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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씨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메르앙 호텔은 매출의 37%를 수수료로 받고 있으며 매월 일정수준의 매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많군요."
"물론 수수료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메르앙 호텔에 입점한다는 것은 맛과 품격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건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온누리에게 안겨 줄 것입니다."
매출의 37%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물론 호텔은 부가세와 봉사료를 제외하더라도 기본 금액이 비싼 만큼 그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한다고 해도 손해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매장을 얻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호텔 측에 넘기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막말로 메르앙 호텔은 고급스런 이미지와 장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가만히 앉아서 상당한 이득을 획득하는 셈이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가온누리는 맛과 품격에서 인정을 받은 상태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지훈씨, 가온누리는 규모의 한계에 부딪쳐서 적지 않은 고객이 걸음을 되돌린다고 들었습니다."
"오면서 보셨겠지만 그래서 별관을 짓고 있습니다. 아마 3주 후부터는 그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존슨이 지훈을 찾은 이유는 가온누리를 메르앙 호텔에 입점 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미 엄청난 명성을 누리고 있는 가온누리가 호텔에 입점한다면 매출은 걱정 안 해도 좋았다.
더군다나 오바나 대통령이 천상의 맛으로 극찬한 이상 가온누리를 입점 시키면 호텔의 품격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가온누리를 찾았고, 이렇게 하면 다른 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황송해하면서 냉큼 계약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지훈은 예상과는 달리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직접 맛본 그의 요리 실력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수수료를 인하해서라도 입점을 시켜?'
전 세계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가장 많이 따지는 나라가 한국이었고, 그 덕분에 명품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었다.
이는 특정한 한 분야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이었다.
그 때문에 외국의 자동차 회사나 화장품 회사는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판매가를 경쟁적으로 높게 책정했는데 그건 호텔도 비슷했다.
즉, 한국에 진출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호텔들은 통상적으로 20%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36~38%의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신기한 한국 사람들은 그걸 알고도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를 쳤는데 존슨은 가온누리라면 수수료를 몇 % 인하해서라도 입점을 시키고 싶었다.
또 다른 외국인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존슨의 안색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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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홍삼차를 사이에 두고 지훈은 두 명의 외국인과 마주했다.
은발의 존슨과는 달리 머리를 빡빡 민 덩치 좋은 사내는 메르앙과 마찬가지로 세계 5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컨티넨탈 호텔의 한국 사장인 폴 바그너였다.
"이지훈씨, 내가 몸담고 있는 컨티넨탈 호텔은 세계 최고의 조건으로 가온누리를 초빙하고자 합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셰프에 대한 예우이며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의 기업이념입니다."
"세계 최고의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지훈씨도 아시겠지만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수수료는 17%가 최저 수준입니다. 하지만 가온누리라면 14%까지 인하를 해드리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하군요."
"이지훈씨, 나는 12%까지 맞춰줄 수 있습니다."
지훈과 먼저 얘기를 했던 존슨은 뒤늦게 나타난 폴 바그너가 획기적인 조건으로 가온누리를 채가려고 하자 어쩔 수없이 경쟁에 나섰다.
'본사에서도 가온누리라면 인정을 해줄 거야.'
12%라면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가온누리라면 장사가 잘되는 만큼 매출이 높아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수수료 총액은 증가할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 극찬한 지훈의 실력이나 한국 내에서의 명성을 감안하면 본사에서도 납득할 것 같았고, 오히려 경쟁업체인 컨티넬탈에 뺏겼다가는 책임추궁을 당할 것 같아서 일단 지르고 봤다.
그사이 폴 바그너의 2차 제안이 이어졌다.
"나 역시 12%를 보장 하겠습니다. 아울러 가온누리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건 나또한 마찬가지입니다."
"12%라면 수수료는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 또 다른 요구 조건은 없습니까?"
"내 요구조건은 단 한가지입니다. 이지훈 셰프가 저녁 시간만큼은 호텔에 상주해야 합니다."
"호텔에 상주하라니, 저녁시간에는 무조건 호텔 매장에만 있으라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미안하군요. 전 호텔에만 상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느 곳에 있다고 해도 동일한 맛을 보장할 수는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장류와 조미료 그리고 향신료와 소스를 사용하면 음양오행기를 직접적으로 사용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맛을 내서 인간의 미각으로는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신비한 치유능력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그건 어쩔 수 없기에 지훈은 맛을 지킬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게 통했는지 존슨이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이지훈씨, 우리 메르앙은 그런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걸지 않겠습니다. 다만 일주일에 몇 회 정도는 호텔 매장의 주방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구체적인 횟수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가온누리를 출점할 생각이며 외국에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횟수를 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호텔의 매장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호텔 측에서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럴 생각입니다."
"이지훈씨, 우리 메디앙은 이지훈씨를 믿기에 그런 조건도 내걸지 않겠습니다. 다만 외국의 국빈을 비롯해서 VVIP고객이 방문했을 때는 미리 협조를 구할 테니 그때만큼은 호텔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런 경우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명한 셰프들 중에는 호텔에 입점한 경우를 비롯해서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동시에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호텔에 입점했다고 해서 그곳에 상주하는 경우는 없는 만큼 지훈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맛의 퀼리티를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지훈의 가온누리가 훨씬 앞서기에 호텔 측도 손해는 아니었다.
무슨 말이냐면 유명 셰프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모든 메뉴를 그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무리 세세한 레시피를 마련했다고 해도 셰프의 실력 차에 의한 맛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훈은 그 문제를 해결한 이상 최소한 맛의 차이는 없는 이상 고객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저와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이지훈씨 나 또한 같은 조건입니다."
"난처하군요."
"이지훈씨, 내가 먼저 제안을 했던 만큼 내게 우선권을 줘야지 않겠습니까?"
"고작 그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보다는 세계 최고의 셰프인 이지훈씨의 진가를 알아본 나와 계약을 합시다."
"바그너, 자네는 예의도 모르는 것인가? 단 1분이라도 내가 먼저 제안을 한 이상, 자네가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물러나게."
"존슨,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조건을 내걸었을까? 장담하건데 단 몇 푼에도 벌벌 떠는 자네는 이지훈 셰프의 명예를 손상하는 제안을 했을 것이네."
"그런 소리 말게. 난 처음부터 이 정도의 조건을 염두에 두고 있었네."
"흥! 아무렴 그랬을까?"
"물론이네."
"다투시지 마시고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뭡니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곳과 동일한 맛을 보장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와 함께 하는 두 분의 부 마스터들이라면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만큼 두 분 모두와 계약을 하겠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맛이 다르다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지훈씨,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지훈씨, 그러지 말고 계약조건을 더 수정할 테니 나하고만 계약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두 분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저는 두 분과는 계약하지 않고 다른 호텔하고만 계약을 맺겠습니다."
호텔 측에서 제안을 해온 것은 이 두 사람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훈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마치 다른 호텔에서도 제안을 해온 것처럼 얘기했다.
반면 지훈의 실력이라면 다른 호텔에서도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입장을 바꿔서 서로를 높이기 바빴다.
"메디앙 호텔이라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호텔인 만큼 충분하지요."
"컨티넨탈이라면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두 분 모두, 제 뜻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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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사장들이 가온누리를 입점 시키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을 무렵 박현식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TJ그룹의 이재철을 만나고 있었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박현식이라고 합니다."
"이재철입니다. 김무교 의장님에게 듣기로 박철웅 의원의 아드님 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사업제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사업제안을 하시겠다는 거죠?"
"먼저, 제 명함입니다."
이재철과 마주한 박현식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두 손으로 자신의 명함을 건넸고, 명함을 받은 이재철은 그 내용을 살피다가 파밀시에테라는 문구를 발견한 순간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는 파밀시에테가 자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뚜랑주르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라서 그랬다.
"파밀시에테의 대표 이사가 사업과 관련해서 내게 제안할 내용이 있을까요?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그룹은 뚜랑주르라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전무님께 제안할 내용은 그것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그렇게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어떤 제안인지 바로 얘기해주면 좋겠군요."
신약 개발을 실패하면서 그룹 내의 후계자 경쟁에서 한 발짝 밀려난 이재철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여유가 없어서 자꾸 재촉하고 서두르는 버릇이 생겼다.
게다가 오늘은 딱히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여당의 실세인 김무교 의장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나온 자리라 은연중에 귀찮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겼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뵙고 싶었던 분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잡설이 길었습니다. 핵심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저는 TJ호텔에 우리 회사의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 시키고 싶습니다."
"우리 TJ 호텔에 입점을 하고 싶다고요?"
"김 의장님과 아버지에게 듣기로 전무님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TJ 호텔에 입점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 의장님과 우리 TJ 그룹이 각별한 관계라고는 하지만 아무 업체나 호텔에 입점 시킬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파밀시에테는 우리 계열사와 경쟁관계인데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입점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들 결국은 파밀시에테를 돕는 길인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실인 만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대신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서 납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