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00화 (100/219)

<-- 100 회: 3-27 -->

"대표님, 이쪽입니다."

"빨리 가자."

날치와 함께 병원 현관 앞에 당도한 정범수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네비에 주소를 찍었다.

"대표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이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 식당이 차렸는데, 인근의 양아치들이 몰려와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잘 들어라!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우리 북악파는 회장님의 눈에 들어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임을 절감한 정범수와 날치는 흥분해서 두 명의 부하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리고는 명령을 내린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가고 있습니다.

"몇 명이야?"

-15명입니다.

"왜 그것밖에 안 돼?"

-하마 형님은 물론이고 문어도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병신 같은 새끼, 하필이면 이럴 때에......"

지훈에게 얻어맞은 하마와 문어 패거리는 아직도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러니 전화를 아무리 한들 받을 수가 없었다.

-대표님, 그쪽은 몇 명입니까?

"십여 명이라고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분은 회장님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여기고 있는 분이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라도 그놈들을 격퇴해라!"

-걱정 마십시오, 형님.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정범수는 잔뜩 흥분해서그분이 누구인지 짐작도 못했다.

심지어 급한 마음에 네비에 주소를 직접 입력했음에도 자신과의 관련성을 떠올리지 못한 채 차를 빨리 몰아라고 재촉했다.

"아직 멀었냐?"

"네비에 700미터 남은 것으로 표시 되는 것이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회장님이 오시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니까 더 밟아라!"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뭐가?"

"네비에 나온 장소가 우리 회사의 땅과 창고가 있는 곳과 거의 일치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비를 보면 저기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직진하라고 나와 있는데 거기는 우리 회사의 땅이 있는 곳이잖습니까?"

"우연의 일치겠지."

이때까지만 해도 정범수는 문제의 양아치들이 자신의 부하인줄 몰랐다.

그러나 불과 십여 초 후에 걸려온 부하의 전화를 받는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대표님, 가서 무조건 깨부수라고 한 양아치들이 전부 우리 식구들인데요?

"뭐?"

-대표님이 말한 주소로 찾아갔더니 회사 창고가 나왔고, 불곰형님과 독사가 애들하고 고기 구어 먹고 있는데요.

"이런!"

-대표님, 어쩔까요?

"새꺄, 어쩌기는 뭘 어째? 당장 그 자리 정리하라고 하고, 불곰과 독사는 잠수 타라고 해."

-네?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늦기 전에 빨리 치우고 잠수 타라고, 어서!"

-알겠습니다.

크게 당황했지만 명색이 한 조직을 이끄는 보스답게 정범수는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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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달려온 탓에 유병만보다 빨리 도착한 정범수는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어기적거리며 나오는 불곰과 독사 패거리를 발견하고 후다닥 뛰어갔다.

"야, 안 뛰어!"

"대표님, 대체 왜 그러십니까?"

"잔소리 말고 당분간 잠수를 타라."

"갑자기 잠수를 타라니, 대체 뭐가 걸린 겁니까?"

"경찰 때문이 아니다."

"그럼 뭡니까?"

"우리가 작업하려고 했던 식당의 주인이 회장님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다."

"예?"

"지금 회장님께서 이쪽으로 오시고 있으니까 함께 작업에 나섰던 애들 데리고 빨리 피해라."

"흐미, 저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만약 경찰이 문제라면 최악의 경우 한동안 교도소에서 징역 살고 나오면 된다.

하지만 같은 조폭이라면 상황이 복잡해졌다.

더군다나 그 조폭들이 북악파가 소속된 신성OB파라면 어찌 해볼 수가 없어서 마냥 당해야 했고, 아무리 억울해도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었다.

"혹시 식당 사람들에게 손찌검을 했냐?"

"위협은 했지만 손은 절대 안 썼습니다."

"잘했다. 내가 정리를 하는 당분간만 피해 있어라."

"대표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내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넌, 어서 피하기나 해라."

"저는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어서!"

불곰과 독사 패거리를 돌려보낸 정범수는 주차장 일대와 골목 입구에 부하들을 내보내서 조금 있으면 당도할 유병만을 기다리면서 날치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대표님, 회장님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우리가 정리했다고 하면 그놈들이 누구인지 물어볼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는 한발 늦게 도착했고, 그자들이 알아서 사라졌다고 대답해야 한다."

"그러면 회장님이 뭐라고 하시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회장님은 우리보고 이곳을 잘 지켜보라고 할 것이 틀림없고, 그 일을 잘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회장님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창고를 이용한 작업은 포기해야 하는 것입니까?"

"적정한 가격에 창고를 넘기고 공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겠지."

"그동안은 창고를 통해서 적잖은 금액을 벌었는데, 아쉽습니다."

"아쉬워도 회장님 눈에 들 수만 있다면 더 좋은 기회다."

날치와 입을 맞추는 동안 유병만이 도착했고 그 뒤로도 중간 보스들과 하부 조직의 보스들이 속속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유병만은 마치 비서처럼 차 문을 열어준 정범수에게 대뜸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범수야, 어떻게 됐냐?"

"죄송합니다. 저희 애들이 당도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장은?"

"상황이 종료되었기에 회장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느라 아직 못 가봤습니다."

"너도 얘기를 들어서 알겠지만 이 사장은 내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니 날 봐서라도 앞으로는 네가 이 사장을 최대한 도와줘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다."

친히 정범수와 대화를 나눈 유병만은 힘찬 필치로 써진 가온누리라는 간판을 지나쳐서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얼마 후에는 지훈과 마주했다.

아직 일면식이 없는 정범수는 그제야 지훈을 만났는데, 그의 행색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크게 휘청거렸다.

"이 사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 붕대는 뭐고?"

"계단에서 엎어져서 머리를 살짝 다쳤습니다."

진단서를 끊기 위해서도 병원을 방문했던 지훈은 출혈이 있었던 머리는 붕대로 칭칭 감긴 상태였고, 얼굴 여기저기에는 생채기가 있었다.

그건 누가 봐도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한 흔적이었기에 유병만은 가게에서 난동을 부린 양아치들이 그리 했다고 여겼고, 그건 정범수도 마찬가지였다.

'불곰, 이 개자식! 손찌검을 안 했다고 하더니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나? 아후~! 넌 뒈졌어.'

지훈과 하마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모르는 정범수는 불곰이 지훈을 저 꼴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슬쩍 자리를 이탈해서 불곰에게 전화를 걸어서 쌍욕을 퍼부었다.

그런데 불곰은 억울하다면서 자신은 손을 쓴 적이 없다고 하다가, 뒤늦게 생각났다면서 회사를 찾아갔던 지훈이 피투성이의 옷을 입고 돌아왔음을 알렸다.

"가게의 주인이 나타날 때부터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피투성이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형님.

"그럼 하마가 그런 짓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멍청한 자식!"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정범수는 자신을 대신해서 지훈을 만난 하마가 폭행을 했을 거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지훈의 입에서 일성건설이 언급되면 유병만의 분노가 자신에게 쏠린다는 생각에 반쯤은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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