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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에 북경과 상해를 비롯해서 열 개가량의 대도시에 두레를 오픈한 이재철은 아직 두레가 입점하지 않은 다른 성의 대도시에도 입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울러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경제의 중심지인 상해에는 기존의 매장과는 별도로 추가 매장을 계속 내고 있었다.
"광저우의 인구가 그 정도나 되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중공업 단지가 자리하고 있어서 소득 수준도 상당해 시장성이 좋습니다."
"저 역시 광저우의 발전 가능성이 많은 만큼 상하이처럼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션과 화장품도 그랬소?"
"물론입니다."
"좋소. 광저우는 매장을 더 내는 것으로 하시오. 그런데 충칭과 쓰찬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소?"
"그쪽도 조만간 고위 당국자와 접촉을 하기로 했습니다."
"자금 걱정은 신경 쓰지 말고 약칠을 제대로 하시오."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은 지구상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놓고 다른 기업의 아이템이나 디자인을 도용하고도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발뺌을 하는 비상식적인 작태가 만연하고, 또 그게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다 보니 그런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꽌시'라고 불리는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근대적인 문화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그랬다.
쉽게 말해서 중국은 아직도 부정부패가 횡행하는 사회였다. 즉, 고위 공무원과 관계를 형성하고 뇌물을 바치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반면 뇌물을 사용하지 않고 법대로 하면 사소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도 몇 날 며칠이 소요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다 보니 유상혁과 전철민은 패션과 화장품 부서에서 근무할 때부터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두레는 빠른 시간에 중국 전역에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고, 이영화 씨를 앞세운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폭넓게 넓혀 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중국 공무원들이 약을 먹으면 약값은 하는 편이라 그 비용은 충분히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이미 오픈한 매장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하고 있소. 그나저나 가온누리도 베이징과 상하이에 매장을 오픈한다고 했소?"
"듣기로 오늘은 베이징 매장을 오픈하고 내일은 상하이 매장을 오픈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수 리아가 축하 공연을 한다는 얘기는 뭐요?"
"저희도 모르고 있었는데, 가수 리아 씨도 가온누리의 주주라고 합니다."
"리아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소?"
"최고입니다. 중국과 외국의 가수를 통틀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온누리도 홍보를 제대로 하는 편인데, 우리에게 피해는 없겠소?"
"가온누리는 마치 중국 업체처럼 두 개의 초대형 매장만 오픈하는 만큼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점도 있지만 가격대를 비롯해서 많은 것이 다른 만큼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온누리로 인해서 오히려 우리가 돋보일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가온누리는 중국 내의 유명 음식점처럼 규모가 거대하고 그 분위기도 한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한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면 오히려 그 점이 중국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잖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우입니다."
"무슨 소리요?"
"한국과 중국은 많은 점에서 그 문화가 비슷한데 특히 건축에서 그 부분이 도드라집니다. 솔직히 멀리서 중국 전통 건물을 보면 한국의 전통 건물과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런 점을 많이 느꼈소만 그게 무슨 상관이오?"
"장담하건대 중국 사람들이 가온누리를 방문하면 종종 봐 오던 것과 비슷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몇 마디 덧붙이자면 중국 사람들은 한국 하면 아이돌과 함께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서 파생된 스마트함을 가정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가온누리는 한국의 전통성을 강조했으니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셈입니다."
"하하~! 그런 것이었소?"
"솔직히 그런 것이 대기업과 개인의 차이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가온누리는 애초부터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내가 두 사람을 중용하는 것이오."
중국 전문가인 유상혁과 전철민은 가온누리가 애초부터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그런 식으로 대형 매장 위주로 펼쳐 나가면 중국 전역으로 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즉, 개인치고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착각이었다. 지훈은 국내와 태국에서 두레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규모의 프랜차이즈 점을 경영하고 있었고, 그 부분과 관련한 노하우를 착실히 쌓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음식점과 관련한 프랜차이즈 경영은 가온누리가 두레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거대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 것은 장쉬엔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그랬다.
두레처럼 적당한 규모의 프랜차이즈는 유행을 탄다. 유행을 탄다는 것은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했고, 실제로 많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사라지고 새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반면 대형 매장을 통해 확실한 인지도와 명성을 쌓으면 유행을 비껴갈 수 있었다.
특히 중국 시장은 명성을 얻기는 어렵지만, 한번 얻으면 세대가 바뀌어도 이어진다. 즉, 지훈과 장쉬엔은 두 개의 초대형 매장을 통해 확실한 명성을 얻으면 중국 전역을 상대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설립할 생각이었고, 누가 끝에 가서 웃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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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몇 년째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통상 10억 명이라고 얘기하는데, 그중 10퍼센트가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즉, 한국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1억 명이 돈 걱정 없이 산다는 의미이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 해도 먹는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로 범위를 확대하면 대략 3억 명이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동남아 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고 하는데, 가온누리는 이미 중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덕분에 가온누리 북경 매장과 상해 매장은 오픈 직후부터 그 거대한 매장에 빈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훈은 중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갔다.
"사장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오늘은 유난히 예약 손님이 많다면서?"
"말도 마십시오. 다들 사장님의 요리를 직접 먹어 보고 싶다고 어찌나 부탁을 하는지 준상 씨가 매일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북경 매장의 마스터 셰프 겸 지사장은 가온누리를 오픈할 때부터 함께 했던 최용석이었다.
지방 대학의 조리학과를 나온 그는 재능은 부족하지만 노력과 성실함으로 이를 극복한 사람이었는데, 자녀의 교육을 생각해서 중국 근무를 자원했다. 그래서 미혼인 다른 직원들과 달리 가족과 함께 북경에서 살고 있었다.
"준상이는 어디 갔죠?"
"오늘은 요리 학교 특강이 있는 날이어서 그쪽으로 갔습니다."
"2차 수강생은 언제부터 교육이 시작되죠?"
"3주 후부터라, 이번 주부터 모집에 들어갔습니다."
"베이징 시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나요?"
"올해까지는 계속되기로 했습니다."
가온누리에서 함께 일할 중국인 셰프들을 교육시켰던 실습장은 오픈 직전에 중국 당국의 인정을 받은 6개월 과정의 요리 학교로 변신했다. 그래서 지금은 1차 교육생 서른다섯 명을 교육시키고 있었고, 2개월 단위로 교육생을 추가로 모집하기로 했다.
아울러 북경시에서는 가온누리의 요리 학교를 직업 교육 기관으로 인정해서 6개월간의 학원비를 제공하고 있었다.
"올해까지라면 내년에는 지원을 안 해 준다는 말인가요?"
"졸업생들의 취업 실적을 보고 결정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야만 지원을 계속해 준다는 겁니까?"
"시의 담당자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취업률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니 달리 할 말이 없군요. 혹시 우리가 졸업생들을 몇몇이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매장이 지금처럼 두 개만 유지된다면 최대 일흔 명이 한계입니다만, 취업률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의 취업률만 기록해도 지원을 계속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 교육생들 중 상당수가 한국 식당 취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 식당의 반응이 아주 우호적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중국 전역에는 한국 식당이 상당수 있는데, 한식이 가능한 중국인 요리사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자격증이 없는 아줌마를 고용해서 가르쳐 가며 쓰고 있는데, 애로점이 많다고 합니다."
"아! 우리 요리 학교의 졸업생이 배출되면 그들을 고용하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졸업생을 꼭 보내 달라는 부탁이 종종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우리 때문에 그분들의 영업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습니까?"
"아닙니다. 가온누리 때문에 한국 음식이 고급 요리로 대접받고 있다면서 오히려 오픈을 크게 반기고 있습니다."
한국 매장과 거의 비슷한 가격을 받고 있는 가온누리 중국 매장의 주 고객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거리 곳곳에서 영업하고 있는 다른 한국 식당들은 평범한 중국인이 주요 고객이다.
즉, 가온누리와 다른 한국 식당은 시장층이 달랐다.
물론 평범한 중국인들도 가온누리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큰맘 먹고 오는 것으로, 외식의 성격이 강한 것에 반해 다른 한국 식당은 외식이 아니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았다.
그렇다 보니 고급을 표방한 가온누리가 등장하면서 한식의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고급 요리로 바뀌었고, 평범한 중국인들은 가온누리를 자주 갈 수 없는 대신에 다른 한국 식당을 찾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얻었다. 즉, 가온누리가 오픈함으로써 전체 한식당의 매출이 증가한 상태였기에 오히려 반기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한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까?"
"변함없습니다."
"그분들은 반응이 어떻습니까?"
"한국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어하며 다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도 중국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중국의 음식은 전체적으로 기름져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많이 느끼하게 느껴진다. 그 때문에 중국 현지의 여행사들은 중국을 찾는 한국인에게 종종 한식을 제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온누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는 가온누리가 워낙 대형 매장으로 주차가 편하고 단체 손님을 데려와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가온누리 중국 매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궁궐을 연상시키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북경 매장과 상해 매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었다.
"다들 좋아한다니 다행입니다. 참! 오늘 예약자 리스트를 확인해 볼까요?"
"여기 있습니다."
"어! 이분들은 중국의 주요 공직자들 아닌가요?"
"맞습니다. 사실 이분들 때문에 사장님을 찾았습니다."
예약자 명단에는 현재의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당과 군부의 고위 인사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는 중국 진출에 많은 도움을 준 장쉬엔의 아버지도 있었다.
*11. 그따위가 무슨 요리사야?
병풍부터 시작해서 집기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VIP 룸 안에는 열 명가량의 사람들이 갖가지 요리와 함께 인삼주를 마시고 있었다.
룸 안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도 있지만 별과 훈장이 주렁주렁 매달린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들도 몇 명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평범한 인민복을 입고 있는 장쉬엔의 아버지인 장린 정치국상무위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