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01화 (101/219)

<-- 101 회: 3-28 -->

"불곰, 넌 몇 분 후에 가게의 주인에게 전화를 해라."

-전화번호를 모르는데요?

"김평오는 알고 있을 것이니까 그자에게 물어라."

-그래서 뭐라 하면 됩니까?

"폭행과 관련해서 정중하게 사과를 한 후에 창고를 조건 없이 넘기겠다고 해라. 그리고 공터도 10년, 아니 평생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말해라."

-창고를 그냥 넘기고 공터까지 무료로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라고요?

"그래. 그리고 오늘의 일은 절대 내 뜻이 아니라 하마가 무단으로 저지른 일이고, 그 일로 내가 크게 분노해서 하마를 회사에서 잘랐다고 꼭 말해라."

-대표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 새꺄, 우리 북악파가 공중해체 당할 수도 있으니까 잔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 알겠습니다.

황급히 지시를 내린 정범수는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금 가온누리로 뛰어 들어갔다.

가보니 유병만을 비롯해서 모든 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노영필만 밖에 남아있었다.

"범수야, 이리 와봐라."

"예, 형님."

"너도 이 사장 머리에 붕대가 칭칭 감긴 것 봤지?"

"봐... 봤습니다."

"그 일로 회장님 심기가 아주 불편하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북구 전체를 쓸어버리려고 하시는 것을 내가 겨우 말렸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어떤 놈인지 끝까지 밝혀서 기어이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꼭 그래야 할 것이다. 내말 명심해라!"

"아... 알겠습니다."

"우선은 들어가자."

등골이 오싹해진 정범수는 떨리는 음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터벅터벅 가게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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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픈도 안했는데 때 아닌 단체손님의 등장에 가온누리의 모든 식구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지훈은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라 칭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유병만의 건강해진 모습에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역시 음양오행기라면 의식동원을 실천할 수 있어! 그래,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셰프가 되고 말겠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의학에서도 포기했던 말기 암 환자에게 새 삶의 희망을 안겨준 일로 한껏 고무된 지훈은 절로 신이 나서 요리에 집중했다.

설정을 무음으로 해둔 통에 전화가 온 지도 몰랐던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10번이나 찍힌 것을 확인한 것은 주문 받은 모든 요리를 밖으로 내보낸 후였다.

'누구지?'

낯선 번호였지만 10번이나 전화했다면 중요한 용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전화를 건 지훈은 불곰과 통화를 했다.

-가온누리의 이지훈 사장님이시죠?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창고 문제로 가게를 찾아갔던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무슨 일이죠?"

상대가 일성건설의 관계자임을 알게 된 지훈은 산속에서 벌어진 일로 전화를 했을 거라는 생각에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저희 대표님께서 상무님과 사장님 사이에 있었던 일과 관련해서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해서 전화했습니다.

"사과를 하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 상무님을 대신해서 사과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아울러서 제가 했던 모든 일도 사과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것들이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 거지?'

산속으로 데려가서 폭행을 하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과를 하겠다고 하니 지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사이 불곰은 정범수가 시킨 대로 창고를 아무 조건 없이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공터를 기한 없이 무료로 임대해주겠다고 했다.

"공터까지 무료로 임대해주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저희 대표님은 오늘 일은 너무 미안하게 됐다면서 사과의 뜻으로 그렇게 하시겠다고 했습니다.

'허~참! 이걸 믿어야해, 말아야 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일을 벌였던 자들이 창고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터까지 무상임대를 해주겠다니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성건설에서 또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거라고 여겼다.

그사이 휴대폰 너머에서는 상대의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아울러 대표님은 상무님의 일은 절대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꼭 얘기해서 오해를 풀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일성건설 상무가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오늘의 일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일과 관련해서 상무님은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그자가 회사에서 잘렸다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정말입니다.

"글쎄요? 나는 당신이 지금까지 했던 그 모든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이 사장님, 제가 어떻게 하면 그 말을 믿어주시겠습니까?

"그 상무라는 자가 내일 우리 가게로 와서 사과를 한다면 믿어보겠습니다."

-정 그러신다면 대표님과 다시 통화해서 사장님의 생각을 알리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은 지훈은 일성건설의 갑작스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불곰의 전화가 다시 왔고, 그는 지훈의 요구대로 내일 오전 중으로 하마를 보내서 사과를 하겠다고 전해왔다.

'이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정말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 어쨌든 내일이면 알 수 있겠지.'

전화를 끊은 후에도 생각에 잠겼던 지훈은 유병만 회장이 찾는다는 말에 홀로 나갔다.

가운을 입은 지훈이 주방에서 걸어 나오자 유병만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박수를 쳤다.

아직 지훈을 모르는 중간 보스들과 하부 조직의 보스들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유병만이 박수를 치자 따라서 쳤다.

덕분에 수십 명의 박수세례를 받은 지훈은 겸연쩍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이 자리에서 이 셰프를 정식으로 소개하지. 이지훈 셰프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과 프랑스의 홀란드 대통령도 극찬하는 엄청난 실력의 요리사다."

"와~아! 박수."

"짝짝짝~!"

어디든 마찬가지만 어떤 무리든, 우두머리의 분위기를 잘 맞추는 자가 있는 법이어서 누군가가 박수를 유도했다.

다시금 박수가 터져 나오자 함께 박수를 쳤던 유병만은 적당한 타이밍에 이를 중단시키고는 재차 설명을 이어갔다.

"이지훈 셰프는 세계 최고의 셰프이자 간암 말기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나를 음식으로 치료해준 이 시대 최고의 의사이다. 쉽게 말해서 그가 해준 요리는 맛도 최고이지만 보약과 다름없다."

"와~아! 박수."

"짝짝짝~!"

"이 자리에서 밝히지만 이지훈 셰프는 내 생명의 은인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은혜를 갚으며 살 생각이다. 내가 굳이 많은 얘기를 안 한다고 해도 다들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유병만의 얘기는 힘닿는 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훈을 도우라는 뜻을 담고 있었고, 여기 있는 모든 이는 그 뜻을 이해했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셰프는 파리 유학 시절 불구덩이 지하철 안에서 수많은 사람을 구한 영웅이자, 총을 든 무장 강도들도 맨손으로 물리친 사내 중의 사내이다."

"아!"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어! 혹시 TV에 자주 나오는 사람 아닙니까?"

"맞다. 광고에 나오는 사람이잖아!"

유병만의 입에서 파리 유학 시절의 얘기가 나오자 그때서야 많은 이들이 지훈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유병만은 붕대를 감고 있는 지훈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오늘 일을 거론하며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라도 그자들을 응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헉!'

식당 안에 들어선 직후부터 내내 좌불안석이었던 정범수는 지훈에게 상처를 입힌 자를 반드시 찾아서 응징을 하겠다는 유병만의 발언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장탄식을 토해냈다.

아울러 이렇게 된 것, 차라리 이실직고하고 용서를 비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지훈이 나서서 유병만을 말렸다.

"회장님, 오늘 일은 서로 오해가 있어서 그랬습니다만 잘 풀렸습니다."

"이 셰프, 난 이 셰프에게 목숨을 빚진 사람으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게."

"회장님, 오해가 해소된 마당에 그 일을 새삼 문제 삼는 것은 남자가 할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정도면 그자들은 어찌 되었겠습니까?"

"이 셰프, 그게 무슨 말인가?"

"회장님 말씀대로 총을 든 무장 강도들도 제압했던 저입니다."

"뭐라,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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