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50화 (150/219)

<-- 150 회: 5-14 -->

어깨 좀 흔들고 놀아 본 남자치고 허풍이 세지 않은 남자는 없어서 하마는 범석 패거리에게 지훈과 관련한 허풍을 많이 쳤다.

그중에는 자신이 진즉에 신성OB파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지훈이 하도 사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가온누리에 남아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의지해서 그런 것이라면서, 자신의 말이라면 지훈이 다 따른다고 큰소리를 빵빵 쳤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는데, 그 사정을 모르는 범석은 막무가내로 그에게 매달렸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하마가 선택한 대안은 변함없는 큰소리와 허풍이었다.

"이래서 너희들은 절대 안 된다는 거야."

"뭐가 말입니까?"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 자리가 죽을 자리라고 해도 조직에서 시키면 말없이 따라야 하는데, 너희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냐?"

"그건 우리가 본점을 떠나면 형님들 눈에 들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잖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조직에서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지. 나는 옛날에 불과 일곱 명의 동생만 데리고 조직에서 지키라는 사업장을 수십 명의 상대로부터 지켜 냈다. 내 몸에 새겨진 훈장은 그때 났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잖습니까?"

"다르기는 뭐가 달라? 어쨌든 우리가 지금 모시는 보스는 사장님이고, 사장님이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지."

"아예 안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이러는 것 아닙니까?"

"무식한 놈들, 그래서 네놈들은 아직 멀었다는 거야. 조직이 시키면 무조건 해야지, 어디서 토를 달아? 그리고 그래서 본점에 남으면 유 회장님이나 다른 형님들이 좋아할 것 같아?"

"예?"

"보스의 명령을 거부했는데 그분들이 네놈들을 지금처럼 눈여겨볼 것 같아?"

"안 좋게 볼까요?"

"그걸 말이라고 해? 아마 네놈들은 명령을 쉽게 거부하는 놈들이라고 여기고,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조직의 명령을 받들어야지. 그리고 묵묵히 부산 가서 열심히 해야 네놈들을 쓸 만한 놈들로 여기지."

"우리가 본점에 없는데도 형님들이 그 사실을 알까요?"

"본점에는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내가 너희들이 우리 조직을 위해서 얼마나 애쓰는지 충분히 전달해 줄 테니 걱정 마."

"우리 조직요?"

"가온누리가 우리에게는 조직이지, 안 그래?"

"정말 얘기를 해 주시는 것입니까?"

"지금 날 못 믿어서 반문을 했냐?"

"아닙니다."

"그러면 나만 믿고 아무 소리 말고 기쁘게 내려가."

"알겠습니다, 형님."

하마가 범석 일행을 붙잡고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을 무렵 저 멀리 부산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어 형님, 어서 오십시오."

"만수야, 장사는 변함없이 잘되고 있지?"

"형님과 회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형님들이 신경 써 주신 덕에 그럭저럭 할 만합니다."

태종대 인근의 해안가 절벽에는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장식해서 전망을 시원하게 확보한 '하얀 풍차'라는 유명 횟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망도 일품이지만 요리 솜씨도 좋고 음식도 푸짐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의 사장은 김만수였다.

그런데 그는 한때 폭력 조직에 몸담았던 칼잡이로, 자신을 찾아온 상어의 직속 부하였다.

"다리는 어때, 지금도 새벽이면 통증이 도지냐?"

"이제는 익숙해져서 견딜 만합니다."

"약은 꾸준히 먹고 있고?"

"병원에서 약을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고 해서 작년 겨울부터 약은 끊었습니다."

"약을 안 먹으면 통증 때문에 잠자기 어려울 것 아냐?"

"처음에는 그랬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견딜 만해져서 지금은 잘 자고 있습니다."

김만수는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는데 그가 다리를 다친 것은 12년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상어 밑에서 잘나가는 조폭이었던 만수는 조직의 2인자로, 많은 동생들을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력 확장을 꾀하고 상대 조직과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다리를 다쳤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조폭 생활을 정리했다.

한편 상대 조직의 공격에 시달리던 상어는 살기 위해서 강오성에게 투신했고 그와 함께 상대 조직을 박살 냈을 뿐만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던 기존 조직을 무너트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래서 지금은 오성파의 명실상부한 넘버 2로 자리 잡고 있었고, 자신을 지키다가 불구가 된 김만수에게 보은의 뜻으로 지금의 횟집을 차려 줬다.

상어는 자신과의 인연을 들먹이며 강오성에게 김만수를 소개시켜 줬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서 강오성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

"약을 먹지 않고도 견딜 만하다니 다행이다."

"형님, 저는 괜찮으니까 이제는 제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형님 덕에 지금은 잘나가는 횟집의 사장이 되어서 잘 먹고 지내지 않습니까?"

"자식, 네가 다리를 다친 것이 누구 때문인데?"

"그건 재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형님이 절 볼 때마다 미안해하시면 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오냐, 알았다."

"형님, 때마침 물 좋은 참치가 들어왔는데 드셔 보시겠습니까?"

"참치? 좋지."

"회장님이 워낙 참치를 좋아하셔서 물 좋은 게 있으면 바로 바로 사들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두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형님이 참치를 엄청 좋아하시기는 하지. 참! 복어도 있냐?"

"복어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데 가져올까요?"

"몇 마리 썰어 와 볼래? 그런데 복어 독이 그렇게 독하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냐?"

"복어 독이야 워낙 지독해서 조금만 먹어도 심장마비나 호흡 정지로 죽습니다만, 내장을 들어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복어 독은 인체에 흡수되면 흔적도 안 남아서 잘 모른다면서? 그리고 해독약도 없다던데 그러냐?"

"해독약이야 없지만 위세척을 해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분을 제거하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복어 안 좋아하시지?"

"그러시더라고요."

"만수야, 날 너의 유일한 형님으로 여기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냐?"

"형님, 당연한 것을 왜 묻습니까? 저는 지금도 형님이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날 위해서 내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주면 안 되겠냐?"

"형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줘야죠. 말씀만 하십시오."

"이제 나도 회장이 되어야지 않겠냐?"

"혀……형님, 설마?"

"네가 도와주면 내가 오성파의 보스가 될 수 있다. 회장님이 좋은 분이시기는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늙어서 매사를 원만하게만 해결하려고 하신다."

놀랍게도 상어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준 강오성을 제거하고 자신이 조직을 통째로 삼키려고 하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

즉, 시대가 변했음을 간파한 강오성은 과거와는 달리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서 조직을 유지할 생각을 갖고 있었고, 경영인으로서의 수완도 충분히 갖고 있었다.

반면 성격이 급하고 잔혹한 상어는 조직의 사업체가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겉돌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인신매매와 마약 유통 같은 불법적인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오성과 의견 충돌을 일으킬 때가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처럼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조직의 중간 간부들을 규합하며 반란을 획책하고 있었다.

"형님, 아무리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그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나는 얼마 못 가서 조직 내에서 밀려나게 된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안 좋습니까? 그래도 회장님은 형님을 많이 아끼고 있잖습니까?"

"그건 옛날 얘기다. 내가 오죽하면 널 찾아왔겠냐?"

"상황이 그렇다니 도울 수 있는 데까지는 돕겠습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제가 회장님을 작업할 수 있겠습니까?"

김만수도 강오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상어의 처지가 어렵다면 그를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와의 의리를 지키는 길이라고 여겨서 돕겠다고 했다.

"아무렴 내가 몸이 불편한 너에게 직접 연장을 사용하게 할 것 같으냐? 그런 것은 아니니 걱정 말아라. 그리고 내 말대로 하면 너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형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복어 독이라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하면 그 누구도 날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내에서 강오성의 위치는 확고해서 만약 상어가 손을 쓴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은 간부들이 반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면 조직을 온전하게 집어삼키지 못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오랫동안 벌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전쟁이 벌어지면 상어가 무조건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 때문에 상어는 어떻게든 강오성의 죽음을 자연사로 위장할 생각이었다.

"복어 독을 강 회장에게 먹이라는 것입니까?"

"그래, 바로 그거다. 그렇게 하면 너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듣자니 복어 독은 바로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니까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하면 완벽하지 않을까?"

"하지만 병원을 가서 위세척을 하면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다. 장담하지만 강 회장은 혼자서 몸부림치다가 쓸쓸하게 죽어 갈 것이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또, 뭐?"

"복어 독이 대략 두어 시간 후에 효과를 발휘한다지만, 사람마다 달라서 20~30분만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20~30분 만에 독의 효과가 발휘되는 경우가 있다고?"

"그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제 가게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바로 병원으로 호송되지 않겠습니까?"

"만수야, 그걸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혼자 사는 강 회장이 자신의 집에만 들어가면 그때는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형님, 독의 발작 시간을 늦추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래. 일단 집에까지만 들어가면 그때는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거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강 회장이 좋아하는 참치 눈알에 복어 독을 주입하면 발작 시간을 늦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치 눈알에 복어 독을 집어넣는다고?"

"강 회장이 평소에 즐겨 먹는 눈알에는 안와 지방이라는 기름질이 있어서 복어 독을 그 안에 주입하면 일종의 캡슐 역할을 합니다. 그럼 최소 2~3시간은 경과해야 발작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걸 먹으면 발작 시간을 확실하게 늦출 수 있는 것이냐?"

"그건 후루룩 삼키는 것이라 충분히 그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다. 이번에도 네가 날 살리는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게는 형님뿐입니다. 그런데 만약을 대비해서 쓸 만한 아이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십시오."

"일본에서 상당한 실력자를 여럿 보내온 이상 쪽수에서는 우리가 밀리지만 전체적인 전투력에서는 밀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김만수는 모르고 있지만 상어의 반란에는 일본의 야쿠자 조직이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예전부터 한국의 조직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자 했던 야쿠자들은 다방면으로 한국의 폭력 조직과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병만과 강오성이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도 상어와 연결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번의 음모가 꾸며졌다.

"일본이라면 야쿠자 조직에서 형님을 돕고 있는 것입니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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