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86화 (186/219)

<-- 186 회: 6-25 -->

그는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는 한 지훈에게 어떤 식으로든 대회 결과가 안 좋게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는, 최소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힘을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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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5백만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자랑하는 상해는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정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북경을 넘어선 중국 제일의 도시로 성장했다. 그래서 상해에는 중국기업만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본부가 도처에 자리 잡고 있었고, 중국의 요리 명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대부분 상해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황궁 요리의 맥을 이은 자오량도 마찬가지여서 그의 레스토랑인 금성주가도 상해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인, 나오셨습니까?"

"오늘 예약자는 어느 정도인가?"

"점심과 저녁 모두 만석입니다."

"대기자 현황은?"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식자재는 당도했는가?"

"조금 전에 당도해서 각 주방으로 모두 옮겼습니다."

"오늘 들어온 게들은 어떤가?"

"싱싱한 것이 물이 아주 좋습니다."

"다른 식자재도 이상 없겠지?"

"제가 빠짐없이 확인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좋습니다."

황궁 요리의 맥을 이은 자오량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들어오는 식자재도 최상의 것을 고집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반품을 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도 유독 신경을 많이 썼는데, 좋은 식자재를 엄선해서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게다가 철저히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며칠씩 대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가온누리 쪽은 어떻다고 하던가?"

"그쪽도 영업이 잘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한국과 중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것들이 영업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까?"

중국에는 한국 연예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종종 방문을 한다. 그들 중에서 가온누리 매장을 찾는 이가 적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부터 가온누리가 워낙 유명했기에 중국 연예인도 종종 가온누리를 찾았다.

"음식점이라면 모름지기 맛으로 승부를 해야지 유명인의 후광을 이용해서 영업을 하다니, 쯧쯧쯧……."

"황궁 요리도 아니고 고작해야 속국의 왕궁 요리인데 그런 후광을 이용하지 않으면 무슨 수로 성황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가온누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점도 바로 그거야. 그따위가 무슨 요리사야?"

"저도 대인의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맛이 좋아서 유명해졌고, 유명해져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은 가온누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자오량은 자신의 요리가 세계 최고라고 여기고 있기에 가온누리의 모든 면을 나쁘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머니 안에서 한국 노래를 표절한 중국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 것은 그때였다.

"여보세요."

[전음]-안녕하시오. 나, 모용상이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전음]-잘 지냈소?

"장군님이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음]-혹시 일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소?

"무슨 말씀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전음]-요리 대회를 하면 이지훈이라는 한국의 요리사를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했었는데 기억 안 나시오?

"왜 기억 안 나겠습니까?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음]-그때 그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오?

"물론입니다. 그자와 직접적으로 겨룰 수 있는 기회만 만들어 주신다면 우리의 황궁 요리가 조선의 궁중 요리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전음]-역시 요리 명인답소. 그래서 내가 나서서 세계 요리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소.

"세계 요리 대회요?"

[전음]-그렇소, 말 그대로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것인데, 그 자리에 한국의 이지훈도 초청할 생각이오.

"그자가 나오겠습니까?"

[전음]-초청장을 보낼 것이오. 그리고 나오지 않으면 자신이 없어서 안 나왔다는 식으로 몰아붙일 생각이니, 그자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오.

"그 부분은 장군님만 믿겠습니다. 그런데 세계 요리 대회라면 판이 너무 커진 것 아니겠습니까?"

[전음]-그게 북한 측에서도 참가를 하겠다고 하는 통에 판이 커져 버렸소.

"북한도 참가를 한다고요?"

[전음]-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기를 쓰고 달려드니 참가하라고 해야지 어쩌겠소?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나 보군요."

[전음]-그래 봐야 반도의 북부에 틀어박혀 있는 것들이 뭐를 할 수 있겠소? 거기는 신경 쓰지 마시오.

"아무튼 세계 대회라니 부담이 많이 갑니다."

[전음]-대신 우승만 한다면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할 수 있고 그만큼 더욱 커다란 명예를 얻을 수 있지 않겠소?

"저는 대회의 우승을 떠나서 조선의 궁중 요리보다 우리의 황궁 요리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이고 싶은데, 다른 요리사들로 인해서 그 부분이 희석될까 두렵습니다."

[전음]-그 점은 내가 대회 진행 측에게 미리 언질을 줘서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게 할 것이니 염려 마시오.

"장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전음]-참! 많은 방송국에서 TV 중계를 하기로 했으니, 단단히 준비하시오.

"TV에까지 나오는 것입니까?"

[전음]-그래야 우리의 황궁 요리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우리 인민들이 똑똑하게 알지 않겠소?

"그렇군요.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전음]-그래야 할 것이오. 그리고 전국에 중계되는 김에 명인의 실력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소? 아마 그 광경을 보면 이지훈은 물론이고 다른 참가자들도 기가 죽지 않겠소?

모용상은 잘 알고 있듯 자오량은 요리 실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주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젊은 날 해외 토픽을 통해서 전 세계 곳곳에 방송된 적도 있었는데, 모용상은 그런 재주를 공개해서 다른 참가자의 기를 죽이라고 했다.

"장군님이 원하신다면 해야지요."

[전음]-나도 원하지만 그 광경을 우리 인민들이 본다면 자 대인의 실력에 크게 감탄하지 않겠소?

"우리 인민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더더욱 해야지요."

[전음]-생각 잘했소. 자세한 일정을 비롯해서 대회와 관련한 내용은 내가 수시로 알려 주겠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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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창문으로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북경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기가 물씬 피어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림용순은 중국산 샤오미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음]-노동당 제2비서실입네다. 누구십네까?

"나야."

[전음]-제2비서 동무십니까?

"기래, 내가 지시한 일 어떻게 되았어?"

[전음]-지시하신 대로 공화국의 조리 영웅을 조직하고 있습네다.

"난다 긴다는 동무들은 죄다 부르고 있갔지?"

[전음]-물론입네다.

"대회와 관련해서 국방위원장 동지에게 응당 보고는 했갔지?"

[전음]-지시받은 다음 날 즉각 보고했습네다.

"보고 사항에 대한 지도 사항은 어드렇게 돼?"

[전음]-기필코 공화국의 명예를 고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네다.

"내래 곧 갈 것이니 조리 영웅을 조직하는 일을 날래 마무리하라우."

[전음]-알갔습네다, 제2비서 동무.

세계 요리 대회의 참가를 선언한 림용순은 그날 바로 그 내용을 김정문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해서 북한 최고의 요리사를 보내 달라고 했다

뜬금없이 공화국의 최고 요리사를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보고에 김정문은 의아함을 표출했다. 하지만 요리 대회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지훈의 명성을 무너트리고 북한의 요리사들이 세계 최고의 요리사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 외에 또 다른 지시 사항은 어드렇게 돼?"

[전음]-세멘트와 비료의 양이 생각보다 부족하다며 무척 안타까워하셨습네다.

"황병기 정치국장이 날래 끼어들어서 한 소리 했갔구먼?"

[전음]-자신이 갔으면 더 많은 것을 얻어 왔을 거라는 흰소리를 늘어놓기는 했습니다만, 국방위원장 동지께서 묵살하셨습네다.

북한은 몇 년 전에 김정일이 죽으면서 그의 아들인 김정문이 3대째 권력을 세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정일을 따랐던 원로들이 숙청당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권력의 중심에 섰다.

림용순도 그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었는데, 그는 황병기 정치국장 그리고 김영득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과 경쟁을 하고 있는 관계였다.

"껄껄~! 국방위원장 동지께서 황 국장의 흰소리를 묵살하셨고? 고것, 아주 볼만했겠구먼? 기럼, 기렇지! 국방위원장 동지는 그런 기회분자보다는 나를 더 총애하는 게 분명해."

[전음]-제2비서 동지,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습네다.

"그렇지만은 않다니 그게 무시기 소리야?"

[전음]-국방위원장 동지의 건강이 나날이 안 좋아지고 있습네다.

김정문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고도비만이어서 과체중에 배가 엄청나게 나온 상태였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비만이 되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비롯한 성인병을 앓게 되고 심장에 무리가 간다.

사실 김정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북한 내 최고의 의료진이 몽땅 달라붙어서 24시간 밀착 관리를 했음에도 결국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유럽에서 살면서 육식을 즐겨 했던 김정문은 아버지나 조부보다 더 건강 상태가 안 좋았다. 그래서 아직 나이가 젊은데도 건강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 때문에 종종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었다.

"동무, 국방위원장 동지의 건강이 어드렇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전음]-그날도 회의 도중에 호흡에 문제가 생겨서 갑작스레 중단이 되었습네다.

"의사 동무들은 뭐 하고 있었기에 그런 사태가 벌어진 기야?"

[전음]-그 동무들이 정신없이 움직여서 긴급한 사태는 막았다고 들었습네다.

"긴급한 사태는 막았다고?"

[전음]-저도 그렇게만 알고 있습네다.

"큰일이구만! 국방위원장 동지가 쓰러지면 동무와 내가 찬밥 신세가 되는 것은 금방이야."

[전음]-저도 잘 알고 있습네다.

"내래 빨리 들어가야지 안 되갔어."

자신을 중용한 김정문이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 실각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김정문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그를 대신해서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경우 림용순은 김여정의 측근들에 의해서 숙청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림용순은 전화를 끊기 무섭게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을 해야겠다면서 그에 따른 지시를 내렸다.

노크 소리와 함께 30대 후반의 말쑥한 사내가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제2비서 동무, 공항으로 이동할 시간입니다."

"박 국장, 잠깐 앉아 보기요."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박 국장도 세계 요리 대회를 알고 있갔지?"

"비서동무께서 계속 얘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기렇지. 어쨌든 공화국의 조리 영웅들이 대회에 참석하는 이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지 않갔어?"

"그 일과 관련해서 제게 따로 지시할 게 있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내래 다시 와서 직접 챙기고 싶지만, 사정이 있어서 아무래도 어렵갔어."

림용순과 대화를 나누는 30대 후반의 사내는 재일 교포 출신으로 중국에서 무역업을 크게 하고 있는 박용성이었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위장 신분이었고 그의 진정한 신분은 /북한의 비밀 공작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대외연락부의 고위 간부였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림용순과는 달리 북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겉으로 드러난 모습도 훤칠한 것이 전형적인 사업가로 보였다.

"역시 박 국장이래 눈치가 빠르구만."

"비서 동무, 지시할 내용이 있으면 지시하십시오."

"박 국장도 가온누리 알지?"

"한국인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당이잖습니까?"

"그 동무 실력이래 세계가 알아준다는데, 우리래 무슨 대비를 해야지 않갔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박 국장이 종종 가서 이것저것 알아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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