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15화 (115/219)

<-- 115 회: 4-4 -->

"선배님, 무슨 일이세요?"

"레이나, 넌 CF 해볼 생각 없니?"

"CF요?"

"그래. 파밀시에테라고 요즘 잘 나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는데 알고 있어?"

레이나의 룸을 다시 찾은 유지원은 할 말이 있다며 그녀를 복도로 불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폰서를 소개시켜 주는 일은 불법 여부를 떠나서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큰 이슈가 되면서 연예계 생활을 정리해야만 하기에 은밀함이 필수였다.

"오고가면서 몇 번 본적은 있어요."

"내 친구가 거기 사장인데 널 전속모델로 기용하고 싶나봐."

"정말요?"

"말도 마. 너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어떻게라도 널 모델로 쓰고 싶은가봐."

"그런 업체의 전속모델만 될 수 있다면 저도 좋죠."

"그렇지? 게다가 그 친구 집이 엄청 빵빵해서 수천 억대 재산을 갖고 있어. 참! 그 녀석, 아버지는 국회의원이야."

"아! 네."

"그런데 말이야, 그 친구가 너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아주 많더라고."

"개인적인 관심이요?"

"응. 너도 연예계 생활을 많이 해봐서 알겠지만 여자 연예인이 인기를 유지하려면 스폰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런데요?"

"그 친구라면 너의 훌륭한 스폰서가 되어서 필요한 총알은 계속 대줄 수 있을 거야."

"선배님, 지금 무슨 얘기 하시는 거예요?"

"너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모른 척 해?"

"선배님, 분명히 얘기하지만 전 스폰서가 필요 없습니다."

"야! 이건 절호의 기회야. 네가 만약 지금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늦기 전에 스폰서를 구해야 해."

"선배님, 전 싫다고 얘기 했습니다."

"레이나, 너 또 다시 무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번 떴을 때 방송관계자들을 잘 구워삶아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 돈을 어떻게 만들 거야? 혹시 그 사람들이 요구할 때마다 매번 옷을 벗을 거야?"

"선배님!"

"기분 나빠도 잘 들어. 그게 현실이야! 그런 노친네들과 뒹굴 바에는 나이차이도 안 나는 내 친구가 훨씬 좋잖아? 그리고 내 친구는 아직 솔로라 정식 여친이 될 수도 있어."

5천만 원에 눈이 뒤집힌 유지원은 어르고 달래면서 레이나를 설득했다.

그중에는 오늘 일을 거부하면 스캔들을 조작해서 다시는 연예계 생활을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도 끼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관심이 없는 레이나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의 뜻을 밝히고 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야! 내 얘기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선배님이 말 같지 않은 얘기를 계속 하시니까 그렇죠."

"뭐! 말 같지 않은 얘기? 너, 인기 좀 얻었다고 선배 말이 우습게 들리나 보다?"

"선배님, 부탁인데 절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돌아가세요."

"뭐가 어쩌고 어째!"

계속된 설득에도 레이나가 말을 듣지 않자 화가 난 유지원은 금방이라도 완력을 행사할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그녀를 VIP룸으로 데려갈 생각에 억지로 잡아끌었다.

"이거 놓으시죠."

"넌 뭐야?"

"오빠!"

"오빠?"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나가 싫다고 하는데 경찰을 부르기 전에 돌아가시죠."

갑자기 나타나서 유지원을 제지하고 레이나를 구해낸 것은 지훈이었다.

"모르면 빠져. 난 레이나의 선배야."

"선배라고 해서 싫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죠. 이나야, 이 사람을 따라가고 싶니?"

"아뇨, 전혀요."

"들으셨죠? 좋게 말로 할 때 돌아가십시오."

"이 자식이, 네가 뭔데 끼어들어?"

레이나의 팔뚝을 잡고 있는 유지원의 오른팔을 완력으로 떼어 낸 지훈은 그를 한쪽으로 밀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존심이 상한 유지원을 지훈을 때릴 생각에 주먹을 뻗었다가 중도에 잡히고 말았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입니까?"

"이것, 안 놔!"

"이나야, 먼저 들어가."

"오빠?"

"내 걱정 말고 어서!"

"이 자식, 크게 다치기 전에 당장 이손 놓지 못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해보시지."

레이나를 룸 안으로 들여보낸 지훈은 자신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 온몸을 비틀며 발광을 하는 유지원을 더욱 강한 힘으로 옥죄었다.

어떻게든 잡힌 손을 빼내기 위해서 발악을 하던 유지원은 방법이 없다고 여겼는지 이번에는 왼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공에서 잡힌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것 안 놔!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까불어?"

"한때는 유명 연예인이었던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이게 정말! 경호원들 부르기 전에 당장 이 손 놓지 못해!"

"사람을 불러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유지원은 경호원을 들먹이며 지훈을 위협했다.

그러나 고작 그런 것에 겁먹을 지훈이가 아니었고, 유지원은 다시금 발광을 했다.

하지만 지훈의 강력한 힘에 오히려 양 팔이 꺾인 그는 컥컥 거리며 고통스러워 하다가 풀어달라고 사정을 하고서야 지훈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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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근덕거리는 유지원을 쫒아낸 지훈은 룸 안에 들어가서 레이나 일행과 어울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하지만 레이나가 복도에서의 일을 내색하지 않자 자신도 그 얘기는 언급을 안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예은의 반응이 이상해서 그녀는 민망할 정도로 지훈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오빠, 다음번에는 내 차례에요."

"뭐가?"

"리아와 이나를 스타로 만들어줬으니까 이제는 날 스타로 만들어줘야죠."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이나도 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오빠 말대로 노래와 콘셉을 바꾸고 확실하게 떴잖아요. 더군다나 이번 노래의 후렴구는 좋은데 앞부분이 약하다며 고치라고 한 것도 오빠잖아요."

"설마 그랬다고 이번 노래가 히트했을까?"

"그럼요. 회사에서도 콘셉을 섹시로 바꾼 점과 노래의 초반부에 비트를 강렬하게 만든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그거야 우연의 일치이지."

"그게 벌써 세 번째인데 우연이라고 하면 안 되죠. 심지어 우리 회사에서도 이제는 오빠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어요. 이나야, 너도 얘기해봐."

"오빠, 그건 예은의 말이 맞아서 우리 회사 사장님도 오빠를 만나고 싶어 해요."

예전에 리아도 회사에서 종종 지훈과 관련한 얘기를 했었다.

그러던 차에 지훈의 의견대로 콘셉과 노래를 바꾼 레이나까지 성공을 하게 되자 소속사의 사장이 지훈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난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셰프야. 요리라면 모르겠지만 음악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그야말로 지금까지는 우연의 일치에 불과해."

"그래서 내게는 조언을 안 해주겠다는 거예요?"

"해줄게.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

"설마 내게는 조언을 성의 없이 해주는 것은 아니겠죠?"

"내가 잘은 모르지만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해줄게."

"헤헤~! 고마워요, 오빠."

친한 친구이자 무명생활을 함께 했던 리아와 레이나가 하루아침에 스타로 뜨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탓인지 예은은 지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지훈은 부담스럽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또는 느끼는 한도 내에서는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만 마치 애인처럼 바짝 달라붙어서 이따금씩 신체 접촉을 해오는 그녀의 적극성이 부담스럽기는 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인사를 나눈 이후로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지수라는 여자가 질문을 해온 것은 그맘때였다.

"아까 셰프라고 들었는데 어디서 근무하세요."

"가온누리라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머! 가온누리요? 저도 거기 몇 번 가봤는데."

"그러셨습니까? 맛은 어땠습니까?"

"오빠, 지수도 우리 친구이니까 편하게 얘기해. 지수야, 너도 오빠라고 해."

"응, 알았어. 오빠, 완전 최고였어요. 우와~! 오빠가 가온누리의 사장님이라니 너무 신기해요."

"가온누리면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이잖아?"

"당연하지. 요즘 가온누리 모르면 간첩이야."

"오빠, 소문에는 가온누리가 하루에 1억을 넘게 번다던데 사실이에요?"

"지수야, 그게 무슨 소리야?"

"예은아, 가온누리는 오전부터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아서 하루에 1억은 우습게 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모르고 있었어?"

지훈이 가온누리를 순간 지수를 비롯해서 다른 두 명의 백댄서들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지수는 소문까지 들먹이며 그게 사실인지 물었는데 그 순간 예은의 두 눈이 번뜩였다.

"오빠, 정말이야? 우~와! 우리 오빠, 완전 성공했네."

"1억은 과장된 얘기이고 8천쯤 돼."

"8천만 원, 그것도 어디야?"

'요리 실력이 대단하다더니 이 정도였어? 그나저나 하루 8천이면 한 달이면 24억이니까, 최소한 한 달에 10억은 벌겠네. 오~! 대박인데.'

가온누리가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던 예은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 그녀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와서 더더욱 지훈 옆에 달라붙더니 어느 순간 질문을 해왔다.

"오빠, 그렇게 인기가 좋은데 2호점은 안 만들어?"

"고민 중이야."

"고민할게 뭐가 있어? 빨리 만들어."

"난 2호점을 떠나서 내가 직접 요리하지 않아도 맛을 유지할 수가 있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어. 그래서 지금은 그 방법을 찾고 있어."

"오빠, 해외에도 진출한다고?"

"응. 한식을 널리 알려서 세계화 시키는 것이 내 목표야."

"이야~! 우리 오빠, 나중에는 일류 셰프가 아니라 큰 회사의 사장님이 되겠네?"

'바로 이 남자야! 늦기 전에 이 남자를 낚아야 해. 다행이 여친이 한국에 없다니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스타가 되기 위해서도 지훈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예은은 그가 큰돈을 번다는 생각에 아예 유혹을 해서 자신의 남자로 만들겠다고 작정했다.

"오빠, 한 잔하자."

"예은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아냐?"

"기분도 좋지만 오빠가 옆에 있으니까 안심하고 마시지. 오빠, 나 숙소까지 바래다 줄 수 있지?"

"예은아, 오빠도 피곤할 텐데 내차 타고 같이 가."

"야! 넌 스케줄이 빡빡해서 최대한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네 차를 얻어 타? 지금도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맘에 걸리는데, 차라리 오빠 차를 얻어 타는 것이 더 편해."

"이나야, 예은이는 내가 바래다 줄 테니까 넌 그렇게 해."

"거봐, 오빠가 태워준다고 하잖아?"

리아를 통해서 스타가 얼마나 빽빽한 스케줄에 시달리는지 잘 알고 있는 지훈은 레이나를 위해서 예은의 기사를 자청했다.

물론 자신도 내일 일을 해야 하는 만큼 피곤하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젊은 만큼 하루쯤 못자는 것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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