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92화 (92/219)

<-- 92 회: 3-19 -->

"네."

"오레가노는 자주 쓰면서도 그런 성분이 있는 줄은 몰랐어."

"오레가노가 간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아주 예전으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발견되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라면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고대의 철학자잖아?"

"맞아요. 그 사람이 독사에 물린 거북이가 오레가노를 먹고 살아난 것을 보게 되면서 그 사실이 알려졌어요."

"그랬구나."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열심히 프라이팬을 돌리며 소스를 만들어낸 지훈은 잘 구운 바다가재를 그릴에서 꺼내서 소스를 뿌린 후에 마지막으로 향신료를 살짝 첨가했다.

"지훈아, 그건 뭐야?"

"프랑스에서 가져온 히비스커스 가루인데 이것도 항암효과가 탁월한데 유럽에서는 향신료로 사용해요."

"그런 향신료가 있는 줄은 몰랐어."

"그래서 누나에게 줄려고 따로 챙겨왔는데 내가 먼저 쓰게 되었네요."

"유 회장님 병 치료에 좋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지."

다른 시간대에서 푸드 테라피스트로 활동했던 지훈은 각종 식자재와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만 머물렀던 탓에 서양인들이 쓰는 향신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었다.

하지만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에서 지냈던 19주의 시간은 수백 가지에 달하는 향신료를 상세히 알 수 있게 해줬다.

덕분에 이제는 맛도 맛이지만 푸드테라피의 수준이 몇 단계나 상승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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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어떻습니까?"

"세상에 이런 맛이라니,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네. 만약 이 음식을 먹어보지 못하고 죽었다면 무척 억울했을 거야."

"앞으로는 매일 같이 드십시오."

"병 치료를 떠나서 그래야겠어. 게다가 속도 편안한 것이 너무 좋아."

"미국 대통령도 그 친구를 찾는다더니 과연 세계 최고의 셰프는 뭔가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가 봅니다."

"나만 먹어서 미안하기는 한데 어찌나 맛있는지 자네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드네."

"저희는 회장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회장님이 간만에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만족스럽습니다."

바다가재는 때마침 갖고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서 유병만에게만 제공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성훈 부부가 요리한 안심 스테이크가 나갔다.

덕분에 지훈의 요리를 유일하게 맛본 유병만은 간만에 접시를 다 비울 정도로 말기 암 환자답지 않은 식욕을 과시했다.

"똑똑."

"회장님, 잘 드셨습니까?"

"박 사장,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박 사장 요리도 훌륭하지만 오늘 먹은 요리야말로 내 생애 최고였네."

유병만은 노크를 하고 들어온 성훈에게 미안하다면서 지훈의 실력을 극찬했다.

"하하하~! 그건 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전혀 섭섭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지훈은 하늘이 내린 셰프입니다."

"하늘이 내린 셰프라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그런데 후식 요리도 나만 그 친구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건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다른 분들도 지훈이 요리한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같이 먹을 수 있다니 잘 되었군. 그래, 이번에는 뭐가 나오는가?"

"야채를 곁들인 도미 필레입니다."

"박 사장, 회장님이 생선 비린내를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요리를 했다는 것인가?"

"노 사장, 그걸 잘 알고 있는 박 사장이 말리지 않았다면 회장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김 사장님 말대로입니다. 생선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이 간암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린내는 전혀 안나니 그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좋습니다."

유병만은 냄새를 맡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생선을 안 좋아해서 생선이 들어간 요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어쩔 때는 식당에서 생선 냄새가 난다면서 주문한 요리도 안 먹고 나갈 때가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그와 함께 온 일행들은 생선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한 소리 했는데 성훈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일단 먹어보라고 했다.

지훈이 서빙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회장님, 이 친구가 제가 말한 이지훈 셰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지훈입니다."

"이 셰프, 생애 최고의 맛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소. 유병만이요."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유병만을 필두로 다른 이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눈 지훈은 먼저 생선 요리를 한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한 후에 요리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도미를 비롯해서 요리에 사용된 야채의 효능이 안내된 것은 기본이었다.

"이 셰프, 도미에서 비린내가 안 날뿐더러 아주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뭐요?"

"찜을 할 때 향신료를 곁들여서 그렇습니다. 원래 필레는 구운 생선을 사용하는데 회장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쪘습니다."

"생선 요리를 보고 군침을 흘려보기는 처음인데 맛부터 봐야겠소."

"회장님, 어서 드시지요. 저희도 세계 최고의 셰프가 요리한 것을 먹어봐야겠습니다."

"어서들 들게."

"이 셰프, 그나저나 요리가 이렇게 예쁘다니 먹기가 아까울 정도요."

"노 사장님,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이 이 셰프를 가리켜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한 것 아니겠습니까?"

유병만을 필두로 다른 일행들도 요리를 먹었고 그들 모두는 얼마 안가서 또 다시 감탄사를 터트렸다.

특히 살을 살짝만 발라서 맛을 보기만 했던 유병만은 크게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도미를 싹둑 떼어내서 먹기 시작했다.

"오! 회장님, 직접 맛을 보니 회장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선이 이렇게 고소하고 감칠맛이 있다니,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회장님, 저도 회장님을 따라서 매일 같이 오면 안 되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하세."

도미 필레를 먹은 유병만 일행이 감탄을 하는 사이 디저트를 준비하겠다며 자리를 비웠던 지훈이 다시 들어왔고, 유병만을 비롯한 일행은 디저트까지 깨끗이 비웠다.

"이 셰프, 오늘 너무 잘 먹었소. 내 몸이 언제까지 버텨 줄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같이 오겠소."

유병만의 말속에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때문에 지훈은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겠다는 마음에 평소의 신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의식동원이라고 해서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들어본 것 같소."

"서양에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서양에서 유래된 거요?"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 저는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병에 좋은 음식을 먹고 말기 암을 극복한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그런 기적이 내게도 찾아오겠소?"

"저도 평범한 인간이기에 장담은 못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꾸준히 좋은 음식을 드시다보면 암 세포의 번식을 억제하고 줄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로 극히 희박한 경우이지 않소?"

"저는 이미 프랑스에서 그런 경험을 했고, 제가 해준 요리를 드신 말기 암 환자는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이전 시간대에서 푸드 테라피스트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기에 지훈은 선의의 거짓말까지 해가며 용기를 복돋워줬는데 바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장님, 이 친구 말대로 암 세포를 줄일 수만 있다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도 가능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 프랑스인이 암을 극복했다면 회장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런 일을 경험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셰프, 완치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병원에서 손을 쓸 수 있도록 암 세포를 어느 정도만 줄여주시오. 내가 만약 살아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지은 죄를 회개하며 살아가겠소."

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대체의학을 선택하고 식이요법은 대체의학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많은 이가 병마를 이겨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적적으로 병마를 극복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며, 상당수가 병원에서 얘기한 시간보다 더 많은 생을 누린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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