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93화 (93/219)

<-- 93 회: 3-20(기억 안 나세요?) -->

그러기에 지훈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유병만에게 안겨 주면서, 본인 스스로는 음양오행의 기운을 이용하면 기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아울러 병세를 호전시키는 것으로 성훈 부부와 모임에 도움을 준 그의 호의에 보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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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더웠던 날씨는 새벽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로 한풀 꺾였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을 일찍 깬 지훈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각종 향신료에 대한 자료를 뒤지다가 인터넷에 접속했다.

'향신료는 파리에 있는 수아에게 부탁을 하고 노각나무와 민들레 그리고 엉컹퀴와 개똥 쑥은 약재상을 돌면서 직접 구입하는 게 좋겠어.'

어제까지 사흘 동안 지훈은 매일같이 성훈 부부의 가게로 출근했다.

이는 점심 무렵에 찾아오는 유병만에게 요리를 해주기 위함도 있지만 메뉴선정을 비롯해서 가게의 오픈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그랬다.

'교육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직원들의 월급은 내가 부담하는 게 좋겠어.'

성훈 부부의 가게에는 모두 네 명의 직원이 있었고, 그들은 성훈 부부를 따라서 지훈의 가게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덕분에 직원 모집과 관련해서 급한 문제를 해결한 지훈은 주방업무를 보조할 두 명의 조리사를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만 추가로 뽑기로 하고 구인 광고를 냈다.

아울러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기존의 직원을 포함해서 모든 직원을 상대로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그때부터서 자신이 고용하는 것으로 해서 성훈 부부의 부담을 덜어줄 생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혈색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쩐지 모르겠어.'

지훈이 구입하겠다고 적어놓은 것들은 하나같이 간암에 좋은 성분을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참고로 유병만은 첫 만남부터 시작해서 어제까지 나흘에 걸쳐서 지훈이 해준 음식을 4번 먹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흘 전에 비해서 혈색이 확실히 좋아졌고 본인말로도 고통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이상 간을 좀먹고 있는 암세포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토록 많은 내공을 쏟아 부었으니 최소한 암세포가 증식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오늘부터서 각종 약재를 이용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을 차분하게 정리한 지훈은 아침을 먹자마자 약재상이 몰려있는 경동시장으로 누비고 다니며 필요한 약재들을 구입했다.

같은 시각 이재철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몇몇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신약 개발은 어찌되어 가고 있죠?"

"면목 없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오?"

"지난번보다는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치료제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확실한 임상실험 결과가 있음에도 실패를 되풀이하는 이유가 뭐요?"

"연구팀도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답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조만간 신약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약을 비롯해서 그룹에 속한 모든 계열사의 주식이 전체적으로 대폭 상승한 것은 알고 있겠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약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는 상상을 해봤습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반드시 신약을 개발하십시오. 이제는 소문 때문에도 신약 개발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가지고는 안 되고 반드시 성공하십시오. 이제는 회장님도 주목하고 있는 이상 포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끝끝내 실패한다면 내가 아니라 회장님이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TJ제약에서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얼마 전에 증권가에 퍼졌다.

만약 뚜렷한 치료효과가 있는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TJ그룹은 제약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주가가 뛰어올랐다.

그러나 만약 이게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그 여파가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오히려 이전보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했고, 그룹 전체의 이미지도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룹을 위해서도 신약 개발을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전무님, 연구팀에서는 그때의 임상실험을 다시 해보고 싶어 합니다."

"이유가 뭐죠?"

"연구팀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야말로 신약 개발의 핵심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다시 해야 한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내가 알기로 그때 실험에 참가했던 열 명의 셰프 중에 두 명은 한국에 없는데 그래도 상관없소?"

"다른 셰프는 필요 없고 이지훈 셰프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이지훈 셰프는 지금 프랑스에 있소."

"아닙니다! 전무님, 이지훈 셰프는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이재철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훈이 한국에 있음을 알린 이는 마케팅 담당 고상돈 이사였다.

그는 어느덧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CF와 관련해서 재계약 준비를 하다가 지훈이 한국에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된 상태였다.

"고 이사님, 이지훈 셰프가 한국에 들어왔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통화를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지훈 셰프가 한국에 있다니 아주 잘 되었군요. 고 이사님, 최대한 빠른 시일에 약속자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전무님이 직접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그 친구를 우리 회사의 외식 브랜드인 뚜랑주르의 새로운 얼굴 마담으로 내세울 생각입니다. 오바나 대통령까지 극찬한 이지훈 셰프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분명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TJ그룹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표방한 뚜랑주르를 작년 초에 런칭해서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맛도 특징도 없으면서 가격만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때문에 이재철은 이미지도 좋고 폭넓은 인지도도 갖고 있으면서 요리 실력까지 뛰어난 지훈을 영입해서 뚜랑주르를 살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전무님, 그러면 임상실험을 다시 할 수 있겠습니까?"

"뚜랑주르와 관련한 얘기를 하면서 그것도 얘기하지요."

"신약의 개발을 위해서 꼭 성사시켜 주십시오."

"나만 믿으세요!"

지훈이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고 있음을 모르는 이재철은 적당한 금액을 안겨주면 무리 없이 지훈을 영입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큰소리를 빵빵 쳤고, 그날의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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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억 안 나세요?

또 다시 며칠이 지났지만 여러 가지 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지훈은 CF의 재계약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자는 말에 TJ그룹의 본사를 찾았다가 이재철 전무와 마주했다.

"이지훈 셰프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TJ그룹의 이재철 전무입니다."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예전에 키친 마스터 때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그랬지요. 그때 시간만 있었더라면 이지훈씨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인연이 있으니 이렇게 또 만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이지훈씨와 우리 TJ그룹은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했던 총상은 완쾌가 된 것입니까?"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어서 금방 완쾌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때 뉴스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괜한 걱정을 끼쳐 드려서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덕담을 꺼낸 이재철은 재계약과 관련한 얘기를 꺼냈다.

"이지훈씨 우리는 이번에도 CF 계약을 연장하고 싶은데 이지훈씨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저는 제가 광고 모델로서 그만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역할을 떠나서 의로운 일을 한 우리 시대의 영웅인데 그만한 대접을 해줘야지 않겠습니까? 나로서는 광고효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이재철은 CF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함으로써 지훈에게 경제적인 이득과 함께 TJ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안겨준 다음에 뚜랑주르 계약을 꺼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지훈을 광고모델로 기용해서 톡톡한 효과를 봤음에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지훈은 이재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이지훈씨 오해입니다. 우리 그룹은 이지훈씨를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매출증대 효과와 함께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입니다만 비용 대비 효과를 얻지 못했다면 굳이 저와 계약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기대이상의 효과를 받으니 그 점은 염려 말고 재계약을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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