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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절 어떻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죽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약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미정도 그랬지만 눈앞의 여자들은 상대의 음모에 빠져서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몇 개월간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삶을 이어 가며 상당한 돈까지 갈취당한 상태였기에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잠시 후, 양해를 얻고 한 명의 여자를 간이침대에 눕힌 지훈은 음양오행기를 그녀의 몸속에 주입했다. 그러고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몸 안 곳곳에 남아 있는 마약 성분을 음양오행기로 휘감아서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쏨은 미정을 만나고 있었다.
"쏨, 빠이에는 언제 왔어요?"
"지훈의 연락을 받고 조금 전에 왔어요."
"지훈은 어디 있는데요?"
"지훈은 경찰서에 있어요."
"경찰서는 왜요?"
"미정 씨, 어제의 일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취한 상태로 그냥 잤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 미정은 자신이 지훈에게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 그런데 뒤이어 들려오는 쏨의 얘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지훈 씨가 나 때문에 싸움에 휘말려서 경찰서에 있다는 말인가요?"
"그랬었죠. 하지만 그 문제는 잘 해결이 되었어요."
"아! 내가 어제는 미쳤나 봐요."
"미정 씨, 운 좋은 줄 아세요. 만약 지훈 씨가 아니었다면 미정 씨는 나쁜 사람들에게 잡혀가서 노예 같은 삶을 살았을 거예요."
쏨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간밤의 일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도 방갈로 안에서 벌어진 일은 몰랐기에 그 부분은 언급도 안 했다.
그 덕에 마약에 취한 자신이 지훈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는 미정은 경찰서를 찾아가서 지훈을 만나려고 했다.
"안 되겠어요. 내가 가 봐야겠어요."
"지훈은 나쁜 자들에게 잡혀 있다가 구조된 한국 여자들을 돕고 있어요."
"한국 여자들이 많이 잡혀 있었나요?"
"한국 여자 외에도 일본 여자와 웨스턴 들도 잡혀 있었어요."
"세상에, 나도 지훈 씨가 아니었다면 여지없이 그자들에게 잡혀가서 그 여자들과 같은 신세가 되었겠네요?"
"그랬겠죠."
"아! 어제는 내가 왜 그랬을까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미정이 간밤의 일을 후회하며 지훈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구조된 여자들의 몸 안에 있던 마약 성분을 모두 배출시킨 지훈은 프라삭과 함께 경찰서장을 만나고 있었다.
"여자들을 출국시킬 수 있겠습니까?"
"마약을 복용한 이상 원래는 안 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면 여기서 있었던 일을 문제 삼지 않겠소?"
관광 대국인 태국은 국가 경제에서 관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그런 마당에 이번 일이 알려지면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경찰서장을 비롯해서 프라삭도 그 부분을 걱정했다.
"빠이에서 그런 자들이 다시금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뿌리 뽑는다면 죽을 때까지 함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 점은 걱정 마시오. 놈들을 확실하게 소탕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마약이 이곳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단속하겠소."
"지훈, 내 이름을 걸고 약속을 하겠네. 만약 다시금 이 지역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일망타진하겠네."
"그 약속을 꼭 지켜 주십시오. 여자들도 저의 도움을 받아 마약중독에서 벗어난 만큼 약속은 철저히 지킬 것입니다."
"고맙소."
"고맙네, 지훈. 그런데 무슨 수로 마약중독을 해결한 건가?"
"저도 이번 일을 함구할 테니 더 이상 묻지 말아 주십시오."
"알겠네. 그렇게 하겠네."
모든 나라는 마약중독자를 엄하게 처벌한다. 그 말은 나쁜 자들의 음모에 빠져서 마약에 중독된 여자들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럴 경우 여자들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 때문에 지훈은 여자들의 미래를 찾아 주고 관광에 크게 의지하는 태국을 위해서도 이번 일을 함구하기로 했고, 여자들에게도 그 조건을 내걸었다.
아무 희망 없이 노예 같은 삶을 살던 여자들은 다시금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훈의 제안을 수용했고, 끝내는 그의 도움을 받아서 몸을 갉아먹고 있던 마약 성분을 배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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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여자들의 출국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중국을 찾은 이재철은 두레의 현지 사무소에서 문제상 부장과 함께 두 명의 사내들을 만나고 있었다.
"전무님, 이들이 제가 말한 그 친구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전철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상혁입니다."
"반갑소. 두 사람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소."
"전무님이 우리 같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니 영광입니다."
"무슨 말이오? 오히려 나야말로 우리 그룹에서 최고의 중국통인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오."
30대 후반의 전철민과 40대 초반의 유상혁은 TJ패션과 TJ화장품에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패션과 화장품의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핵심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저마다 개인적인 사정을 들며 며칠 전에 휴가계를 제출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재철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무님, 이 친구들이라면 두레의 중국 진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레는 음식점이라 화장품이나 패션과는 많이 다를 텐데 성공할 수 있겠소?"
"사업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핵심 상권을 파악하고 매장을 오픈하는 일은 결국 똑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저 역시 유 차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얻은 만큼 두레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해 주니 두레의 밝은 내일이 보이는 것 같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뭐요?"
"문 부장님에게 듣기로 저희들이 전무님과 뜻을 함께하게 되면 TJ가 아니라 제3의 회사에 고용되는 거라 하시더군요."
"그렇소. 그리고 그 이유는 두 사람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 것이오."
"물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입니까?"
"다시 그룹으로 들어오고 싶소?"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급여를 비롯한 여러 복지 정책 때문이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 부분은 그룹으로 복귀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하게 맞춰 주겠소. 아울러 아파트를 비롯해서 자동차도 더 좋은 조건으로 맞춰 주겠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결국은 그룹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는 뜻입니까?"
"최소 몇 년은 지나야지 않겠소?"
유상혁과 전철민은 이재철이 말했던 것처럼 TJ그룹 내에서는 중국통으로 소문난 사람들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 내 주요 도시의 상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각 도시의 공무원들과도 밀접한 관계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점들 때문에 이재철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속으로 토사구팽을 걱정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두레의 중국 진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는 이재철의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함께 일을 하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면 결국에는 저희들을 그룹으로 복귀시켜 주시겠다는 뜻입니까?"
"두 사람이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오. 하지만 난 다른 제안을 하고 싶소."
"어떤 제안을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두 사람은 두레의 중국 진출 이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소?"
"맞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 없소. 난 두레의 중국 진출이 성공하면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또다시 론칭할 것이오."
"또 다른 프랜차이즈까지 론칭하시겠다고요?"
"물론이오. 다만 그때는 한식당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음식점이 될 것이오. 그리고 그것마저 성공한다면 식품만이 아니라 호텔과 방송도 진출시킬 생각이오."
"식품만이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중국 진출을 시도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그러니 두 사람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그것만 고민하시오. 그래서 나와 함께 이 거대한 대륙을 집어삼키는 것이 어떻겠소?"
"전무님이 그토록 원대한 포부를 갖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저는 일신상의 안위만 걱정했는데,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고 나이가 있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소? 하지만 나를 믿고 힘껏 도와주시오."
"하겠습니다."
"전철민 씨는 어떻소?"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전무님을 믿고 제 열정을 모두 불태우겠습니다."
"고맙소."
*9. 책임자, 나오라고 해!
빠이의 일을 마무리하고 치앙마이를 거쳐서 방콕으로 넘어간 지훈은 그곳에서 이틀을 더 머무르면서 답사를 마친 후에 18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장님, 한국으로 돌아오니까 괜히 신나고 기쁘지 않으세요?"
"미정 씨도 그래요?"
"네. 아무리 다른 나라가 좋다고 해도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아요."
"그래서 모국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여전히 방갈로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미정은 지훈을 예전보다 더 편하게 대하는 것이 마치 마음을 비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었고 그녀는 최소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좀 더 여유를 갖고 지훈과의 관계를 차차 발전시키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얼마 후, 장기 주차장에 당도한 두 사람은 지훈의 차에 올라탔다.
"사장님, 저는 택시 타고 가면 되니까 서울에 들어가거든 적당한 곳에서 내려 주세요."
"굳이 택시 탈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래간만에 조 회장님도 뵐 겸 같이 가시죠."
"헤헤, 그렇게 해 주시면 저는 좋죠."
미정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한 지훈은 동네의 마트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왜요?"
"오래간만에 찾아뵙는데 과일이라도 사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