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03화 (103/219)

<-- 103 회: 3-30 -->

명색이 한 조직의 간부로서 누구에게 깨지고 온 일은 엄청 쪽팔리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당하고 왔다면 보복을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막말로 한번 약하게 보이면 더욱 피곤해지는 것이 이 바닥 생리였기에, 조직의 존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했다.

때문에 하마는 정범수가 조직을 위해서도 응당 보복에 나설 줄 알았는데 되레 자신에게 쌍욕을 해대니 황당하다 못해 배신감까지 들어서 그를 대표라 부르지 않고 형님이라 불렀다.

"하마야, 잘 들어라. 가온누리의 이 사장은 회장님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다."

"회... 회장님?"

"오늘 저녁, 가온누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냐? 회장님을 비롯해서 신성 OB파의 모든 간부들과 산하 조직의 보스들이 전부 모였다."

"뭐... 뭐 때문에?"

"그게 다, 네놈 때문이다. 회장님은 머리를 다친 이 사장을 발견하는 순간 크게 흥분해서 지구 끝까지 쫓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만든 자를 응징하겠다고 하셨다."

"헉!"

"대표님이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이 사장에게 어떤 조건을 제안했는지 알게 되면 네놈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죄를 해도 턱없이 부족해."

지훈과 유병만의 특별한 관계를 비롯해서 유병만이 지훈을 건든 자를 응징하겠다고 하자 독사는 심장이 벌렁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최대 조직인 신성 OB파의 힘은 하마도 잘 알고 있었고, 유병만이 그런 작정을 했다면 자신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대표님은 이 사장과 화해하기 위해서 창고를 조건 없이 넘기기로 했고 주차장으로 쓰는 공터도 평생 무료로 임대해주기로 했다."

"혀... 형님."

"하마야, 기분 같아서는 네놈의 다리를 당장 분질러 버리고 싶다만 네놈 꼬라지를 봐서 참을 테니 내일은 아무 소리 말고 이 사장에게 가서 사과해라."

"하마야, 살고 싶으면 형님 말씀 명심해라!"

"형님, 제가 사과를 하면 응징은 안 당하는 것입니까?"

"일단 이 사장의 화는 어느 정도 풀어진 것 같으니까 사과부터 해라. 그리고 넌 주먹만 쓰지 말고 머리 좀 써! 이 사장의 얼굴을 봤을 덴데 보고도 몰라보면 어쩌자는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멍청한 놈아, 이 사장은 불구덩이 속에서 사람을 구하고 총을 든 무장 강도들도 물리친 사람이다. 너, 맨손으로 총을 든 강도를 여러 명 상대해서 물리칠 수 있어?"

"하마야, 지금도 TV를 틀면 이 사장 얼굴을 수시로 볼 수 있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도 못하고 덤벼들면 어쩌자는 거냐?"

신성 OB파의 응징을 피할 수만 있다면 그깟 사과는 백 번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장 강도 얘기며 TV 얘기가 왜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하마의 그런 모습이 답답했는지 정범수는 TV를 켜서 채널을 계속 돌렸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가수 리아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는 지훈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가득 메웠고, 그걸 본 순간 하마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아!"

"이제야 알겠냐?"

"면목 없습니다, 형님."

"하마야, 그리고 앞으로는 가온누리에서 일해라."

"형님, 절 내치시는 것입니까?"

"멍청한 놈, 그게 너와 내가 사는 길이고 우리 북악파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눈 딱 감고 사과할 수 있다.

그러나 지훈과 계속 얼굴을 맞대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해서 하마는 싫다고 했다.

하지만 정범수의 설명을 들은 순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고, 심지어 정범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온누리에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형님, 정말로 그것밖에 방법이 없습니까?"

"우리 북악파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래야 한다. 그리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잘 하면 회장님 눈에 들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한때는 싸웠던 사이인데, 어떻게 그 밑에 있으라는 것입니까? 게다가 그자는 맨손으로 총을 든 강도들도 물리칠 정도로 프로의 실력을 갖고 있잖습니까?"

"멍청한 놈아, 너처럼 이 사장을 몰라보고 겁 없이 덤벼드는 양아치들도 있을 것 아니냐? 그때마다 네가 나서서 해결하면 이 사장도 고마워 할 것이고 나중에는 회장님 귀에도 그 일이 들어갈 것이다."

"하마야, 네놈도 사람이라면 회사에 끼친 피해를 감안해서 잔말 말고 대표님 말씀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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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의 시간이 흘렀고 가온누리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우역곡절 끝에 가온누리에 합류한 하마는 주방 설거지 담당으로 새 인생을 살게 되었다.

"윤 이사님, 여기 셰프가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과 프랑스의 홀란드 대통령이 극찬한 세계 최고의 셰프입니다."

"외국인 셰프가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입니까?"

"그게 아니라 그 유명한 이지훈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이지훈 셰프요?"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지훈 셰프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으로 파리에서 벌어진 지하철 테러 때 많은 사람을 구해서......"

가온누리는 오픈 첫날부터 시작해서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났다.

이는 유병만을 통해서 가온누리의 존재를 알게 된 신성 OB파의 간부들과 하부 조직의 보스들이 거래처를 비롯해서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계속 데려온 통에 그랬다.

그들 중에는 건설 회사나 유통회사의 경영자나 임원도 있었지만 경찰이나 검찰 또는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지훈을 알게 되고, 가온누리의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크게 감탄해서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을 데려왔다.

덕분에 가온누리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맛 집이 되었다.

"사장님, 아무래도 직원을 더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명이나 더 구해야 할까요?"

"서빙을 하는 서비스 부분은 최소한 두 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고 주방 쪽에도 조리사 한 명과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두 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사장님, 그 정도로는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

"조금 부족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 인원이 필요하다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 생각은 달라서 직원을 여유 있게 뽑는 게 좋겠습니다."

2주 넘게 손님들로 넘쳐나다 보니 지금 있는 인원으로는 너무 벅찼다.

그런데 박성훈은 만약을 대비해서 몇 명만 뽑고 부족한 일손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해결하자고 했다.

하지만 지훈의 생각은 달라서 필요한 숫자만큼 직원을 더 뽑자고 했다.

이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책임감이 약한 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사장님, 직원을 더 뽑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매출을 평균 매출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후에는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어떤 가게든 처음에는 지인들이 많이 와서 매출이 올라가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그 부분이 빠지면서 매출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부사장님, 우리 음식에 대해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매출이 떨어질까요? 저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에는 그렇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당이라면 그러겠지만 우리 가온누리는 달라서 새로운 고객들이 점차 유입될 것입니다."

"새로운 고객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바로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이요?"

"부 사장님도 느끼시겠지만 얼마 전부터 외국인 손님의 방문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북악산이 자리한 성북구에는 외국 외교관들의 관저를 비롯해서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사실 지훈이 이 지역을 알아본 것도 그들을 염두에 두고 그랬다.

"그건 그렇지만 그들이 얼마나 오겠습니까?"

"저는 맛과 위생 두 가지 조건만 맞춰주면 그들이 우리 가게를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 까요?"

"제가 외국에 지내면서 느낀 점이지만 한식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될 정도로 맛과 건강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였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이상 많이들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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