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회: 3-35( 12. 이게 다, 순전히 그놈 때문이야!) -->
그러는 사이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가온누리의 1층과 2층은 손님으로 넘쳐났다.
비슷한 시각 주차장에서는 세 명의 사내가 차 안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구야, 여기가 맞지?"
"간판 보면 모르겠냐."
"여기가 그렇게 유명하다면서?"
"나도 소문만 들었는데 하도 손님이 넘쳐나서 미리 예약을 안 하면 들어가지도 못한다더라."
"우리는 예약했겠지?"
"사흘 전에 예약했으니까 걱정 마."
"대홍아, 벌레는 어디 있어?"
"여기."
"흐미, 너무 큰 것 아냐?"
"이래야 사진에 확실하게 찍히지."
"그래도 그렇지 너무 크니까 징그럽다."
"중국 사람들은 이것도 먹는다는데 너무 그러지 마."
양복을 입고 있는 세 명의 사내는 얼핏 보기에는 직장인으로 보였다.
그런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내는 작은 비닐 주머니에 담겨 있는 바퀴벌레를 꺼내서 자랑하듯 빙빙 돌렸다.
"그것, 죽은 것 맞지?"
"말도 마라, 형체를 확실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때려잡지 않고 쫒아 다니면서 살충제를 뿌렸다."
"혹시라도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 잘 챙겨."
"걱정 마, 죽은 놈이 무슨 재주로 어딜 가겠어?"
"들어갈까?"
"기자들은?"
"우리보다 먼저 들어갔을 걸."
"그러면 우리도 들어가자."
"그나저나 잔금은 언제 받지?"
"잔금은 일 끝나면 바로 준다고 했어."
"설마 이번에도 잡히는 일은 없겠지?"
"재수 없게 그런 얘기는 왜 꺼내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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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맞아 가온누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사람부터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양복을 차려입고 손에 하얀 장갑을 착용한 하마는 입구에 서서 오고가는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다가 새롭게 들어서는 세 남자를 향해서 인사를 했다.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예약을 했는데 어디에 앉아야죠?"
"성함을 얘기해주시면 제가 안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예약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여현구외 2명입니다."
"아! 찾았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마침내 요리를 배우게 된 하마는 지훈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져서 평소보다 더 유쾌한 마음가짐으로 안내를 했고, 능숙한 솜씨로 주문까지 받았다.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맛 집으로 소문났으니까 그렇지. 그보다 기자들이 왔는지 잘 찾아봐."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인데."
"아주 작정을 했는지 많이도 동원했데."
"하여간 기자 새끼들이 더 나빠. 우리는 먹고 살기 빠듯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하지만 그것들은 돈도 많이 버는 것들이 이런 짓을 해."
"그러니 기레기라고 불리지."
여현구 일당은 이런 식으로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협박을 일삼다가 교도소까지 갖다온 전과범들이었는데 심부름센터의 소개로 무려 1천만 원을 받기로 하고 오늘의 일에 동원되었다.
아울러 그들은 이번 일을 의뢰한 심부름센터에서 현장에 가면 기자들이 있을 거라고 했기에 그들도 자신들처럼 돈을 받고 동원 되었을 거라고 여겼고, 그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틀린 점이 있었으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십여 명 중에 절반은 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일명 파워 블로거로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 가온누리의 음식을 맛보고 그 광경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 카메라를 갖고 온 자들이었다.
"왔다."
"먹자."
"오! 냄새 좋은데."
"아까운데 최대한 먹고 나서 일을 벌이자."
"잔소리 말고 먹기나 해."
천만 원의 의뢰비에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나 오늘 음식 값은 이들이 계산해야 했다.
때문에 돈이 아까운 이들은 이심전심으로 최대한 많은 음식을 먹고 나서 일을 벌이기로 했다.
"아! 너무 맛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몰리지."
"쩝, 솔직히 음식에 장난치기가 아깝다."
"미친 놈, 돈 벌기가 쉬운 줄 알아? 다음 번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시작해."
"알았어."
이들이 시킨 음식은 코리안 소스 떡갈비였다.
코리안 소스 떡갈비는 고기를 잘게 다져 숯불에 구운 떡갈비를 스테이크처럼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였는데 고기 맛도 맛이지만 특별한 비법으로 만든 소스 맛이 너무 황홀해서 아예 소스도 깔끔하게 다 먹었다.
"와우~! 이번 것도 맛있겠다."
"흐미, 돈만 있다면 매일 같이 오고 싶다."
"감탄만 하지 말고 잘해."
"알았어."
"아! 양념이 충분히 베어들게 지금 집어넣어."
"먹지 말고, 지금?"
"그래, 어서!"
"아까운데?"
"염병, 빨리! 그래야 요리 할 때부터 들어갔다고 하지."
"쩝, 알았어."
애피타이저로 게살말이와 야채샐러드가 나온 이후에 떡갈비가 나왔고 그 다음에는 과일과 각종 야채와 버섯이 곁들여진 골동면이 나왔다.
골동면은 과거 임금님 수랏상에도 올랐던 궁중 요리인데 가온누리의 골동면에는 특이하게도 키위와 파인애플이 섞여서 색감도 좋고 풍미도 더해졌다.
잠시 후, 한 명의 사내가 상의 속주머니에서 비닐봉투를 꺼내서 그 안에 든 바퀴벌레를 골동면에 담갔다.
"현구야, 소리는 언제 지를까?"
"일단 먹어."
"미쳤냐, 바퀴벌레가 든 것을 어떻게 먹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먹어야 의심을 안 하지?"
"네 것을 같이 먹고 여기 있는 것을 그쪽으로 옮기면 되지."
"염병, 나 먹을 것도 부족한데. 알았으니까 그것부터 한쪽으로 치워."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짓을 하고 있지만 바퀴벌레가 근처에 있는 것이 찝찝한 이들은 문제의 골동면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는 다른 골동면을 함께 나눠 먹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골동면에 빠진 바퀴벌레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잠시 꿈틀거리던 녀석은 아직 죽지 않았는지 몸을 움직이더니 뭔가에 홀린 것처럼 주위를 뒤덮고 있는 야채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은 야채를 먹으면 먹을수록 바퀴벌레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점이었다.
이는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실린 음양오행기가 깃든 야채를 먹음으로써 생명력이 회복되어서 그렇게 되었는데, 녀석은 어느 순간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들은 것인지 그릇을 타고 밖으로 나오더니 테이블 밑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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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게 다, 순전히 그놈 때문이야!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던 지훈은 프랑스 대사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전갈에 잠깐 짬을 내서 정원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로 이동했다.
한국의 정자를 본떠서 만든 야외 테이블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았는데 프랑스 대사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온누리는 오픈 초기에 훔볼트 대사가 다녀간 이후로 주한 외교관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외교관들이 거의 매일같이 찾고 있었다.
"오! 이지훈 셰프, 어서 오세요."
"대사님, 음식은 입에 맞으셨는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본국의 대통령과 총리께서 왜 그토록 이 셰프의 요리를 그리워하는지, 그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 역시 그분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이 셰프의 요리를 먹은 사실을 알면 그분들이 무척 부러워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이 셰프의 요리는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아름다우면서도 환상적인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한국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닫고 신에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대사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훈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장 폴랑 프랑스 대사는 4일 후, 금요일 점심에 중요한 손님을 이곳으로 초대했음을 알렸다.
"대사님, 보다 확실한 준비를 위해서 그분들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의 부모님과 은사님 부부가 한국을 방문하시는데 그분들을 이곳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대사님의 부모님과 은사님이면 나이가 지긋하시겠군요?"
"네 분 모두 70세가 넘으셨습니다. 아! 그리고 다들 송아지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만큼 송아지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셰프. 나는 그분들도 이 셰프의 요리를 먹게 되면 내가 그러는 것처럼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사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