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16화 (116/219)

<-- 116 회: 4-5 -->

지훈이 레이나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무렵, 지훈에 의해서 쫓겨난 유지원은 분함을 참지 못해서 씩씩거리며 자신의 룸으로 들어갔다.

"지원아, 어떻게 됐어?"

"웬 잡놈이 불쑥 끼어든 바람에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갔다가 실패했어."

"그 잡놈이 누구인데?"

"몰라. 생전 처음 보는 새끼였는데 레이나하고는 무척 잘 아는 사이 같았어."

"매니저인 것 아냐?"

"매니저이면 나도 알지. 그리고 매니저라면 그 자식이 내게 그렇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야."

"어쨌는데?"

"말도 마라. 덩치는 얼마 안 큰 놈이 힘은 어찌나 좋던지 하마터면 팔이 뽑히는 줄 알았어."

"힘이 좋다면, 혹시 보디가드인 것 아냐?"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어쨌든 레이나를 내게 붙여주는 일은 실패했다는 소리네?"

"그 자식만 아니었다면 성공했다니까!"

"그러면 언제쯤 레이나를 내 앞에 데려올 수 있는데?"

"늦어도 두 달 안에는 가능해. 하지만 레이나가 믿을 수 있도록 뭔가를 보여줘야 해."

"무슨 뜻이지?"

"레이나가 내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을 믿게 하려면 선불을 쏴줘야 한다고."

"선불, 얼마나?"

"최소 5천은 선불로 땡겨줘야 레이나도 믿고 따라오지."

"5천이라고, 좋아. 그 돈은 바로 주지. 대신 두 달은 너무 길고 한 달 안에 끝내."

레이나의 대답은 의심의 여지없이 거절이었다.

그러나 자존심상 그 말을 사실대로 할 수 없었던 유지원은 큰소리를 빵빵 쳤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박현식을 향해서 핑계 삼아서 선불 운운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유지원은 박현식이 5천만 원을 정말로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5천을 이 자리에서 주겠다고?"

"왜, 자신 없어?"

"야! 이 세상에서 돈 싫어하는 여자 봤냐? 레이나도 똑같아. 하지만 그 계집은 잘 나가니까 겨우 5천 갖고는 네 뜻대로 할 수 없을 거야."

"당연하지. 5천은 네 말대로 선금에 불과해."

"그러면 레이나가 원하는 대로 팍팍 밀어주겠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그러니 넌 돈 문제라면 걱정 말고 작업이나 잘해서 내 앞에 데려오기만 해."

"그건 염려 마."

'5천이라, 됐어!'

거의 포기했던 5천만 원을 수중에 쥔 유지원은 벌써부터 도박할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물론 이 돈은 레이나에게 전해줘야겠지만 자신이 도박을 해서 돈을 불린 후에 넘겨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다시금 지갑을 펼친 박현식은 천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꺼내서 유지원에게 넘겼다.

"이건 뭐야?"

"거마비. 먼저 주는 거니까 실수하지 말고 잘해. 그리고 감히 내 일을 방해한 놈은 적당히 손 좀 봐줘. 그 정도는 네가 할 수 있겠지?"

"그럼, 그럼!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

생각지도 못했던 2천만 원을 추가로 받은 유지원은 비굴한 웃음까지 지어가며 박현식의 비유를 맞춰주고는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클럽의 영업부장을 찾아서 지훈의 일을 부탁했다.

"부장님, 가볍게 손만 봐주시면 됩니다."

"그래도 우리 가게에 온 손님들인데 어떻게 그래?"

"클럽 밖에서 하면 누가 알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시켰다고 하십시오."

"네가 시켰다고 하라고?"

"그놈이 먼저 제게 완력을 행사했다니까요! 제가 오죽 자존심이 상했으면 이런 부탁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손을 얼마나 봐주라고?"

"가볍게 귀싸대기 몇 대 때리면서, 놈에게 함부로 연예계 일에 끼어들었다가는 큰 일이 나겠다는 겁만 주시면 됩니다."

"버릇만 고쳐주라 이거지?"

"맞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제가 시켰다고 하시면서 다시는 내 앞에서 깝죽거리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다른 클럽들과 마찬가지로 조폭 출신의 영업부장은 동료 연예인을 종종 데려올 뿐만 아니라 재력가나 실력자의 자제들을 클럽으로 자주 데려오는 유지원의 부탁을 마지못해 수락했다.

사실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클럽의 매출 증진에 적잖은 역할을 하는 유지원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웠고 일반인을 상대로 적당히 겁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같은 시각 유지원이 사라진 VIP 룸에서는 박현식이 다른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식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레이나가 무지 맘에 들었나 보다?"

"걔 괜찮지 않냐? 그리고 나 정도면 그만한 애를 데리고 다녀야지 않을까?"

"뭐, 그 정도면 괜찮지. 하지만 여자 연예인들 데리고 다니면 귀찮은 일이 생겨서 난 싫어."

"기자들 따라붙는 것?"

"맞아! 그것들 말만 기자이지, 파파라치나 다름없어서 너무 피곤해."

"어쨌든 폼은 나잖아?"

"그렇기는 한데 귀찮아서 난 싫다."

"맞아! 연예인 여친을 달고 다니려면 너무 인기 많은 애들은 거치적거리는 것들이 많아서 피곤해. 그러니 적당히 인기 있는 애들이 좋아."

"그건 그래. 그리고 그런 애들이 말도 잘 들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돈도 더 적게 들어서 여러모로 경제적이야."

"그러고 보면 예은이란 애도 괜찮은데, 그 정도면 몸매도 나쁘지 않고 가슴도 크고."

재력가의 자식들인 박현식의 친구들은 다들 한두 번씩은 연예인과 스캔들이 나봐서 그런지 박현식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 박현식은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레이나를 통해서 자신도 유명인사가 되고 싶었다.

사실 말은 안 했지만 TV를 보다가도 지훈의 CF가 나올 때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릴 정도로, 박현식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훈과 자신을 비교하며 경쟁하고 있었다.

그리고 변명 같지만 자신이 유명인사가 되면 사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더더욱 레이나가 탐이 났다.

"그만하면 하룻밤 놀기에는 괜찮지. 어때, 말 나온 김에 그 계집이나 작업해서 놀까?"

"간만에 쓰리섬을 하자고?"

"왜 쓰리섬이야? 현식이까지 끼면 포섬이지."

"야! 나는 됐으니까 빼줘. 난 아무리 배고파도 아무거나 안 주어먹어, 그렇게 막 주워 먹다가 체하면 약도 없어!"

"오~! 꼴에 외식 사업 한다고 미식가인척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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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후~! 됐어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던 새벽 5시 무렵 클럽을 나선 지훈은 레이나와 지수를 비롯해서 두 명의 백댄서를 먼저 보냈다.

아까부터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던 예은은 방해자들이 사라지자 이때다 싶어서 비틀거리며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은아."

"오빠, 나 취했나봐."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이나가 1등을 해서 너무 기분이 좋은데 어떻게 적당히 마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비틀~!

많이 취한 척 재차 비틀거리던 예은은 지훈이 자신을 부축하는 사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졸지에 예은을 껴안은 상태가 된 지훈은 당황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예은아, 업힐래?"

"오빠, 차는 어디에 뒀어?"

"저 아래쪽 주차장에 세워놨어."

"운전할 수 있겠어?"

"대리 불러야지."

"그러면 오빠 먼저 가. 난 택시타고 갈게."

"많이 취했는데 무슨 택시를 타고 간다는 거야?"

애초부터 합숙소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예은은 갑자기 택시를 타겠다더니, 자신을 업겠다는 지훈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혼자서 걸어갔다.

그러나 그건 철저히 계산된 연극으로, 예은은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면 지훈이 따라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예측대로 지훈이 따라 나섰다.

"예은아, 어디가?"

"오빠, 나 안 되겠어."

"뭐가 안 된다는 거야?"

"힘들어서 더는 못가겠어.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

"그러니까 업혀."

"싫어."

"예은아, 어쩌려고 그래?"

"오빠,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여기서 잘래."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의 클럽은 조금만 떨어지면 모델이 즐비한 골목이 나타나는 법이어서 예은과 지훈은 어느덧 모델 앞에 당도했다

"여기서 자겠다고?"

"오빠, 너무 피곤해.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합숙소에 들어가면 다른 애들이 나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될 거야. 걔네들도 피곤할 텐데 그냥 여기서 자야 할 것 같아."

모텔에서 자야만 하는 적당한 핑계를 둘러댄 예은은 취기가 올라오는 척 고개를 두어 번 흔들더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훈의 팔짱을 끼고는 꼭 끌어안았다.

덕분에 제법 풍만한 예은의 가슴이 지훈의 팔뚝에 눌리면서 뭉클한 감촉을 전달했다.

"예은아, 정신 차려."

"오빠, 너무 힘들어. 빨리 자고 싶어!"

"예은아."

대부분의 남자라면 이 정도 상황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하고 신이 나서 자신들이 먼저 방을 잡는다.

그러나 지훈은 눈치가 없는지 반응이 여전히 미적지근했다.

그게 못내 불안했던 예은은 술에 취한 척 지훈의 얼굴을 더듬다가 그의 왼쪽 귀에 뜨거운 김을 불어가며 재촉했다.

"오빠, 피곤한데 빨리 들어가자! 으~응?"

"예은아, 정신 차려봐."

"오빠, 어서!"

'아이참~! 모텔 앞에까지 온 마당에 뭘 그렇게 망설여?'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은 지훈 때문에 애가 탄 예은은 자존심까지 팽개치며 노골적으로 지훈을 모텔 쪽으로 밀었다.

하지만 눈앞의 지훈은 눈치 없게도 예상 밖의 질문을 해왔다.

"예은아, 혼자서 괜찮겠어?"

"당연히 안 괜찮지. 오빠, 날 버리고 의리 없이 혼자만 갈려고 그랬어?"

"둘이 모텔에 들어가기는 그렇지 않아?"

내색은 안 했지만 지훈은 룸 안에 있을 때부터 예은이가 자신을 유혹하려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챘다.

그도 그럴 것이 바보가 아닌 이상 예은이가 자꾸 신체접촉을 해오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모텔로 밀어대는 모습에서 자신의 추측이 틀림없음을 확신했다.

'이를 어쩌지! 수아도 마음에 걸리지만 리아 때문에도 예은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돼.'

지훈도 남자인 만큼 미모의 여자가 유혹을 해온다면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예은이는 친 동생처럼 여기고 있는 리아의 친구이기에 자신이라도 정신 차리고 지켜줘야 했다.

추측이지만 리아와 레이나가 스타가 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예은은 자신이 도와주면 본인도 스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러는 것 같았다.

'예은아, 네가 이러지 않아도 힘껏 도와줄 테니 제발 이러지 마라.'

만약 두 번 다시 안볼 사이라면 상대의 자존심은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리아와 레이나 때문에도 그럴 수 없는 만큼 예은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거절해야 했기에 너무도 어려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일이 생긴 것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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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일행들과 함께 클럽을 나온 직후, 박현식도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그들 옆에는 저마다 한 명씩의 여자가 달라붙어 있는 것이 어느새 여자를 구한 것 같았다.

사실 재력이 넘치는 그들이라면 하룻밤 상대를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현식아, 어디로 갈래?"

"한강변 M호텔이 좋은데 그쪽으로 갈까?"

"거기도 좋지."

"출발하자."

"미쳤나? 난 음주운전은 절대 안 해."

"이 시간에 단속이 어디 있다고 그래? 경찰들도 기어들어가서 자야지."

"현식아, 지원이 말대로 예전처럼 달려보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 호텔 비 계산하는 것 어때?"

"난 싫어. 대리 불러서 갈 거야."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큰 곤혹을 치렀던 박현식은 음주운전을 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막말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또 다시 사고를 내거나 단속에 걸리면 그때는 자신만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는 아버지에게도 불통이 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아버지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혀서 사업과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가 없기에 묵묵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일행도 앞서가는 박현식의 뒤를 따랐는데 그 와중에 박현식은 한 무리의 남자들에 둘러싸인 커플을 발견했다.

그런데 불그스름한 모텔의 조명에 얼굴이 드러난 사내는 다름 아닌 지훈이었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박현식은 술이 확 깨며 정신이 들었다.

"저 새끼가 저기서 뭐하는 거야?"

'수아는 아닌 것 같은데 저 여자는 누구지?'

지훈을 비롯해서 수아와 연락이 끊긴 박현식은 지훈이 귀국할 때 당연히 수아도 함께 귀국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훈이 수아가 아닌 다른 여자와 모텔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너무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어! 저 새끼가, 저기 있네?"

"지원아, 아는 놈이야?"

"아까 내가 말했던 잡놈이 저놈이야. 저놈 때문에 레이나의 일을 망쳤어."

"지원아, 저놈이 그놈이야?"

"맞아."

"옆에 여자는 누구냐? 레이나는 아닌 것 같다."

"예은이 같아."

"뭐야, 저 새끼가 그년의 애인이었어?"

"하여간 못 나가는 계집들이 하는 짓도 다 그렇지."

"그나저나 그 옆의 덩치들은 뭐냐?"

"저 새끼, 손 좀 봐주라고 내가 보낸 덩치들이야."

"큭큭, 저 새끼도 재수 졸라 없네. 덩치들 때문에 떡도 못 치게 되었잖아."

지훈을 둘러싼 덩치들 중에서 클럽의 영업부장을 발견한 유지원은 흐뭇한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자랑을 하듯 상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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