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66화 (166/219)

<-- 166 회: 6-5 -->

리아는 조금 전 녹화를 끝내고 스튜디오를 빠져나오던 도중에 쥬디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채널 TJ가 지훈을 골탕 먹이려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그쪽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한편 무명 시절부터 리아와 함께했던 매니저는 차를 운전하는 와중에도 체육관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채널 TJ가 지훈 오빠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서 어떤 함정을 팠다지 뭐예요."

"무슨 함정을 팠는데?"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그곳에서 궁중 요리 대회가 열리고 있고, 지훈 오빠도 그 대회에 참가했대요."

"이지훈 씨라면 잘하겠지."

"채널 TJ가 함정을 팠다면 아무리 오빠라고 해도 쉽지 않을 거예요."

"채널 TJ가 무슨 이유로 함정을 파?"

"이유는 나도 몰라요. 그런데 지난번에 오빠 식당을 욕하고 비난한 것도 TJ그룹에서 주도한 일이래요."

리아의 히트곡을 지훈이 몇 번이나 골라 준 일은 매니저도 알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도 지훈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기에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게다가 언론과 방송에서 가온누리를 비난할 때 리아가 얼마나 속상해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매니저는 일단 체육관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이렇게 무작정 가는 것은 지훈에게도 도움이 안 되기에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얘기야?"

"쥬디 씨가 자기 프로 피디에게 들었대요."

"뭐 때문인지는 모르고?"

"그것까지는 쥬디 씨도 모른다고 했어요."

"연예 프로 피디들에게 물어볼까? 어쨌든 같은 방송국에서 근무하니까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알고 있을 것 아냐?"

"알 수 있다면 알아봐 주세요."

마음이 급해서 자꾸만 서두르는 리아를 진정시킨 매니저는 잘 알고 있는 연예 프로 피디들에게 TJ와 가온누리의 관계를 물었고, 체육관에 당도했을 무렵에는 두레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한편 또 다른 매니저는 예정된 스케줄과 관련해서 황급히 일정을 조정했고, 그 와중에 리아가 궁중 요리 대회를 보기 위해 대회장으로 간다는 사실이 여러 방송국에 알려졌다.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리아가 궁중 요리 대회에 간다고 하자 방송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서, 온갖 방송국의 많은 프로에서 리포터를 급파했다.

반면 그 상황을 모르는 리아는 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지훈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어, 가수 리아다!"

"오! 리아다."

"와아아~!"

"꺄아악~!"

슈퍼스타의 예고 없는 등장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이는 객석에 앉아 있던 관중들이어서 그들은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리아를 뜨겁게 환영했다.

한창 심사에 집중하던 심사위원들은 체육관을 쩌렁쩌렁하게 진동시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놀라서 어리둥절하다가 리아를 알아봤는데, 그들보다 먼저 쥬디가 다가가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리아 씨. 이곳에는 무슨 일이세요?"

"아주 뜻깊은 요리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와 봤어요."

"리아 씨는 궁중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것인데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분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응원차 왔는데 너무 늦은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이지훈 셰프를 말하나요?"

"네. 맞습니다."

"두 분이 아주 친한가 봐요?"

"그건 다른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얘기했는데 그만하죠."

"그럴까요. 참! 이지훈 씨의 요리와 관련해서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무척 호의적이었는데, 리아 씨는 누가 우승할 것 같으세요?"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이지훈 씨가 당연히 우승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뭡니까?"

"리포터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지훈 씨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한식의 뛰어난 맛과 건강함을 널리 알리시는 분이잖아요."

쥬디가 리아를 인터뷰하는 동안 각종 연예 프로의 리포터들이 속속 당도했다.

그들은 쥬디가 그랬던 것처럼 리아를 인터뷰하는 한편 궁중 요리 대회를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

그사이 우여곡절 끝에 심사가 끝났고 리아는 언제 준비했는지 한 다발의 꽃을 든 채 시상식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리아가 지훈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을 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리포터들이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이 시상식은 계속 이어졌고 이제는 영예의 대상만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호명된 이름은 지훈이었다.

"꺄야악~!"

"쥬디 씨, 지훈 오빠가 대상을 먹었어요."

"리아 씨, 빨리 가서 꽃다발을 전해 주고 오세요."

"아! 내 정신 좀 봐. 다녀올게요."

그날,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국에서는 궁중 요리 대회와 관련한 내용이 계속해서 전파를 탔고, 대상을 받은 지훈이 리아의 축하를 받는 장면도 함께 나갔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김상돈이 지훈의 스승이라는 사실과 지훈이 그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는 것도 전해졌다.

결국 지훈을 무너트리려고 했던 이재철의 계획은 오히려 아직까지 남아 있던 오해를 말끔하게 해결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지훈이 궁중 요리의 정통 계승자임을 널리 알리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3. 형님,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합니다!

인사동에서 삼청동을 거쳐 경복궁을 관람한 쏨과 장쉬엔은 이태원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에는 쇼핑을 위해서 명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옆에는 가이드를 자청한 조미정과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하마가 함께하고 있었다.

"미정 씨, 화장품을 사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쏨,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여러 브랜드가 혼재되어 있어요."

"쇼핑 리스트가 있으면 보여 주세요."

"여기 있어요."

아시아권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그래서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서는 정상적인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많지만 말도 안 되는 엉터리 한글로 도배된 짝퉁 화장품도 곳곳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을 찾는 아시아 국가의 관광객들은 트렁크 가득 화장품을 사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쏨이나 장쉬엔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무슨 화장품을 이렇게 많이 사세요?"

"친구들 선물까지 생각해서 넉넉하게 사려고요."

"장쉬엔도 엄청나네요?"

"나도 친구들 선물을 화장품으로 할 생각이거든요."

"브랜드가 여러 가지라 종합 매장으로 가는 게 좋겠네요."

"조 부장님, 뭐라고 합니까?"

"화장품을 사야 한다고 하네요."

조미정은 영어에 능통했다. 그래서 영어로 쏨, 장쉬엔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반면 영어에 익숙지 않은 하마는 눈치로 대충 때려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얘기가 길어지면 당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천지에 화장품 가게인데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되겠네요."

"브랜드가 여러 개라 종합 매장으로 가야 해요."

"전 모르니까 앞장서십시오."

"양이 꽤 많던데 하마연 씨가 와서 다행이네요."

"그까짓 것, 많아 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제가 다 들죠."

이때만 해도 하마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화장품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며, 두 손 가득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다 같은 거리를 네 번째 왕복했을 때는 너무 지쳐서 짜증을 내고 말았다.

"부장님, 아직도 멀었습니까?"

"거의 다 샀어요."

"아직도 살 게 남았습니까?"

"아까 갔던 매장이 조금 더 싼 것 같은데 거기를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아까, 어디요?"

"입구에 있던 대형 매장요."

"거길 또 간다고요?"

"그 전에 이 앞에서 두 가지를 더 사야 해요."

"조 부장님, 저는 커피 전문점에서 잠시만 쉬고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커피요? 그러지 말고 다 같이 들어가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나 마실까요?"

"너무 힘든데 우선 아무 데나 들어가죠."

여자들과 쇼핑을 처음 해 본 하마는 쇼핑이란 것이 엄청난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울러 앞으로는 그 어떤 경우라고 해도 여자들과는 절대 쇼핑을 함께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슴에 새긴 채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계속 이어지는 여자들의 정신없는 수다에 커피 전문점도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 어린 탄식을 터트렸다.

커피 전문점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 화면에 지훈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 부장님, 사장님이 TV에 나오는데요."

"어머! 대상을 차지했네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미정 씨, 지훈이가 왜 TV에 나오는 거죠?"

"아! 오늘 궁중 요리 대회가 있어서 거기에 참가를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장님이 1등을 했대요."

"궁중 요리 대회요?"

"궁중 요리 대회가 있었어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거길 가 보는 거였는데 아쉽네요."

"엥! 저 영감님은 왜 TV에 나오지?"

지훈의 화면이 사라진 직후, 이번에는 김상돈이 TV에 나왔는데 방송국에서는 친절하게도 그의 이름과 약력을 자막으로 처리해서 함께 내보냈다.

처음에는 김상돈이 TV에 나오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던 하마와 조미정은 그의 약력을 보고서야 그가 궁중 요리의 정통 전수자이자 단 한 명뿐인 명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충격에 빠졌다.

"미정 씨, 왜 그래요?"

"저분은 지훈의 선생님 아닌가요?"

한국어를 모르는 쏨과 장쉬엔이 김상돈에 대해서 물어 오자 조미정은 그가 궁중 요리의 명인임을 알려 줬다.

"지훈의 선생님이라고 할 때부터 아주 특별한 분일 거라고 예상은 했었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런 분에게 요리를 배웠으니 지훈이야말로 한국 궁중 요리의 정통 계승자이겠네요."

"그런 셈이죠. 그리고 그런 어마어마한 사람이 두 분의 파트너가 되어서 태국과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고요."

"오! 그러고 보니 그 부분도 중국 내에 적극 홍보해야겠네요."

"맞다! 나도 그래야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중국과 태국의 요식 업계는 상황이 어떤가요?"

어찌하다 보니 대화의 주된 내용이 중국과 태국 진출과 관련한 얘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조미정이 가이드를 자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훈으로부터 쏨과 장쉬엔을 파트너 삼아서 중국과 태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얘기를 들은 조미정은 그곳의 사정을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물론 쏨과 장쉬엔이 지훈과 함께 유학 생활을 했으며 그녀들의 집안이 아주 특별하다는 사실은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 진출이란 것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기에 가온누리의 재정과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중국은 한 자녀밖에 출산을 못 해요. 그래서 부모들은 하나뿐인 자녀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맛있는 음심점이 있으면 어떻게든 자녀에게 그걸 먹이고 싶어 하죠."

"음식이 맛만 있으면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그리고 한류의 영향과 드라마 대장금을 덕에 한국 음식이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 사장님이 궁중 요리의 정통 계승자라는 것을 밝히면 더더욱 인기를 끌겠네요?"

"사실상 무조건 성공한다고 봐야죠."

"잘되었네요. 쏨, 태국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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