"어쩔 수 없지."

"오빠, 내가 투자할까?"

"됐어."

"왜?"

"투자했다가 잘못해서 망하기라도 하면 너까지 피해를 보잖아?"

"오빠의 실력이 있는데 망하겠어? 내가 투자를 할 테니까 나도 끼워줘!"

"장사라는 것이 요리 실력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어서 망할 수도 있어."

"망하면 망하는 거지. 어차피 난 오빠 덕에 돈 벌었으니까, 오빠가 망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을게. 그리고 오빠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 같아서 꼭 끼고 싶어."

"날 뭘 믿고 투자를 하겠다는 거야?"

"오빠 실력은 미국 대통령도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잖아? 그리고 오빠가 아니었으면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벌었겠어?"

지훈의 거듭되는 사양에도 리아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끝내는 28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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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얼마나 남겨 먹자고?

중형 승용차를 중고로 구입한 지훈은 일주일 내내 가게를 돌아보고 다녔다.

재미난 것은 리아가 28억을 투자하기로 한 통에 자금은 훨씬 넉넉해졌지만 오히려 부담감이 늘어서 더욱 신중해진 탓에 선뜻 계약하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적당한 건물이 나오면 좋을 텐데.'

지금껏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점이지만 자리가 마음에 들면 건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반대로 마음에 드는 건물은 입지조건이 안 좋았다.

'이래서 식당은 자기가 건물을 직접 지은 경우가 많나봐.'

건물을 새로 신축하는 경우까지 염두에 둔 지훈은 오늘은 성북동 일대를 뒤져 볼 생각이었다.

북악산이 인근에 있어서 운치가 좋은 이곳은 한식당이 들어서기에는 제법 괜찮은 위치였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성북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계소에 들어선 지훈은 공인중개사로 보이는 40대의 사내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20대의 지훈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인중개사는 대뜸 원룸을 찾고 있는지 물었다.

"원룸은 아니고 한식당을 차릴만한 건물을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한식당이라면 어떤 것이죠?"

"말 그대로 한국 요리를 파는 한식당입니다. 그래서 가게 평수가 컸으면 좋겠습니다."

"식당이면 1층이어야 할 텐데 임대료는 얼마 정도나 생각하고 있죠?"

"이쪽은 시세가 얼마나 하죠? 마음 같아서는 가격만 적당하다면 매입도 할 생각입니다."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 돈은 얼마나 갖고 있죠? 요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해도 가격이 상당해서......"

"대략 30억 정도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30억이라, 그 정도면 어지간한 상가는 매입할 수 있겠네요."

지훈의 입에서 30억이 언급된 순간 공인중개사의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바짝 고개를 내밀며 김평오라는 이름이 인쇄된 명함부터 내밀었다

"저는 건물은 단층이어도 평수가 큰 건물을 찾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주차공간이 충분해야 해서."

"평수만 크면 상관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전원풍으로 지어진 적당한 건물이 있기는 한데 30억으로는 조금 부족한데 8억 정도는 더 쓸 수 없나요?"

"건물의 상태에 따라서 몇 억 정도는 더 쓸 수 있습니다만 8억까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몇 억이라, 5억 정도는 더 쓸 수 있나요? 대신 일시불로 지급하고, 원래 그 건물이 최소 47억은 받아야 하는데 주인이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라 그 정도면 내가 중간에서 나서보겠소."

"건물이 마음에 든다면 그 정도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얘기할 것도 없이 지금 바로 가는 게 어떻겠소? 거기가 얼마 전까지는 카페였는데 지금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요."

"평수는 어느 정도나 하죠?"

"대지는 268평 정도이고 건축면적은 1층과 2층을 합쳐서 180평에 27평짜리 부속 건물이 있소."

"가보시죠."

김평오와 함께 이동한 지훈은 십여 분 후에 그가 말한 장소에 당도했다.

북악산 기슭의 초입에 자리한 채 약 100평 정도의 정원을 끼고 있는 건물은 전원풍의 카페라고 하더니 황토와 통유리로 벽을 마감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지붕은 옹기 분위기가 물씬 나면서 한옥처럼 보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유리를 통해서는 정원과 함께 북악산이 보이는 것이 조망도 일품인데다가 정원 한쪽에는 아담한 연못까지 있어서 운치까지 있었다.

그러나 주차 공간이 아예 없는 것이 아쉬웠다.

"주차장을 만들려면 정원을 밀어야겠네요?"

"굳이 예쁜 정원을 밀어버릴 필요가 뭐가 있겠소? 오다가 입구 맞은편에 420평 규모의 공터가 있는 것을 못 봤소?"

"봤습니다."

"내가 그 토지의 주인하고 잘 알고 있으니 임대를 해서 사용하시오. 카페의 주인도 그렇게 했었소."

"아! 그래도 됩니까? 그런데 임대료는 어느 정도나 합니까?"

"예전에는 논이었다가 어차피 놀리고 있는 땅인데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소? 아마 시세에 준해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계약을 해줄 것이오."

"다행이네요. 혹시 가게 안을 봐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 내게 열쇠가 있으니 들어가 봅시다."

빈 카페 안에 들어온 지훈은 각각 90평 정도의 공간을 갖고 있는 1층과 2층을 꼼꼼히 살폈다.

카페 안은 밖과 마찬가지로 황토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깔끔한 것이 따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를 할 것 없이 벽지만 발라서 흙이 떨어지지 않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다만 주방이 너무 좁은 것이 주방을 확장하거나 새로 지어야 할 것 같았다.

"주방이 좁은데 건물 밖에 새로 지을 수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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