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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큭, 알겠소. 그건 내가 알아서 준비할 테니 장 마스터는 호텔에 입점하는 문제를 신경 쓰시오."
"그것과 관련해서도 의원님이 적극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도 최대한 힘을 써주겠다고 약속했소. 하지만 결국은 호텔 측을 움직여야 하는 만큼 계속해서 그들을 접촉하시오."
"물론입니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레스토랑을 직영하거나 위탁을 준다고 해도 철저히 관리한다.
이는 호텔이란 것이 단순히 잠자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기에 레스토랑도 직접적으로 관리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
그래서 최고급 호텔일수록 일류 셰프를 초빙하는데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호텔을 찾는 고객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호텔의 레스토랑은 일단 신뢰부터 한다.
박현식이 기를 쓰고 어떻게든 호텔에 입점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호텔에 입점만 하면 맛과 서비스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만큼 해당 프랜차이즈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렇게만 되면 덩달아서 박현식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했고, 박현식은 그때를 전후에서 회사를 공개해서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할 생각이었다.
계획이지만 만약 호텔에 입점을 할 수만 있다면 박현식은 상장을 통해서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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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후, 약속한 시간에 제약 회사의 연구실을 방문한 지훈은 달 마크니를 비롯해서 유병만에게 제공했던 몇 가지 음식을 만들고 나왔다.
지훈이 이전과는 달리 음양오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연구진은 곧바로 정밀 조사에 들어갔으나 아무리 뒤진다고 한들 그들이 특별한 성분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연구진이 부산을 떨고 있을 무렵 특허문제와 관련해서 변리사를 만나고 가온누리로 돌아온 지훈은 할 말이 있다며 찾아온 하마와 독대를 했다.
"하마연씨, 습진은 많이 나았는가요?"
"따로 약을 바르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사장님이 주신 음식을 먹었더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군요. 한동안 설거지를 안 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우엉과 오이 그리고 표고버섯을 계속 드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사장님, 요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네, 뭐라고요?"
"사장님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마연씨가 요리를 배우겠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많이 고민했는데 제가 갈 길은 요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신 것입니까? 하마연씨는 이제 일성건설로 돌아가야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내일 중으로 일성건설을 찾아가 그곳의 대표님에게 하마연씨의 복귀를 부탁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사장님에게 꼭 요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대체 그 이유가 뭡니까?"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요리한 음식을 먹고 나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요리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임을 깨달았습니다."
하마의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병만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요리를 배워야 하는 하마가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가정이지만 만약 하마가 그간의 모든 사정을 얘기했다면 지훈이 나서서 유병만의 오해도 풀어주고 정범수와의 일도 깔끔하게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마는 거짓말을 선택했고 어이없게도 다른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말에 지훈은 감동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훈이 요리사의 길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하마연씨 눈에는 요리사가 쉽게 보일지 몰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노력하는 것은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하지만 그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저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심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제는 당당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살고 싶다니 무슨 뜻이죠?"
"기술이라고는 주먹질밖에 없는 제가 건설회사에 가봐야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결국 얼마 못가서 또 다시 주먹질이나 하는 깡패로 살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깡패 짓을 하기 싫어서 요리사가 되겠다는 것입니까?"
"두 달간 이곳에 있으면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이 얼마나 당당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요리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제가 요리한 음식을 먹고 행복해할 사람들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속에서 뭔가가 솟구칩니다."
'이자를 어떡하지?'
지훈이 어찌할지 고민하는 사이 하마의 얘기가 이어졌다.
"사장님, 지금껏 다른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을 요리로 갚고 싶습니다. 제발 저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감동을 한데 이어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기울었던 지훈은 세상에 잘못한 것을 요리로 갚겠다는 하마의 마지막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아울러 손에 주부습진이 왔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설거지를 했던 하마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각오한 바입니다."
"좋습니다. 하마연씨의 부탁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미리 충고하자면 힘이 들 때면 오늘 얘기한 것을 떠올리며 반드시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습진이 다 나으면 그때부터 주방에서 일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깟 습진은 상관없습니다."
"요리사에게 손은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번 주까지는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습진을 깨끗하게 완치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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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와의 얘기를 마치고 조리복으로 갈아입은 지훈은 주방에 들어섰다.
하마와의 일로 기분이 좋아진 지훈의 입가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걸 본 박성훈이 질문을 해왔다.
"마스터, 무슨 일 있습니까?"
"예?"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요리를 담당하는 주방 근무자들은 주방에서만큼은 지훈을 마스터라고 불렀다.
이는 지훈이가 단순히 가온누리의 대표만이 아니라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이기에 그를 존중하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다.
"하마연씨가 요리를 배우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하마연보다 두 살이 더 많은 박성훈은 가온누리 식구 중에서 유일하게 그를 하마라고 불렀는데, 지훈의 얘기를 듣자마자 결론을 물어왔다.
"형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네요?"
"실은 며칠 전에 제게 그런 얘기를 해온 적이 있어서 마스터에게 얘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잘 하셨습니다."
"형도 찬성이세요?"
"하마와 얘기를 하다 보니 녀석이 요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더라고요."
"저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해서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제가 근무시간 이후에 몇 번 칼질을 시켜봤는데 요리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잘하는 것이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더라고요."
박성훈도 다른 일을 하다가 남들보다는 늦게 요리사가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마가 요리를 하게 된 것을 크게 반겼다.
"아직은 습진이 완치가 안 된 것 같아서 다음 주부터 주방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기본기는 제가 가르치겠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독하게 가르치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박성훈과의 대화를 마친 지훈은 곧 밀어닥칠 손님들을 위해서 요리에 들어갔는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모든 손놀림이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