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49화 (149/219)

<-- 149 회: 5-13 -->

"물론입니다. 그런 분들은 조금만 알아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요리 연구가일 뿐 궁중 요리를 정통으로 배운 정식 계승자는 아닐 텐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요즘 세상에 정식 계승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들만 데려와도 정통을 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궁중 요리 전문가를 불러서 오직 우리만이 정통이라고 주장하자는 겁니까?"

"솔직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후발 주자도 우리를 따라서 할 수 있는 만큼 감히 그들이 엄두를 못 내도록 거기에 약간의 연출을 가하면 완벽해지지 않겠습니까?"

"연출을 가하자니, 뭘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현존하는 조선 왕실 인사 중에서 적당한 인물을 골라서 궁중의 요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떠들게 하면, 그만큼 고객의 신뢰도가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현존하는 왕실의 인사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안 가져서 그렇지, 제법 숫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궁중 요리를 먹고 자라난 이가 여럿 생존해 있습니다."

"오! 그런 자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몰랐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잊고 있던 조선 왕실의 인사를 끌어들여서 정통성을 주장하자는 의견은 나쁘지 않군요."

"전무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궁중 요리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이가 요리를 만들고, 살아생전에 궁중 음식을 직접 먹어본 왕실의 인사가 완전히 똑같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만든 새로운 프랜차이즈는 가온누리는 갖고 있지 않은 정통성을 갖고 시작하겠군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건강 때문에 한국 음식을 찾는 많은 외국인은 궁중 요리라는 호기심 때문에라도 우리가 만든 새로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지요. 그런데 새로운 브랜드를 확실히 띄울 수 있는 연예인을 반드시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고 했는데,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런 주장을 펼친 것입니까?"

"전무님, 모든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알고 계십니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던 이영화 씨를 모델로 고용하면 사실상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을 모델로 기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전무님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예상되는 금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어느 정도는 감안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단순히 사업성만을 보고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한식을 세계화시키겠다는 전망을 갖고 있음을 명쾌하게 제시해 줘야 할 것입니다."

"전망을 명쾌하게 제시하자니, 세계화를 위해서 외국 진출도 동시에 하자는 겁니까?"

"전무님, 이영화 씨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욱 유명하고 대장금은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나라가 많은 만큼 해외 진출을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가온누리를 누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국내 시장 진입과 함께 외국 진출을 동시에 해야만 가온누리를 이길 수 있다는 겁니까?"

"저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훨씬 쉽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상 부장은 자신의 해외 출장 경험을 들먹이며 만난 사람들마다 대장금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러니 해외 진출도 바로 준비하자는 겁니까?"

"꼭 그래야만 합니다."

"꼭이라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전무님, 국내에서는 우리가 후발 주자이지만 해외 진출을 빨리하면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국내에도 그런 사정이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말은 나도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국내에서는 먼저 가온누리의 아성을 꺾어야 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재철이 문제상의 기획안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뚜렷한 경쟁자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훈과 가온누리의 앞날에 고춧가루를 뿌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문제상의 얘기를 듣다 보니 사업성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아서 구미가 당겼는데, 가온누리를 괴롭힐 방법도 있다고 하니 더더욱 관심이 생겨서 질문을 했다.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그들의 정체성을 꾸준히 공격해서 흠집을 내야 합니다."

"가온누리의 정체성을 공격하자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궁중 요리 전문가와 한식 요리 연구가를 동원해서 그들의 음식이 한식의 정도에서 어긋난 국적 불명의 요리이며 나아가 한식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이나 국수주의를 자극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음식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온누리가 한식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거부감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좋군요. 바로 태스크 포스를 꾸려서 준비를 하십시오. 내가 힘껏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무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며칠 전에 교육을 마친 신입 사원들은 가온누리 본점과 다섯 개의 호텔 매장, 그리고 얼마 전에 오픈한 몇 개의 분점으로 정식 발령을 받아서 그곳에서 기존의 직원들과 함께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오픈을 하지 않은 부산 매장과 제주 매장의 직원들도 여러 개의 매장으로 분산되어 일시적으로 근무를 함께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제주 매장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부산 매장은 인원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은 아직도 인원이 확정 안 되었습니까?"

"주방 파트는 정리가 다 되었는데, 서비스 파트에서 인원이 부족합니다."

새로 오픈한 매장은 신입 사원 외에도 기존의 직원을 몇 명씩 섞어서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다른 매장과 달리 부산은 거리가 멀다 보니 아무래도 지원자가 적어서 총무부장으로 인사까지 담당하는 조미정의 이마에 깊은 주름살이 생기고 있었다.

"몇 명이나 부족합니까?"

"최소한 두 명은 더 있어야 합니다."

"지원자는 더 없고요?"

"없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직원을 선정해서 인사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 부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저는 전범석 씨와 김용남 씨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이라면 워낙 성실한 만큼 부산 매장을 잘 관리해 줄 것입니다."

"그 두 사람이라면 나도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부산 매장의 서비스 파트장은 전범석 씨가 맡는 것입니까?"

"두 사람은 입사 일자가 같고 근무 평점도 높은 만큼 두 사람을 모두 대리로 승진시키고 전범석 씨에게 서비스 파트장을 맡기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사장님도 동의하신다면 그 두 사람에게 통보를 하고 발령 인사를 내겠습니다."

유병만과 노영필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도 가온누리 본점에 남아야 하는 범석 일행은 정말로 성실하게 근무를 했고, 그들의 그런 모습은 가온누리의 모든 이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조미정은 그들의 그런 모습이 든든해서 범석과 용남을 꼭 찍어서 대리로 승진시킨 뒤 부산 매장을 맡기자고 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나면 따르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승진까지 했으니 남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당사자인 그 두 사람이 좋아할지는 의문이었다.

노영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그때였다.

"여보세요. 이지훈입니다. 노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이 사장, 부산 매장 오픈 날이 언제요?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이 사장도 부산에 내려가는 거요?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대략 수요일쯤에 내려가서 이것저것 살피다가 토요일 밤에나 올라올 생각입니다."

-수요일이라, 그렇다면 수요일에 나와 함께 내려가는 것이 어떻겠소?

"노 사장님도 내려가시게요?"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내려갈 생각인데, 간 김에 이 사장에게 소개를 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소.

"저에게 소개를 시켜 줄 이가 있다고요?"

-알아 두면 부산 바닥에서는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어지간하면 시간을 맞춰 보는 게 어떻겠소?

노영필은 지훈에게 부산 최대의 폭력 조직인 오성파의 보스를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에게 지훈을 소개시키고 부산 매장에 대한 지원을 부탁할 셈이었다.

참고로 오성파를 이끌고 있는 강오성은 유병만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범죄와 불법적인 일을 일삼던 오성파의 사업 영역을 합법으로 끌어올린 당사자였다.

"그분이 누구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우리 회장님의 아우 되는 사람이오.

"유 회장님의 아우님이라고요?"

-그렇다고 친형제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오. 하지만 이 사장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오. 만나서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니 시간을 내보시오.

"노 사장님이 그렇게까지 얘기하시니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목요일에 함께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생각 잘했소. 내려간 김에 멋진 사내를 만나 함께 부산의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합시다.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이라니, 벌써부터 구미가 당기는데요."

-하하하~! 아마 기대해도 좋을 것이오. 그럼, 그날 오전 중으로 다시 연락합시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7. 없어서 못 먹습니다!

실눈처럼 작아진 달이 떠 있는 어두운 밤하늘에 몇 개의 별만이 외따로이 떨어져서 쓸쓸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온누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목 어귀의 편의점 앞에는 하마가 범석과 용남을 비롯해서 수철, 준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범석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아니냐?"

"형님, 제가 부산으로 내려간다는데 어떡하면 좋습니까?"

"대리로 승진하고 서비스 파트장까지 맡기로 했으니 잘된 일이잖아."

"승진하면 뭐합니까, 이제는 유 회장님과 노 사장님을 비롯해서 조직의 형님들을 볼 수가 없잖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범석과 용남은 승진을 했음에도 부산 발령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이틀을 끙끙 앓다가 막 퇴근을 하려던 조미정을 붙잡고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조미정은 연고지가 없는 부산으로 가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겠지만 회사를 위해서 결정에 따라 달라는 말을 했고, 부산 매장에도 내실이 있는 만큼 주거 공간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마가 범석과 용남을 만난 것은 그때였고, 그는 조미정을 붙잡고 늘어지는 그 두 사람을 비롯해서 다른 두 명까지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거기서 뼈를 묻으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2~3년 후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을 거다."

"형님, 저도 나이가 꽤 있는데 2~3년이 지나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쩌자고?"

"형님이 나서서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형님은 내실에서 사장님과 함께 지내는 만큼 그 누구보다도 사장님과 친밀하잖습니까? 그러니 저희들의 부산 발령을 막아 주십시오."

"형님, 본점에만 남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승진도 필요 없습니다."

어떻게든 본점에 남고 싶은 범석과 용남은 하마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하마라고 해서 이미 결정된 인사이동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상 그 사실을 털어놓기 싫었던 하마는 조미정을 핑계 삼았다.

"인사는 조 부장이 권한을 갖고 있는데, 나도 조 부장하고는 안 친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조 부장님이 인사를 담당한다고 해도 사장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을 것 아닙니까?"

"사장님도 형님 얘기는 무시를 못 한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번 일은 나도 어렵다니까."

"형님, 얘기도 안 해 보고 무조건 어렵다니 너무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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