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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 챙겨 주신다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님, 염려 마십시오. 그런데 아까 얼핏 보기에는 낯이 익은 것 같던데 어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낯이 익다고, 그러면 우리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놈인 것 아냐?"
"대표님, 그건 아닙니다. 사람은 분위기란 것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형님, 제가 보기에도 우리 쪽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마 망치가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범수의 부하인 망치는 제법 눈썰미가 좋은 편이어서 지훈을 얼핏 봤음에도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CF 때문에 그랬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사실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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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증축과 관련해서 며칠 동안 부지런히 구청을 오가며 허가를 받은 지훈은 적당한 건설업체에 주방 증축과 인테리어를 의뢰하고는 본격적인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셰프들부터 구해야해."
지훈이 오픈하고자 하는 식당은 몇 가지 밑반찬과 찌개를 파는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었기에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셰프가 여러 명 있어야 했고 서빙을 맡아줄 스태프도 뽑아야 했다.
게다가 단순히 똑같은 반찬을 모든 손님에게 내주는 여느 한정식과는 다르기에 셰프와 스태프에 대한 교육도 선행되어야 했고, 그 전에 메뉴도 확정해야 했다.
'메뉴는 그동안 생각해놓은 것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셰프와 스태프를 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를 보면서 느낀 점이지만 프랑스의 이름난 레스토랑은 스태프 교육에도 적잖은 공을 들이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과는 달리 그곳의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고객들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로 표현되었는데 지훈은 그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빙이라는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낮아서 아르바이트나 일시적인 직업으로 여기는 이가 많아서 적당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생활 정보지에 구인 광고를 내고 당분간은 가게의 2층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겠어.'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는 지훈은 하루라도 빨리 스태프들을 뽑을 생각에 광고를 내기로 했다.
때마침 박성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였다.
"오! 성훈형, 잘 계셨죠?"
-이 나쁜 놈아, 지난주에 한국 들어왔다면서 아직껏 전화 한 번 안해?
"미안해요. 계속해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전화 한 번 하는 것이 얼마나 걸린다고 안 해?
"미안해요."
-어디냐?
"집이에요."
-저녁에 우리 가게로 와라. 네 형수가 너 들어왔다는 말에 얼굴 한 번 보자고 난리가 아니다.
키친 마스터의 파이널 5까지 진출했던 박성훈은 결선무대에 함께 진출했던 정미선과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둘은 지난겨울에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다.
"가게는 그때 거기죠?"
-맞아.
"8시쯤에 가면 되겠죠?"
-저녁을 같이 먹을 생각인데 그렇게 늦게 오면 어쩌자고? 7시까지 와.
"그 시간이면 손님들 때문에 한창 바쁠 텐데 시간이나 낼 수 있겠어요?"
-상관없으니까 잔소리 말고 와.
"알았어요. 그럴게요."
거의 1년 반 동안이나 못 봤기에 반가움과 그리움이 앞선 지훈은 바로 약속을 잡았고, 성훈 부부를 만나거든 가게 오픈과 관련한 경험을 물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오후, 시간 맞춰서 두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을 찾은 지훈은 불과 30미터 옆에 새로운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어! 못 보던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네.'
2년 전, 한국을 떠나기 전만 해도성훈 부부의 레스토랑은 장사가 무척 잘된 편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그리 멀지않은 곳에 비슷한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이 생겨서 영업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성훈 형과 미선 누나 실력이라면 잘하고 있을 거야. 어! 저 레스토랑도 파밀시에테잖아? 파밀시에테는 체인점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 있나보구나.'
우연의 일치인지, 박성훈과 정미선의 레스토랑 근처에는 박현식이 설립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파밀시에테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탓에 파밀시에테가 무섭게 점포를 확장하고 있음을 모르는 지훈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을 지나쳐서 성훈과 미선의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어! 왜 이래?'
조금 전 지나친 파밀시에테는 대기자도 있는 것에 반해 성훈과 미선의 가게는 손님이 딸랑 세 테이블 만 있었다.
지근거리에 경쟁 업소가 생긴 만큼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너무도 휑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지훈은 당황한 표정으로 성훈을 찾았다.
"아! 사장님, 후배 분이시죠?"
"맞습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어디로 가면 되죠?"
"제가 안내할게요. 참! TV 화면보다는 실물이 더 나으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CF가 계속 방송되고 있는 탓에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해온 이도 가끔씩 있었기에 지훈은 겸연쩍어 하면서도 순순히 수긍했다.
그리고는 앞장서서 안내를 하는 여성 스태프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면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오늘은 많지가 않네요. 저 앞에 새로 오픈한 가게 때문에 그런가요?"
"두어 달 전에 파밀시에테가 오픈하면서 매출이 급감해서 지금은 단골손님들만 오고 계세요."
"파밀시에테의 가격이 저렴한 편인가요?"
"아뇨. 가격은 우리보다 비싸면 비싸지, 싼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에다가 마케팅을 워낙에 해대는 통에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 같아요."
"두 분 사장님의 근심이 무척 크겠네요?"
"그나마 다행인 게 다음 달 중순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어서 가게를 정리하실 것 같아요."
"가게를 정리하면 시설비를 비롯해서 그동안 투자한 것은 어떡하고요?"
"그걸 생각하면 아깝기는 하지만 계속 버티면 손해가 더 클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아! 안타깝네요."
"다 왔습니다. 이쪽이에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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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 잘 차려진 테이블 주위에는 지훈과 성훈 그리고 미선이 자리한 채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훈아, 오바나 대통령의 만찬은 어쩌다가 네가 맡게 된 거야?"
"프랑스 대통령의 부탁으로 맡게 되었어요."
"그때 어떻게 했기에 오바나 대통령이 널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부른 거야?"
"플레이팅을 신경 쓴 것 외에는 별 것 없어요."
"아무튼 대단하다, 대단해."
"지훈아, 수아는 왜 같이 안 들어온 거야? 혹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수아는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에 남았어요."
"뽀이도퀴시 셰프가 직접 운영한다는 레스토랑?"
"네."
"그랬구나. 그러면 언제 쯤 돌아와?"
"예상으로는 3년 정도 잡고 있어요."
"3년이나, 너무 긴 것 아냐?"
"지훈아, 너희 둘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젊은 연인이 헤어져 있기에 3년은 너무 긴 시간 같다. 자고로 눈에 안 보이면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야."
"그래서 제가 종종 프랑스로 가기로 했어요."
"그래봐야 1년에 몇 번이나 가겠어?"
"어쩔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