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02화 (102/219)

<-- 102 회: 3-29(10. 어! 너는 하마가 아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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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정범수는 환상의 맛이라며 감탄을 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지훈의 음식을 전혀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훈이 나서준 덕에 최악의 위기를 모면했고 나아가 유병만으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말까지 들으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덕분에 유병만과 함께 가온누리를 나갈 무렵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정 대표, 앞으로 가온누리는 믿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두 번 다시는 오늘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꼭 그래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수시로 이곳을 들르면서 자네도 지켜보지."

"영광입니다. 회장님. 회장님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에 보지."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유병만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깊숙이 숙였던 정범수는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도중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오늘 일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하마였는데, 발신인이 하마임을 확인한 정범수는 대뜸 온갖 욕을 퍼붓고는 당장 회사로 들어오라고 했다.

"대표님, 진정하시지요. 하상무도 제 딴에는 잘해보려고 그랬을 것입니다."

"아냐. 그 빌어먹을 새끼는 언제고 이런 대형 사고를 저지를 줄 알았어. 자고로 그런 새끼는 다시는 딴 짓을 못하도록 한번 혼 구멍을 내야 해."

"다른 동생들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면 하상무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하마는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하마연이라는 다소 여성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때부터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빗댄 하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본인은 본명보다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놈 때문에 우리가 지옥 문턱까지 갔다 왔는데, 그 놈은 그런 꼴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야."

"그래도 동생들 생각해서 적당히 해주십시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끼어들지 마라."

"알겠습니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정범수를 바라보면서 날치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하마와는 고등학생 때부터 경쟁 관계였던 날치는 하마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은연중에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로는 하마를 생각해주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기회에 하마를 도려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형님, 내일 하마를 이 사장에게 보내서 사과를 시킬 생각이십니까?"

"상황 보면 모르겠어? 당연히 그래야지."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장이 사과를 받아줄까요?"

"아까 회장님에게 오해가 풀렸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내가 내건 조건이 그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하긴, 그런 조건이라면 이 사장도 만족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가온누리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회장님이 이 사장을 그토록 각별하게 생각하는데 애들 몇 명은 거기에 상주시켜야지 않을까?"

"가온누리에 우리 아이들을 붙인다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양아치 새끼들이 푼돈이나 뜯어낼 요량으로 달라붙어서 집적거릴 수도 있는데 애들을 붙여놔야지."

"가온누리의 이 사장이 그걸 좋아할까요?"

"자기 가게를 위해서인데 좋아하지 않을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중에는 우리 애들 때문에 손님 떨어진다고 뭐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어쩌자고?"

"번잡하게 애들 여려 명 보내는 것보다는 하마를 가온누리에 파견 보내서 기도 일을 시키는 게 어떨까요? 하마 실력이라면 혼자서도 애들 몇 명 몫은 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하마정도의 비중 있는 자를 보내야만 회장님이 흡족해 하실 것 같은데요."

"하마를 보내면 회장님이 흡족해 하신다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마 정도는 되어야 회장님도 마음 푹 놓고 안심할 수 있고, 덩달아서 하마를 보낸 형님의 성의를 높이 사주지 않을까요?"

"내 성의를 높이 산다고? 그것 괜찮구나! 그렇게 하자."

"그리고 만일을 위해서도 하마를 꼭 보내야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몰라서, 언젠가는 회장님이 오늘 일을 알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하마를 보낸 것과 무슨 상관이지?"

"하마가 이 사장을 위해서 일을 하면 회장님도 원만하게 일이 풀렸다고 여기시고 오늘 일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구나! 그것 때문에도 하마는 무조건 가온누리로 보내야겠어."

유병만에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그리고 오늘 일을 덮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정범수는 날치의 조언대로 하마를 가온누리에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후, 회사에 당도한 정범수는 하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씩씩대며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하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쪽 눈이 밤송이처럼 시퍼렇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퉁퉁 부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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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 너는 하마가 아니냐?

하마를 바라보는 정범수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의혹의 빛이 진하게 어렸고 반대로 하마의 눈빛에는 원통함과 분함이 넘쳐났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하마야, 오늘 일은 어떻게 됐냐?"

"대표님, 애들을 동원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당했습니다!"

"당했다니, 누구에게 당했다는 것이냐?"

"그 자식, 알고 봤더니 진짜 프로였습니다."

"그 자식이라니, 설마 가온누리의 이 사장을 말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그놈에게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 일곱이나 당했는데 그중 세 명은 뼈가 부러져서 입원했습니다."

"하마야, 내가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는데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해볼래?"

"저는 형님을 위해서 작업을 빨리 마무리할 생각에 동생들과 함께 놈을 유인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놈의 실력이 엄청났습니다."

"그래서 너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고 동생들은 셋이나 병원에 입원했다고?"

"맞습니다. 그러니 오늘 밤에 다시 기습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이번에는 그놈을 반쯤 죽여 놓겠습니다."

"미친놈!"

정범수는 가온누리에서 머리를 붕대로 칭칭 감은 지훈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하마의 면상과 얘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하마가 당한 것 같았고, 이런 상황이라면 지훈이 쉽게 사과를 받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반면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하마는 보복을 부르짖다가 괜히 욕을 얻어먹었다.

"하마야, 다구리로 몰려가서도 그토록 형편없이 깨지다니 너도 다 되었구나!"

"날치, 넌 빠져! 만약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넌 지금쯤 두 발로 서 있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멍청한 새끼, 그러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임마, 네가 건든 이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놈이 프로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이번에는 절대 안 당한다!"

"병신, 놀고 있네."

"이게 부사장이 되더니 보인 것이 없나? 너부터서 뒈져볼래?"

"대표님, 이 자식을 어찌할까요?"

"날치야, 머리 아프니까 네가 하마에게 오늘 일을 설명해라. 그리고 저 멍청한 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 똑똑히 얘기해줘라."

"대표님, 애들 몇 명만 내주시면 오늘 밤중으로 그놈을 담가 버리겠습니다."

"미친 새끼, 아가리 안 닥쳐."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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