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63화 (163/219)

<-- 163 회: 6-2 -->

어차피 해외 진출을 꿈꿔 왔고 이를 위해서 맛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찾은 상태였기에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자금이었다.

"나도 두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그게 고민이야."

"그래서 5 대 5로 합작을 하면 되잖아. 그리고 그렇게 해서 합작 법인을 설립한 후에는 태국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면 돼. 그 부분은 내가 아버지를 만나서 부탁을 해 볼게."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야. 물론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어야겠지만 5 대 5로 투자를 하면 부담을 많이 낮출 수 있을 거야."

애당초 지훈과 합작을 생각하고 왔던 쏨과 장쉬엔은 많은 것을 준비했기에 그것을 모두 지훈에게 얘기했다.

"쏨, 그 정도 돈만 있으면 가능해?"

"그렇다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매장을 얻으면 그 매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의 금리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 또, 대형 유통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큰 부담 없이 매장을 늘릴 수도 있어."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야."

그날, 중국과 태국 진출이 결정 났고 쏨과 장쉬엔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쏨은 그 와중에 하마와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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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의 리본이 천장에 치렁치렁 매달린 이곳은 궁중 요리대회가 열리는 실내 체육관이었다.

오전에 벌어진 두 번의 예선을 통해 스무 팀의 결선 참가팀을 선발한 궁중 요리계승협회의 임원들은 점심시간을 핑계로 대회를 잠시 중단한 상태에서 이재철 전무를 만나고 있었다.

"하혜정 연구가님, 이지훈은 결선에 올랐습니까?"

"전무님이 부탁하신 대로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찌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시겠죠?"

"물론입니다. 제가 먼저 한 소리를 퍼부으면 이선웅 씨와 전현숙 씨가 그 뒤를 잇기로 했습니다."

"저는 세 분만 믿겠습니다."

"전무님은 아무 걱정 마시고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노파심에서 얘기하지만 놈에게 처절한 수모를 안겨 주고 가온누리의 음식이 형편없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려면 독설을 아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독설이라면 우리가 전문이니까 염려 마십시오."

"정 과장, 방송국과는 얘기가 끝났나?"

"얘기가 끝나서 우리 계획대로 초반에는 그자의 정체를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는 알고 있겠죠?"

"물론입니다. 세 분의 심사위원이 그자에게 다가가면 그때는 바로 따라붙어서 그 광경을 남김없이 방송에 내보낼 예정입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참! 다른 심사위원들은 어떡하기로 했습니까?"

"두 명에게 어느 정도 언질을 준 만큼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이번 궁중 요리 대회의 심사는 총 열네 명이 한다.

심사위원이 이렇게 많은 건 협회를 출범시키면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 이유도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궁중 요리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

쉽게 말해서 한국의 궁중 요리는 지금껏 김상돈이 이끌어 왔는데 그의 직전 제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즉, 다들 김상돈의 제자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가 김상돈의 직전 제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누구도 궁중 요리의 맥을 정통으로 이었다고 말할 수가 없는 애매한 상태라 열 명이 집단 지도부 체제를 형성했고 그들 모두가 심사위원이 되었다.

아울러 궁중 요리를 먹고 자란 이건을 포함한 네 명의 왕실 인사도 심사위원에 포함되었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이재철과 손을 잡은 하혜정과 이선웅 그리고 전현숙의 입김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전무님, 여기 일은 우리가 알아서 잘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저는 여러분만 믿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합니다."

"사정이 있으시다니 알겠습니다."

궁중 요리 대회와 관련하여 하혜정 일행에게 거듭해서 뒷일을 부탁한 이재철은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지훈은 대회에 참가한 대학의 후배들을 만나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선배님, 요리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훌륭한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배워야지."

"선배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궁중 요리 전문가가 없잖아요?"

"너희들도 경험을 더 쌓으면 알겠지만 요리란 것은 결국 비슷해. 그러니까 교수님들이 알려 주시는 것을 놓치지 말고 잘 배워.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소중해. 알았지?"

"네."

"선배님, 가온누리는 계속 매장 수를 늘려 가나요?"

"그럴 생각이야."

"면접 때 뭘 물어보는지 알려 주시면 안 돼요?"

"선배님, 우리도 가온누리에서 일하고 싶어요."

"다른 선배님들에게 듣기로는 외국 진출도 고민하고 계시다면서요?"

"그럴 생각이야."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이제 막 취업을 한 신입 요리사들의 급여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물론 호텔에 취직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가온누리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불할 뿐만 아니라 매장을 계속 확대하면서 승진도 빠른 편이었다. 그래서 지훈이 졸업한 경운대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의 조리과 학생들도 가온누리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

"선배님, 올가을에는 신입 셰프를 몇 명이나 뽑을 계획이세요?"

"국내 매장도 세 개를 추가로 오픈할 생각이고 태국과 중국에도 진출해야 해서 작년보다는 더 많이 뽑을 거야."

"태국과 중국에 진출하세요?"

"좋은 파트너를 구해서 해외 진출은 그 두 나라를 먼저 하기로 했어. 그리고 거기서 경험이 축적되면 동남아 각국과 일본에 진출할 생각이야."

"유럽이나 미국에는 진출 안 하세요?"

"거기도 해야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유럽과 미국을 가장 먼저 진출하고 싶었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하지만 경험과 자본이 쌓이면 그때는 진출을 할 거야."

"다른 선배님들에게 듣기로 선배님은 프라이 데이나 아웃 백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요?"

"한식이 세계화되려면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하잖아? 그런 면에서 보자면 프랜차이즈가 최고이지 않을까?"

"세계 진출을 꿈꾸다니 역시 우리 학교를 빛낸 선배님답네요."

"선배님, 일전에는 가온누리가 한식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5월 초까지는 언론과 방송에서 가온누리를 비난하고 폄하하는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 때문에 당시의 일을 궁금하게 여긴 남자 후배가 질문을 해 왔다.

"억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때의 요리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선배님도 일정 부분 수긍하신다는 건가요?"

"부분적으로는 수긍해. 하지만 요리에 사용되는 식자재의 일부가 다르다고 해서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가 없어. 그리고 그런 식으로 정통만 고집하면 한식은 절대 세계화될 수가 없어."

불편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지훈은 음식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꿀 부분은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식이나 궁중 요리의 정통을 계승하는 것은 형식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음식 자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과 함께 그 안에 담긴 의미나 내용을 계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혔다.

곧 결선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 것은 그때였다.

"선배님, 힘내세요."

"선배님, 우리도 가온누리를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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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요리 대회에 참석한 지훈이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인천공항에서 사라진 상어는 충청도의 시골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우탄아, 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 형님.

"넌 어떠냐?"

-아직까지는 별일 없습니다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까 봐 불안합니다.

"서울의 동생들은 어떻게 되었냐?"

-그쪽 애들도 바로 잠수를 타서 지금까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강 회장이 알고도 시간을 끌 수 있으니까 내 생각에는 너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성파 조직원이 자신의 행방을 알아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정보가 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때문에 둘은 서울에서 상어의 뒤를 봐주던 동생들 쪽에서 정보가 샜다고 판단했고, 그들이 잡히는 순간 오랑우탄에게도 문제가 생긴다고 예측했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만 형님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분하지만 복수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러면 곧바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오늘 중국으로 갔다가 내일 일본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형님, 조심하십시오.

"내 걱정 하지 말고 너부터서 조심해. 참!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딱히 갈 데가 없으면 일본으로 와라."

-일본요?

"아쉬운 대로 부동산을 처분해서 작은 가게를 낼 정도의 돈은 확보했다. 성에는 안 차겠지만 그걸로 호구책을 마련하면서 일본 내에 있는 한국 조직들과 접촉을 해 볼 생각이다."

-일본어를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일본어를 못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불안 속에 사는 것보다는 그게 더 마음 편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내 한국 조직만 장악한다면 어떻게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는 상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쫓기는 조폭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는데, 그들은 한국에서 그런 것처럼 한국 점포를 상대로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상어는 야마구치구미의 지원을 받아 한국 조직을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믿을 수 있는 오랑우탄을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빨리 정리한 후에 일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너무 욕심을 내면 강 회장에게 발목 잡힐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정리해."

-저도 지금 인생 종 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몸조심하고 일본에서 만나게 되면 한잔하자."

-금방 뒤따라갈 테니 먼저 들어가십시오.

오랑우탄과 통화를 끝낸 상어는 불곰을 불러서 택시를 잡아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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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결선 대회에 참가한 지훈은 미션 과제인 궁중 수라상을 꾸미기 위한 요리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열 명의 심사위원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PD님, 여기 계신 분이 강력한 우승 후보인 가온누리의 이지훈 씨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이지훈 씨, 방송국에서 나왔는데 잠시만 인터뷰에 응해 줄 수 있겠습니까?"

"2~3분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번 궁중 요리 대회는 이재철의 영향력하에 있는 TJ그룹 계열사인 채널 TJ에서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지훈은 리포터가 묻는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다가 공중파 방송 프로의 리포터의 자격으로 온 쥬디를 만났다.

"지훈, 잘 있었어."

"쥬디, 여기는 어떤 일이야?"

"취재 왔지. 지훈, 나하고도 인터뷰를 할 수 있지?"

"몇 분 정도는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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