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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를 비롯해서 두 명의 부하를 대동하고 TJ 종합병원을 찾은 정범수는 다른 이들과 함께 특실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지훈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병만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는 며칠 전에 암 수술을 받은 환자답지 않게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저희들 왔습니다."
"바쁠 텐데 여기는 왜 왔어?"
"회장님이 입원했다는데 병문안을 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즛쯧,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들이나 해."
"일보다는 회장님이 우선입니다."
"회장님, 간암 수술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몸은 어떠십니까?"
"경과가 좋아서 오늘 오후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야."
"암 수술을 받았는데 벌써 퇴원이라니요?"
"회장님, 당분간은 모든 것을 잊고 몸조리만 하십시오."
"회장님, 그렇게 하십시오.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아냐, 여기서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어서 퇴원을 해야겠어."
병문안을 온 신성 OB파의 중간 보스들과 하부 조직의 보스들이 유병만과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정범수는 뒤쪽에서 그 광경을 지켜만 봤다.
솔직히 그도 유병만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로는 어림도 없어서 그저 눈도장만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같은 시각, 함정에 빠진 지훈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무님, 왜 그러시죠?"
"멍청한 새끼, 이 지경이 되고도 모르겠냐?"
"절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우선 맞고 시작하자."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멈추십시오."
"멍청한 새끼, 경찰이 올 때까지 네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러지 말고 요구하는 게 뭔지 얘기하십시오. 돈입니까?"
"짜샤, 그게 아니면 우리가 널 여기까지 왜 끌고 왔겠어."
"창고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창고와 관련해서 당신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할 테니 얘기를 해보십시오."
"새끼, 눈치 하나는 빨라서 좋구나. 좋다! 우리 요구조건은 간단하다."
"뭡니까?"
"네놈이 산 건물을 15억에 넘겨라."
"35억에 구입한 건물을 15억에 넘기라니, 그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너무해?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상무님, 그러지 말고 일성건설의 대표이사님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미친 새끼, 대표님을 만난다고 얘기가 달라질 것 같아?"
"형님,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내죠. 그리고 굳이 15억을 줄 필요가 있습니까?"
"맞습니다. 그냥 이 새끼 처리하고 우리가 먹어버립시다!"
지훈은 정당방위의 당위성과 이들의 의도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겁먹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창고와 관련한 얘기를 꺼냈다.
반면 지훈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한 조폭들은 낄낄거리며 묻는 말에 대답을 했다.
"문어야, 시작해라."
"애들아, 눈알은 제법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 안 다치게 살살 해라."
"문어야, 간이랑 콩팥도 팔아먹으려면 배따지에 칼을 쑤시면 안 된다."
"대갈통을 깨부술 생각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하마와 문어는 더 큰 공포심을 안겨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기 밀매와 관련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사이 두 명의 조폭이 양쪽에서 각목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당황하지 말고 그때처럼 단전의 기운을 사용해야 해.'
예전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떠올린 지훈은 음양오행기를 믿고 각목을 휘두르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부터 치솟기 시작한 음양오행기의 영향으로 지훈은 움직임은 날쌘 맹수처럼 빠르고 민첩했다.
휙~!
"퍽."
"아~악."
"이 자식이, 어디서!"
"지금이라도 멈춰."
"죽어!"
각목을 휘둘렀던 사내 중 한명이 지훈에게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는 동안 또 다른 사내의 각목이 지훈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꼼짝없이 어깨를 얻어맞을 것처럼 보였던 지훈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발차기를 시도한 것은 그때였다.
"빠-직"
"빠각-!"
"컥!"
무시무시한 기세로 쇄도하던 각목이 힘없이 부러짐과 동시에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면서 또 한 명의 사내가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런 씨발 놈을 봤나."
"뭐해?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조져."
"이 새끼가 어디서!"
지훈을 우습게 여겼다가 두 명의 동료가 맥없이 당한 것을 목격한 조폭들은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남들과 싸워본 적이 거의 없는 지훈은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조폭들을 어찌 처리할지 몰라서 엉거주춤 물러나면서 가장 심한 욕설을 퍼부었던 문어를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조폭들도 만만치 않아서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뚝 그리고 오른쪽 옆구리를 쇠파이프에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큭."
"이 개자식, 계속 조져."
"문어 형님."
문어까지 세 명의 조폭을 쓰러트렸지만 역부족임을 느낀 지훈은 쏟아지는 각목 세례를 피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어깨며 옆구리에서 알싸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더 크게 당할 수밖에 없기에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날다람쥐 같은 새끼, 멈춰!"
붕~!
방관자처럼 지금껏 구경만 하고 있던 하마가 목검을 사정없이 휘두른 것은 그때였다.
하지만 있는 힘껏 휘둘러진 목검은 몸을 구부린 지훈의 등을 스치듯 지나쳐서 엉뚱한 조폭의 턱을 때리고 말았다.
그사이 지훈은 점프를 하듯 공중으로 솟구쳐서 무릎으로 하마의 인중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빡-!"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하마가 뒤로 벌러덩 넘어진 순간 옆에서 날아온 쇠파이프가 지훈의 머리를 가격했고, 동시에 피가 튀어 올랐다.
"악~!"
"개자식, 꿇어!"
"닥쳐."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지훈은 자신을 향해서 악을 지르는 조폭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다른 두 명의 조폭이 양옆에서 각목을 휘두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왠지 모르게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퍽!"
"아악~!"
오른쪽 안면을 강타당한 조폭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사이 지훈은 바닥을 굴렀고, 조금 전까지 지훈이 서있던 공간을 두 자루의 각목이 사정없이 휩쓸고 지나갔다.
"나쁜 놈의 새끼들, 용서 못해!"
바닥을 구른 상태에서 덤블링을 하듯 박차고 일어선 지훈은 각목을 있는 힘껏 휘두른 통에 몸의 중심을 잃은 왼쪽의 조폭을 향해서 주먹을 뻗었다.
겁에 질려서 동그랗게 떠진 그자의 눈에서 초점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을 무렵 등판에서 또다시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몸을 돌린 지훈은 마지막 남은 그자의 안면에도 주먹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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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오전 무렵에 나간 지훈이가 오후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성훈은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그 무렵 지훈은 치료를 마치고 진단서까지 뗀 상태에서 블랙박스에 촬영 된 당시의 화면을 살피고 있었다.
'이걸로 그자들과 협상을 할 수 있을까?'
지훈도 다쳤지만 조폭들은 더 크게 다친 상태였다.
그러나 블랙박스 화면과 녹음된 음성이 있는 이상 그 일은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훈은 영상과 음성을 정당방위를 증명하는 일에만 사용하지 않고 점유권을 합의하는 일에도 사용할 생각이었다.
'내 생각대로만 되면 좋을 텐데.'
어찌되었든 저들은 지훈을 인적이 없는 산으로 유인해서 협박을 가하려고 했었고, 그것들은 영상과 녹음된 음성을 통해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훈은 영상과 음성을 이용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창고와 공터 문제를 매듭지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