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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장님이 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입니다. 모든 것에는 유행이란 것이 있는 만큼 지금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장님, 우리 J&J라면 가온누리를 한국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키울 수 있습니다."
"만족스런 대답을 못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이 사장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한승훈은 지훈을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매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만큼 많기에 그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훈은 미련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가온누리를 확장할 수 있을까?'
꼭 돈을 벌기 위해서 가온누리를 확장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었는데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해준 음양오행기가 오히려 문제였다.
'방법은 음양오행기가 아니더라도, 아니 꼭 내가 아니더라고 해도 가온누리만의 뛰어난 맛과 건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해.'
프랑스에서 느낀 거지만 대부분의 일류 셰프들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들을 재교육 시킨다.
이는 자신이 요리를 배웠던 에콜 드 퀴진 뽀이도퀴시만 봐도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재교육을 받은 셰프들은 스승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정수준 이상의 퀼리티를 보장한다.
'우리도 그런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야겠어. 아! 그전에 모든 메뉴와 관련해서 아주 구체적인 레시피부터 만들어야 해.'
지금도 레시피는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레시피로는 부족했다.
이는 음양오행기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세세한 레시피가 필요 없었고, 설령 레시피를 만든다고 해도 그 맛을 재현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랬다.
반면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의 레시피는 레시피만 따라서하면 누구라도 그 맛을 거의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구체적이었다.
'그렇다면 음양오행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최고의 맛을 내는 조리방법부터 찾아내야 해. 안 되겠어! 오늘 저녁부터서는 그걸 알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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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로 이 남자야!
어느덧 나흘이 지났다.
그동안 지훈은 가온누리의 영업이 종료되면 레시피 제작을 위해서 조리방법을 살짝 달리 하면서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요리를 매일 같이 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리방법을 바꿔 봐도 음양오행기가 들어간 요리의 맛을 뛰어넘거나 재현할 수가 없었다.
'휴~! 이건 나와의 싸움이라너무 어렵구나.'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싸움을 오늘도 계속하던 지훈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주방을 벗어나서 2층에 마련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이럴 때 수아가 있었으면 큰 힘이 되었을 텐데.'
일이 잘 안 풀리는 탓에 수아가 부쩍 그리워진 지훈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파리는 지금이 저녁때다 보니, 한창 바쁜 것인지 신호가 계속 감에도 끝끝내 전화를 안 받았다.
'많이 바쁜가 보네.'
통화를 하지 못한 것이 섭섭하지만 워낙 바빠서 그렇다고 여긴 지훈은 무심코 TV를 켰다.
TV에서는 재방송으로 짐작되는 음악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레이나의 무대였다.
'곡을 바꿨다고 하더니 발표를 했나 보네.'
전에 만나서 준비하고 있는 신곡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었던 지훈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레이나의 곡을 감상했다.
'후렴구는 그대로지만 앞부분은 더 경쾌해진 것이 훨씬 좋은 것 같은데.'
어찌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리아의 곡을 골라줬지만 음악과 관련해서는 일반인에 불과한 지훈은 레이나의 신곡이 히트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레이나의 신곡은 자신이 주제넘게 얘기한 것이 많이 반영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히트하지 못한다면 레이나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 스스로가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종이 꽃가루가 왜 날리지?'
눈이 빠지게 레이나의 무대를 감상하던 지훈은 갑작스레 화면을 뒤덮은 종이 꽃가루의 출현이 의아했다.
그사이 사회자로 보이는 두 명의 남녀 연예인이 나와서 클로징 멘트를 하면서 레이나의 1등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어! 레이나가 1등을 했다고?"
뒤늦게 레이나가 1등을 했고 조금 전의 무대가 앙코르 무대임을 알게 된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기뻐하다가 요란한 벨소리에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엥! 레이나잖아.'
"여보세요."
-지훈 오빠, 저예요.
"이나야, 축하한다."
-오빠도 내가 가요프로에서 1등 먹은 것 알고 있었어요?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방금 전에 TV 봤어."
-헤헤~! 그랬구나. 오빠, 지금 나올 수 있어요?
"지금?"
-데뷔하고 처음 하는 1등이라 몇몇 지인들과 클럽에서 파티하고 있어요. 아! 예은이도 같이 있어요.
"리아는?"
-리아는 지금 유럽에 있잖아요?
"맞다!"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리아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해외에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녀는 지금도 변함없이 지훈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한국에 있을 때는 종종 가온누리를 찾았다.
-오빠, 빨리 와요. 누구보다도 내게 큰 조언을 해준 오빠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내가 그런 자리에 끼어도 될까?"
-그럼요. 당연히 와야죠. 이번 노래는 누가 뭐라 해도 오빠 덕에 히트했잖아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오빠, 내가 미리 연락 안 했다고 삐졌어요?
"아냐."
-그러면 빨리 와요. 오빠,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기다릴 거예요.
워낙 기뻐서일까, 레이나의 음성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기쁜 마음에 감염된 지훈은 피곤함도 잊고 그녀의 위치를 물었고, 얼마 후에는 그녀가 있다는 청담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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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피해서 클럽 밖에서 통화를 했던 레이나는 여전히 왁자지껄한 자신의 룸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오랜 친구인 예은을 비롯해서 이번 곡의 안무를 맡고 있는 세 명의 백댄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나야, 지훈 오빠는?"
"이쪽으로 오기로 했어."
"다행이 아직 안자고 있었나 보네?"
"그랬나봐. 그런데 오빠도 내가 1등 한 것을 알고 있더라."
"계집애, 좋겠다."
"이나야, 누가 오기로 했어?"
"응. 잘 아는 오빠가 오기로 했어."
"잘 아는 오빠, 누구? 혹시 나도 아는 사람이야?"
세 명의 백댄서 중에 리더이자 안무 창작을 맡고 있는 지수는 레이나와 예은과는 같은 연습생 출신으로 몇 년을 함께 지냈기에 무척 친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인간관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알고 있는 사람인가 싶어서 레이나가 부른 오빠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하게 여겼다.
"네가 직접 본 적은 없겠지만 얼굴 보면 누구인지 알 수도 있어."
"내가 얼굴 보면 알 수 있다면 아이돌 그룹의 멤버?"
"아냐."
"지수야, 지훈 오빠는 이쪽 분야의 사람이 아니고 셰프야."
"셰프라면 요리사?"
"응."
"그런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알아?"
"오빠가 예전에는 CF도 여러 개 했고 뉴스에도 몇 번 나왔거든."
"CF까지 했다면 유명 요리사인가 보네?"
"맞아."
"그런 사람을 너희가 어떻게 알아?"
"어찌하다보니 알게 됐어."
예은과 레아니가 지수의 질문에 대답을 하던 도중에 누군가가 노크를 하고 룸 안으로 들어왔다.
20대의 젊은 남자인 그는 예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지금도 방송에 간간히 나오는 유지원이란 자로, 레이나와 예은의 소속사 선배였다.
"어마!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서 오세요."
"다들 안녕. 레이나, 1등한 것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님, 이곳에는 무슨 일이세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레이나가 여기 있다고 해서 축하도 해줄 겸 잠시 들른 거야."
"고마워요, 선배님."
"레이나야, 조금 있다가 내 친구들과 합석할래?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잘 나가는 놈들이라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어."
"정말요, 선배님? 어디 룸인데요?"
"2층의 VIP룸이야."
"선배님, 죄송해요. 다른 일행이 오기로 해서 합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합석을 하자는 유지원의 제안에 예은은 즉각적으로 긍정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레이나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찰나지만 유지원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생기는 것이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내색을 하지 않은 그는 자신의 일행이 기다리는 VIP 룸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유지원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세 명의 사내가 제법 취한 상태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 명은 박현식이었다.
"지원아, 어떻게 됐어?"
"레이나가 합석하겠데?"
"예은이는 좋다고 했는데 레이나는 다른 일행이 온다면서 어렵다고 하네."
"예은이라면 간간히 예능 프로에 나오는 여자애?"
"응."
"걔는 끼어들지 말라고 해."
박현식을 비롯해서 유지원의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레이나였다.
이는 레이나가 예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훨씬 섹시해서 그랬다.
이는 그녀가 풋풋했던 걸 그룹 시절과는 달리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서 이전에 비해서 요염함과 섹시함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와서 그랬다.
덕분에 신곡 발표와 함께 섹시의 대명사로 떠오른 레이나는 뭇 남자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지원아, 레이나를 품을 수는 없을까?"
"현식이 네가 스폰해주게?"
"레이나를 가질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
"요즘 한창 뜨는 애라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을 걸?"
"까짓것, 달라는 대로 주면 되지? 그리고 내 말만 들으면 보너스로 우리 회사 전속모델도 시켜줄 수 있어."
그 누구보다 레이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박현식이었다.
예전에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썼던 그는 브라운관 전체에서 전해지는 레이나의 섹시함에 푹 빠진 상태였다.
게다가 이제는 어엿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이나를 갖고 싶었고, 자신 정도면 연예인을 애인으로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박현식은 자신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할 생각인지 계속해서 유지원을 부추겼다.
"지원아, 네가 명색이 연예계 대선배인데 그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잖아?"
"걔가 은근히 콧대가 높아서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전에는 네가 나서서 유찬이에게 스폰 계약을 연결해줬잖아?"
"그때 걔는 별로 인기가 없는데다가 헤픈 애라 쉬웠지만 레이나는 달라."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번 일만 성사시켜주면 내가 거마비는 두둑하게 주마."
"진짜지?"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것 봤어?"
"얼마 줄 생각인데?"
"이 바닥의 시세보다 두 배 이상 줄게."
"레이나 같은 A급이면 더 비싼 것 알고 있지?"
"알았어. 5천 줄게."
"5천? 약속했다."
"자식, 나 못 믿어?"
"좋아, 기다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도박에 빠진 유지원은 벌어놓은 돈을 탕진한 것은 물론이고 빚까지 지고 있어서 한 푼이 아쉬웠다.
게다가 한물 간 연예인 취급을 받고 있는 지금은 방송출연도 쉽지 않아서 벌이가 시원찮았다.
그래서 이전에도 여자 후배들을 접촉해서 비밀리에 이런 식의 거래를 성사시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 마당에 5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돈 욕심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5천이면 잘만 하면 3~4억으로 불릴 수 있을 거고, 그 돈이면 빚은 대충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도박에 중독된 유지원은 이번 일을 성사하면 거마비로 받은 5천만 원을 가지고 다시 도박을 할 생각이었고, 이번에는 무리한 베팅만 하지 않는다면 몇 억은 벌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기에 반드시 성사를 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레이나가 자리하고 있는 룸을 다시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