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67화 (16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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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중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요. 특히 한류가 워낙 거세게 불어서 일본 식당에서도 한국 요리를 팔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 정도예요?"

"그럼요. 심지어 한국의 드라마만이 아니라 온갖 예능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고, 아예 한국 방송만 틀어 주는 전문 채널이 있을 정도예요."

"그래도 가온누리의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은데 손님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요?"

"분명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태국 사람들은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아요. 그리고 인건비부터 건물 임대료 그리고 식자재의 가격이 워낙 저렴한 만큼 가격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중국도 비슷하겠지만 어쨌든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겠네요?"

"그래서 말인데 사전에 현지답사를 왔으면 좋겠어요."

"그건 당연히 그래야죠."

현지답사와 관련해서 얘기를 나눈 조미정은 그 뒤로도 많은 얘기를 나눴고, 어느 순간부터는 중국과 태국을 진출하기에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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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서 쇼핑을 끝낸 쏨과 장쉬엔은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서울의 야경을 보기 위해 남산타워를 갔다가 가온누리로 돌아갔다.

남산타워까지 동행하며 가이드 역할을 했던 조미정은 그곳에서 일행들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 다녀왔어요."

"외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서 가이드 노릇을 했다고?"

"네."

"어떤 손님이기에 네가 가이드 노릇까지 한 거냐?"

"사장님과 함께 요리를 배운 친구들이에요."

"친구면 친구지, 그것들이 뭐라고 네가 가이드 노릇까지 해?"

"중요한 일이 있어서 한국을 왔다고 했잖아요."

"어떤 중요한 일?"

"그 두 사람을 사업 파트너 삼아서 중국과 태국에 진출할 생각이거든요."

"가온누리가 외국에 진출한다고? 아직 한국에도 입점하지 않은 도시가 얼마나 많은데 뭐가 급하다고 벌써부터 외국을 나가?"

"한국은 한국대로 계속 매장을 확장하면서 해외도 동시에 진출하면 되죠."

"해외 진출이 그리 쉬운 줄 알아?"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야죠."

"기회는 무슨, 고작 함께 요리를 배운 사람들과 사업을 함께하겠다니 애초부터 틀렸다."

하나뿐인 손녀가 가온누리에 입사하면서 조진산은 저녁 시간을 혼자서 보낼 때가 많아졌다.

원래 늙으면 유독 혈육이 그리운 법이다. 그런 마당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조진산은 알게 모르게 불만이 쌓인 상태라 가온누리의 해외 진출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지만 조미정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쏨과 장쉬엔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 중국과 태국에서는 이미 성공한 사업가라는 거냐?"

"맞아요.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집안이 아주 빵빵해요."

"어떤 집안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먼저 쏨은 태국에서는 유명한 귀족 가문이고, 장쉬엔의 아버지는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예요."

"평범한 집안보다는 좋겠지만 그런 배경이 사업을 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럼요.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요. 일단 귀찮게 달라붙는 날파리도 제거할 수 있고, 그 나라 관청의 트집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무조건 성공할 것 같아?"

"일단 큰 도움이 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단 거예요."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중국과 태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도 초기 자본금을 비롯해서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 아니냐? 반면 가온누리는 계속해서 매장을 확대하는 통에 여유 자금이 별로 없고."

"지방 매장을 확대하는 계획을 일부 조정해야지요."

"그래도 그것만으로 자금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을까?"

"솔직히 어렵죠."

"거봐라. 아무리 좋은 기회라고 해도 자금이 받쳐 주지 않으면 안 되는 법이다."

"할아버지가 있잖아요."

"내가 뭘?"

"80억만 땡겨 주세요."

"뭐, 얼마?"

"80억요. 할아버지에게 그 정도 돈은 껌값이잖아요?"

"이놈아,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다."

"에이,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인석아, 정말로 없다니까!"

"할아버지, 제가 모를 것 같아요?"

"뭐, 말이냐?"

"H기업에 투자했던 자금이 얼마 전에 들어왔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늦었다."

"뭐가요?"

"그 돈은 바로 다른 기업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190억 전부요?"

"그래."

"거기서 80억만 주세요."

"안 된다."

"할아버지, 정말 그럴 거예요? 이번 기회는 놓쳐서는 안 된다니까요."

미정은 조진산을 설득하기 위해 이번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조미정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토라진 조진산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그건 가온누리 사정이지. 그리고 돈도 없으면서 외국에 진출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 안 되겠다. 그동안은 모른 척했는데, 이지훈을 만나서 한 소리 해야겠다. 건방지게 널 시켜서 내 돈을 끌어가려고 그래?"

"할아버지, 그만해요. 지훈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는 하지 마라."

"정말이에요. 지훈 씨는 우선 한두 개의 매장만 오픈하고 시간을 갖고서 서서히 매장을 늘릴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될 것 아니냐?"

"이번 기회가 너무 아까워서 그러죠. 막말로 상대는 자금이 충분해서 처음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자금이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시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잖아요."

"사업은 자기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정말 끝까지 이러실 거예요?"

"아무리 네가 손녀라지만 사업은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좋아요. 그러면 개인적으로 제게 빌려 주세요. 담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제공할게요."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좋다. 이자는 몇 프로를 줄 생각이냐?"

"할아버지!"

"인석아, 귀청 떨어지겠다."

"좋아요. 담보를 제공했으니까 이자는 5퍼센트만 줘도 되겠죠?"

"80억을 그렇게 저렴하게 빌릴 수 있으면 나부터 빌려 쓰겠다. 8퍼센트를 보장하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1년 단위로 연장을 하면서 이자는 그때마다 조정을 하겠다."

"알았어요. 8퍼센트를 드리죠. 참! 내일부터서는 당분간 집에 못 들어올 것 같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무리 바빠도 할아버지 외로우실까 봐 집에는 꼬박꼬박 들어오려고 했는데, 전 재산을 건 이상 저도 열정을 불태워야죠. 아! 외국에 진출하면 제가 지사장으로 현지에 나가서 관리를 직접 해야겠어요.

"뭐! 외국을 직접 나가겠다고?"

"그래야 할아버지 돈을 빨리 갚죠."

"끙~!"

어차피 손녀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겠다는 것이 조진산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듣기에도 가온누리가 중국과 태국에 진출하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전보다는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이 아쉬워서 일종의 '꼬장'을 부렸다. 하지만 손녀가 외국까지 가서 직접 관리를 하겠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반면 처음부터 조진산의 의중을 파악한 미정은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할 생각인지 짐을 싸는 척했고, 그걸로 승부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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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요리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나흘을 가온누리에서 더 지낸 쏨과 장쉬엔은 관광을 하고 돌아와서는 저녁이면 김상돈에게서 궁중 요리를 배웠다. 그리고 늦은 밤에는 지훈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사업과 관련한 얘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는 조미정도 참석해서 함께 의논을 했다.

"지훈, 현지답사를 와야지 않겠어?"

"언제쯤 가는 게 좋을까?"

"매장 선정과 식자재 구입처는 우리가 미리 후보를 선정할 테니까 네가 와서 결정해."

"그러면 선정 작업은 언제 마무리할 생각이야?"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아."

"한 달이라, 그러면 7월 20일에 출국해서 중국에서 일주일을 머문 후에 태국으로 넘어갈게."

"OK!"

"나도 좋아. 그런데 셰프들은 어떻게 할 거야?"

"한국에서 일부를 보내고 태국과 중국의 현지 셰프를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태국은 법으로도 고용 인원이 정해져 있는 만큼 반드시 그래야 할 거야. 그런데 교육 기간은 넉넉히 잡아야 할 거야."

"대략 교육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지?"

"최소 3주는 해야지 않을까?"

"3주라, 그 정도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선은 그렇게 해야지."

이미 성공적으로 세계에 진출한 일식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요리사를 구할 수 있다. 이는 각국에 일식 요리를 배우는 학원이나 학교가 설립되어 있어서 정식 자격증까지 발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제대로 된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일식의 맛과 형식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식의 경우는 현지인 요리사를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자격증은 고사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이도 전무했다. 그래서 그 나라의 현지 요리사를 상대로 재교육을 실시해야 했는데, 그런 현실만 봐도 지훈은 한식의 세계화가 그만큼 뒤처졌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님, 교육은 어디서 진행되죠?"

"당연히 현지에서 해야죠."

"그렇다면 셰프를 뽑을 때 처음부터 매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여유 있게 선발하는 게 어떨까요?"

"지훈,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

"그건 나도 동의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매장을 언제, 그리고 몇 개까지 확대할 것인지 계획을 정확하게 짜야 할 것 같아."

"그 부분은 제가 답사를 가게 되면 현지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한 후에 알아서 정리를 할게요."

"조미정씨도 현지답사를 가겠다고요?"

"자금의 사용을 비롯해서 세금 문제와 인사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려면 제가 당연히 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훈, 그건 미정 씨 얘기가 맞는 것 같아."

"맞아! 실무 담당자도 현지답사를 와 봐야 보다 자세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지."

조미정은 가온누리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요리를 제외한 여러 가지 실무를 처리하는 자신이 반드시 가야 한다고 여겼다.

또 마음 한편으로는 2주에 달하는 현지답사 기간 동안 미적지근한 자신과 지훈의 관계를 급진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고 쏨과 장쉬엔의 도움을 받아 뜻을 관철시켰다.

"그 문제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교육과 관련해서 몇 마디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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