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70화 (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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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 당도한 지훈과 미정이 쏨과 함께 대형 유통 업체의 사장과 만나서 입점과 관련한 상담을 하고 있을 무렵, 이재철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 부장, 매장 계약은 어찌 되어 가고 있소?"

"서울과 수도권에 열여덟 개의 매장을 계약했고 지방에 열두 개의 매장을 계약했습니다."

"매장의 입지 조건은 어떻소?"

"전문가들과 용역 계약을 체결해서 매장의 위치를 선정한 만큼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어찌하기로 했소?"

"디자인 회사에서 모든 도안이 끝난 상태로, 서울 소재의 매장은 다음 주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궁중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피어나는 것이오?"

"물론입니다. 장담하지만 가온누리를 비롯한 다른 한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격과 우아함을 모두 갖췄습니다."

"지방 매장의 인테리어는 언제 들어가기로 했소?"

"지방도 시공 업체 선정이 끝나는 대로 바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지방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시공 업체 선정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시오."

"알겠습니다."

두레라는 한식 프랜차이즈를 설립한 이재철은 막강한 자금력과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에 매장 계약을 체결하고 동시다발적인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준비 상황은 어떻소?"

"일본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협조를 받아 매장 선정을 비롯해서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도 무시하지 못할 시장이지만 중국의 잠재력이 상당한 만큼 중국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오."

"그러고는 있습니다만 중국 내 사정에 해박한 TJ패션의 지원이 원활하지 못해서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그룹의 임원단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인데도 적극적인 협조를 안 해 주고 있다는 것이오?"

"겉으로는 협조를 해 주는 척하지만 실상은 달라서 별 의미 없는 도움만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철은 두레를 국내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바로 진출시킬 생각이었다. 이는 중국에서 거둔 대성공을 발판으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이재만에 대한 반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철의 속셈을 훤히 간파하고 있는 이재만은 자신이 경영하는 패션사의 임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두레의 중국 진출을 형식적으로 돕고 있었다.

"빌어먹을, 끝까지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전무님,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문 부장,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소?"

"중국 내 사정에 정통한 패션사의 인물들을 빼내 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인사 발령을 내자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면 이재만 사장이 가만있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해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같은 그룹의 인사를 스카우트하자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 중국 진출과 관련한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가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욕심 많은 이재만이가 가만있겠소?"

"그건 몇 가지 장난을 치면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어서 말을 해 보시오."

"중국 진출과 관련하여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패션 쪽에서 중국 진출을 담당했던 직원들을 그 회사에서 스카우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진출 이후에 다시 우리 쪽으로 데려오면 그룹 내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는 것 같은데. 바로 준비하시오."

이재철은 자신이 거의 차지했던 후계자 자리를 눈앞에서 강탈해 간 친형 이재만을 지훈만큼이나 싫어했다. 아니, 지훈을 그냥 분풀이 대상으로 싫어한다면 이재만에게는 굉장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패션 쪽의 인재를 비밀리에 빼 오자는 문제상의 비겁한 의견을 묵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바로 승인해 줬다.

"알겠습니다."

"아! 이왕이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자들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하시오."

"물론입니다."

이재철은 대형 매장을 두 개만 오픈한 가온누리와는 달리 그룹 내의 패션이나 화장품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전역에 수많은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이는 그만큼 성공을 간절하게 원해서이지만 과연 생각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재철을 비롯해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두레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광고는 어찌 되어 가고 있소?"

"국내 최고의 기획사와 계약을 한 만큼 훌륭한 CF가 나올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방송될 CF는 그 나라 사정에 맞게 따로 기획을 하고 있소?"

"그렇습니다."

"아! 자연스럽게 드라마 대장금이 연상되도록 기획하고 있소?"

"기획사 측에서도 그게 CF의 핵심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최대한 공을 들여야 할 것이오."

"제가 계속해서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두레의 전속 모델은 거금을 주고 계약한 이영화였다.

그녀는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했을 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의 주연배우였다. 아울러 이재철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두레의 성공을 확신하는 것도 그녀가 전속 모델이라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건 외식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맛이 중요하고, 사람의 입맛처럼 정직한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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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나흘을 머물면서 현장답사를 진행한 지훈과 조미정은 쏨과 함께 그녀의 고향인 치앙마이로 이동했다.

차로는 10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비행기로 주파한 지훈은 가장 먼저 쏨의 부모님을 만났다.

란나 왕국의 고위 귀족 가문으로 이제는 태국 왕국의 귀족인 쏨의 아버지, 쁘라윳 왓싱 프라삭의 공식 직책은 란나 군구 총사령관으로 별 네 개의 대장이었다.

"아빠, 내가 말했던 사람이 이 사람이에요."

"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 온 이지훈입니다."

"어서 오시오. 환영하오."

"지훈, 여기 계신 분이 우리 엄마야. 아주 미인이지?"

"쏨에게 얘기를 많이 들고 사진도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다우십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쏨이 프랑스에 있을 때 신세를 많이 졌다고 들었는데, 쏨에게 잘해 줘서 고마워요."

"신세는 오히려 제가 졌습니다."

"아니에요. 쏨이 가끔씩 집에 올 때면 친구에게서 배운 한국 음식이라면서 종종 요리를 해 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엄마, 지훈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극찬할 정도로 뛰어난 셰프여서 직접 해 준 요리를 먹게 되면 엄마도 감탄하게 될 거야."

"그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그럴 줄 알고 나와 지훈이 미리 준비했어."

개인적으로는 친구인 쏨의 부모님들이다. 게다가 사업적으로는 큰 도움을 주는 이들이기에 지훈은 직접 요리를 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생각에 한국에서 올 때부터 미리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장쉬엔의 부모님에게도 요리를 대접했었는데 그분들도 크게 기뻐하며 좋아했었다.

"내 집에 온 손님이 요리를 하다니 그럴 수 없다."

"엄마, 세계 최고의 셰프가 직접 해 주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흔한 게 아냐. 그러니 사양하지 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엄마는 구경만 해. 참! 미정 씨도 소개를 해 줘야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지훈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조미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그런데 그쪽도 셰프인가요?"

"아니요. 저는 셰프가 아니고 재정과 인사관리를 담당하고 있어서 같이 왔어요."

"그렇군요. 처음 봤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배우처럼 아주 미인이네요. 한국 여자는 다들 그렇게 예쁜가요?"

"아유~! 감사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연인 사이인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어머! 정말요?"

"엄마, 그런 사이 아니야!"

"그래? 나는 여기까지 같이 왔기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줄 알았지."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동행한 거야."

장기간의 외국 출장을 동행해서 그런지 쏨의 어머니는 지훈과 조미정을 연인 사이로 오해했는데, 조미정은 그런 오해가 싫지 않았는지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반면 지훈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는데, 오히려 지훈과 수아의 관계를 알고 있는 쏨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아무튼 쏨의 부모와 인사를 나눈 지훈과 미정은 그곳에서 머물다가 그날 저녁 프라삭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는데, 파티에는 지훈이 요리한 한국 음식도 몇 가지가 나왔다.

"푸에온 사령관, 한국 음식 맛이 어떤가?"

"가온누리에서 직접 먹어 본 적도 있는데 오늘 요리가 그때보다 훨씬 훌륭한 것 같네. 아니, 지금껏 먹어 본 요리 중에 최고인 것 같네."

"아! 자네는 한국에 있는 가온누리를 직접 갔었는가?"

"한 달 전에 한국 육군의 초청으로 신형 전차의 화력 시범에 참관했다가 가온누리를 갔었는데, 당시에는 이지훈 셰프를 만나지 못했다네."

"어마! 푸에온 아저씨는 가온누리도 가 보셨어요?"

"한국 장성들이 가온누리의 음식이 매우 훌륭하다며 함께 가자고 해서 그런 기회를 얻었단다."

"그랬군요. 지훈, 여기 계시는 푸에온 사령관님은 지난달에 가온누리를 직접 가셔서 음식을 드셨대."

"그러셨습니까? 음식은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지훈 셰프를 만날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장군님을 그때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제 불찰입니다."

프라삭이 초청한 인사들 중에는 자신처럼 한 지역의 군권을 쥐고 있는 군구의 사령관들도 있었고,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높은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또 치앙마이 주지사를 비롯해서 북부와 동부의 주지사들과 고위 공무원들도 다수 있었는데, 프라삭은 태국 북부와 동부의 실력자인 그들에게 지훈을 직접 소개하며 가온누리의 태국 진출과 관련해서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를 당부했다.

사실 프라삭이 오늘의 자리를 만든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지훈을 소개해 주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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