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69화 (16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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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미정은 학원가를 돌면서 직원들에게 중국어와 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강사를 알아보고 있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에 2시간씩 강의를 해 주시면 됩니다."

"수강생은 몇 명이나 되나요?"

"한 클레스당 최대 스무 명을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회화를 중심으로 가르치면 됩니까?"

"맞습니다. 가서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만큼 회화가 중요합니다."

"죄송하지만 보수는 어떻게 되나요?"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됩니까?"

"다음 주부터 진행할 예정이고 대략 5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조금 길어질 수도 있고 단축될 수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중국어는 어학원이 꽤나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강사를 구할 수 있었다.

반면 태국어 강사는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외국어대의 태국어과 학생을 강사로 채용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구한 강사들은 몇 개의 매장에서 영업이 시작되지 않은 오전 시간에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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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가온누리의 여름은 열기로 넘쳐 났다. 중국과 태국 진출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부지런히 언어를 배우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동안 지훈은 궁중요리계승협회의 총회장이 된 김상돈을 설득하고 있었다.

"선생님,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궁중 요리의 토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은 맞다만 그 학생들은 궁중 요리나 한식을 전공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아니라 온갖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이잖니?"

"그 학생들 중에서 저 같은 셰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조리과는 유럽에 뿌리를 둔 서양식 요리를 중심으로 한식과 일식 그리고 중국식까지 갖가지 요리를 배운다. 반면 외국은 특정한 요리만 가르치는데, 김상돈은 마치 외국처럼 궁중 요리만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어서 그러려면 다른 궁중 요리 전문가들이 그러는 것처럼 궁중 요리 전문 학원을 설립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여러모로 조건이 안 맞았다.

게다가 지훈은 현재의 궁중 요리 전문 학원의 커리큘럼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궁중 요리 전문 학원은 조리 기능사 시험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그들이 갖게 되는 자격증은 궁중 요리 조리 기능사가 아니라 한식 요리 조리 기능사였다.

즉, 궁중 요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한식 요리가 상당 부분이었다. 이는 아직까지 궁중 요리와 관련한 자격증이 없다 보니 생겨난 모순이었다.

"그래도 싫다."

"선생님,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을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미래를 내다보라니 무슨 뜻이냐?"

"혹시 조리 산업 기사라는 자격증을 알고 계십니까?"

"너처럼 대학의 요리 학과를 졸업한 애들이 따는 자격증이 그것이고, 대학이 아니라 요리 학원을 나온 이들은 조리 기능사를 딴다고 알고 있다."

"맞습니다. 그리고 조리 산업 기사는 다시 한식과 일식을 비롯해서 중국식과 양식으로 세분화됩니다. 아! 복어도 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그것과 미래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

"전 우리의 궁중 요리도 별도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궁중 요리가 별도의 자격증을 필요로 할 정도로 방대하고 전문적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을 시켜 준다고 그게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요리를 하는 셰프들이 그 필요성을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미래의 셰프들에게 그 부분을 역설해야 합니다."

"그래 봐야 고작 학생들이 뭔 일을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우선은 요리를 하는 당사자들에게 인식을 시켜 줘야 하고 결국에는 궁중요리계승협회가 그 일을 실현시켜야지 않겠습니까?"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던 일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강의를 맡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강의를 하게 되면 다른 대학에서도 강의 신청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에는 모든 대학의 요리 학과에서 궁중 요리를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나보고 그 많은 대학을 다 돌아다니라는 것이냐?"

"궁중요리계승협회가 있잖습니까? 협회에 몸담고 있는 다른 전문가들도 강의를 하게 해야지요."

"그것들이 아는 것이 뭐가 있다고 가르쳐?"

"선생님께서 그분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베풀어 주시면 되잖습니까?"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 뭐가 예쁘다고 그런 일을 해? 게다가 그자들은 TJ와 짜고 널 곤경에 빠트린 이들인데, 일없다!"

"궁중 요리를 널리 알리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그분들도 함께 가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래야만 궁중요리계승협회가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모르고 있지만 우리의 궁중 요리는 고려 왕실의 요리를 그대로 계승해서 이어 온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자그마치 1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말이 좋아 1천 년이지, 그 유구한 세월을 이어 오는 동안 궁중 요리에는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의 얼과 정성 그리고 지혜가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우리의 궁중 요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자 긍지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지훈은 궁중 요리와 관련한 전문 자격증을 만들어 내고 종래에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김상돈에게 그 부분을 역설했다.

"궁중 요리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만들자고?"

"선생님이 종종 얘기하신 것처럼 1천 년을 이어 온 궁중 요리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협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그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네가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부끄럽구나."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오냐, 알았다."

그날 이후, 지훈의 원대한 포부를 알게 된 김상돈은 대학의 강의를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한때 자신에게 요리를 배웠던 협회의 임원들에게 다시 가르침을 내려 줬다.

아울러 신주단지 모시듯 가지고 있던 식료찬설을 공개함과 동시에 공개에 얽힌 지훈과의 사연까지 밝혔다.

덕분에 하혜정을 비롯해서 이재철과 관계를 맺고 있던 협회의 임원들은 더더욱 지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이재철과의 밀월 관계를 청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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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광객들로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시키는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에 지훈과 조미정이 당도했다.

"우와~! 여기는 상해보다 더 더운데."

"지훈, 한여름이 지난 지금은 아무것도 아냐."

"쏨, 지금이 한여름이 아니면 언제가 가장 더워?"

"태국은 4월이 한여름이야. 그래서 방학도 그때 해."

"그래? 그러면 그때는 얼마나 더워?"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때를 가장 덥다고 여기는데 워낙 더워서 그런지 외국인들은 그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중국은 어땠어?"

"좋았어. 가서 매장을 지을 부지도 확인했고 식자재 구입처도 돌아다녀 봤어."

"식자재는 어때? 아무래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지?"

"그렇기는 한데 다행히 한국과 비슷한 식자재도 많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태국도 북쪽 지방은 한국 기후와 비슷해서 잘만 하면 비슷한 식자재를 구할 수 있을 거야."

조미정과 함께 7월 20일 출국한 지훈은 중국에서 8일을 머물면서 현지답사를 마친 상태였다.

"매장은 어디에 낼 거야?"

"일단 북경과 상해에 오픈하고 그 이후에는 상황을 봐 가면서 다른 대도시에도 진출하기로 했어."

"장쉬엔 말로는 매장의 규모가 엄청나다면서?"

"중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커서 그런지 이름이 있는 레스토랑은 하나같이 그 규모가 엄청나더라고."

"맞아! 나도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식당의 규모가 어찌나 크던지 깜짝 놀랐어."

"쏨, 한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어요?"

"얘기해요, 미정 씨."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몇 가지 식재료는 한국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통관과 관련해서 절차가 복잡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그 문제는 아빠가 적극 도와주신다고 했으니 걱정 마세요."

"그러면 다행인데 우리가 직접 만든 양념류와 조미료 그리고 향신료와 소스가 걱정이에요. 혹시 태국도 그것들을 가져오려면 관계 기관의 성분 검사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한국에서 성분 검사를 받았다면 그것과 관련한 조사서를 미리 보내 주세요. 그러면 통관 문제는 이쪽에서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럴게요."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음식물의 수입과 관련해서는 유해 물질을 비롯해서 식품 안전과 관련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적잖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기에 조미정은 그 부분부터 확인하고 나섰다.

"지훈,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어?"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답사가 중요한 만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세세하게 확인하고 싶어."

"일정이 여유가 있다면 방콕만이 아니라 지방도 갈 수 있겠네?"

"쏨이 말했던 것처럼 가온누리가 입점할 도시는 모두 둘러보고 싶어."

중국 같은 경우는 매장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건물을 신축까지 해야 해서 적잖은 자금이 투입되는 통에 북경과 상해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매장만 오픈하기로 했다.

반면 태국은 매장을 임대하기로 하는 만큼 방콕을 비롯해서 주요 도시에 여러 개의 매장을 동시에 내기로 했다.

"치앙마이도 갈 수 있다니 잘되었네."

"쏨, 치앙마이가 고향이라고 했지?"

"응. 북방의 장미로 불리는 치앙마이는 방콕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도시야. 그리고 20세기 중반까지 별도의 왕국을 이루고 있었던 만큼 문화와 음식에도 차이가 있어."

"란나 왕국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쪽의 음식을 란나 음식이라고 한다면서?"

"맞아. 태국은 방콕을 끼고 있는 중부의 시암과 동부의 이싼 그리고 북부의 란나와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남부로 갈리고, 지방마다 독특한 문화와 음식을 가지고 있어."

"그 점은 북경과 광동 그리고 상해와 사천으로 나누어지는 중국 요리와 비슷하네?"

"그런 셈이지."

"이번 기회에 4대 지방의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가능할 거야. 차가 온 것 같은데 가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차에 오른 지훈과 미정은 고속도로를 타고 방콕 시내로 향했다.

처음 와 본 방콕은 서울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층 건물이 즐비했는데, 도로를 가득 메운 극도의 교통체증과 BTS로 불리는 지상철이 특이했다.

얼마 후, 호텔이 밀집한 스쿰빗 거리에 당도한 지훈과 미정은 미리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에 본격적인 현지답사 일정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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