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90화 (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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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 대륙기업과 강호기술공사에 우리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알아보니 문 사장님의 제품은 품질도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자신 있게 문 사장님의 제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박 사장, 그렇게만 해 준다면 공급가격의 3퍼센트를 커미션으로 제공하겠소. 물론 커미션을 제공한다고 해서 품질이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저는 가만히 앉아서 중간 마진을 획득할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만,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하면 우리의 이익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그 두 곳에 납품을 하게 되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단가를 하락할 수 있으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소."

"그렇다면 저도 부담 없이 커미션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기업과도 접촉을 해서 의사를 타진해 보겠습니다. 아마 두어 곳 정도의 거래처는 추가로 납품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사장, 제발 그렇게만 해 주시오."

얘기가 잘 풀린 덕에 문형석과 박용성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기만 했다.

같은 시각 커피숍 한쪽 구석에서는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나온 두 명의 사내가 문형석과 박용성을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었다.

"박용성 옆에 있는 자가 누구라고 했지?"

"문형석이라고 한국의 기업가인데, 최근 들어 부쩍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자입니다."

"문형석?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실에 연락해서 문형석에 대해 알아보고, 조금 전 그자가 통화한 곳이 어딘지 조사한 결과가 나왔는지도 물어봐."

박용성은 대외연락부의 일도 하지만 신분을 철저히 위장하고 공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무역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그가 중국인 기업가를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이런 식으로 커미션을 받고 중간 딜러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즉, 박용성과 문형석의 만남은 철저히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정보 요원들은 문형석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고 얼마 후에는 중요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과장님, 문형석은 이지훈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지난달부터 이번 달까지 세 번이나 이지훈과 접촉했다고 합니다."

"이지훈과 관련이 있는 자가 박용성을 만난다고? 그러면 저자도 간첩인 거 아냐?"

"다음 얘기를 들으시면 더 놀랄 것입니다."

"뭔데?"

"조금 전 문형석이 통화한 자가 이지훈이고 합니다."

"뭐! 박용성을 만나고 있는 도중에 이지훈과 통화를 했다고? 그렇다면 확실하군."

"제 생각도 같습니다. 서서히 이지훈을 거점으로 하는 국내 간첩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촉이 왔다니까!"

갑작스레 열리는 세계 요리 대회는 겉으로는 중계를 받은 몇몇 방송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것으로 했다. 하지만 요리 대회를 최초에 제안했던 모용상은 부관을 직접 보내 세세한 내용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정기적인 보고를 통해서 대회 진행 상황까지 챙겼다.

"강 대교, 대회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는가?"

"계획대로 대회장 섭외도 끝났습니다."

"그자는 어쩌기로 했지?"

"한국의 이지훈을 얘기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초청장을 받자마자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 왔습니다."

"하하하, 그게 정말인가?"

"북경 지사장이 직접 연락을 한 이상, 그자의 대회 참석은 확실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잘되었군, 잘되었어. 아! 그자가 대회 참가를 번복할 수 없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회를 알리는 예고 방송을 내보내도록 하게."

"이미 준비 중입니다."

"중계를 맡은 모든 방송사가 움직이는 거겠지?"

"당연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주 좋아. 그리고 방송만이 아니라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를 내보내게 해서 인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그 부분은 염 상교가 팀을 이끌고 직접 움직이고 있는 만큼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잘하고 있어. 그나저나 구색 맞춤으로 참가할 다른 나라의 요리사를 섭외하는 것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북경과 상해에 입점한 호텔 쪽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외국인 셰프들이 대회에 참가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셰프도 참가하는 거겠지?"

"몇몇 대상자를 선정해서 접촉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일본의 요리사도 참가시키게. 아! 여건이 된다면 한 명이 아니라 여려 명을 동시에 출전시키게."

"사령관님, 여러 명을 출전시키면 다른 나라의 참가자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어긋나잖습니까?"

"꼭 한 명만 참가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게 해. 그리고 그렇게 해야 이번 기회에 그놈들의 코도 납작하게 눌러 주지."

역사의 악연도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에는 센카쿠 열도와 관련한 영토 분쟁으로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몹시 불편했다. 그 때문에 얼마 전에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 심지어 일본인 관광객들이 중국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일도 여러 번 벌어졌다.

아무튼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불편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보다 더 안 좋았고, 중국인의 반일 감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모용상은 세계 요리 대회를 개최하는 김에 일본의 요리사도 여러 명 불러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자신들의 황궁 요리가 우위에 있음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사령관님의 뜻이 그렇다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이 왜? 설마 또 미사일을 날린 건가?"

"그게 아니라 이번 대회와 관련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와 관련해서 북한이 많은 준비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지난달에는 북한 전역에서 최고의 요리사를 불러서 경쟁을 시켰다고 합니다."

"우리가 개최하는 요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그런 일을 했다는 건가?"

"북한을 담당하는 정보 부서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세 명을 선발해 얼마 전부터 합숙 훈련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요리사를 세 명이나 참가시킨다고?"

"제출된 명단은 한 명입니다만 그를 돕는 조수들도 엄청난 실력자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북한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흥미롭군. 북한이 이번 요리 대회를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지? 혹시 남한의 이지훈을 의식하고 일종의 남북 대결로 여기는 것 아냐?"

"그 점도 있습니다만 북한을 이끌고 있는 김정문 국방위원장의 뜻이라고 합니다."

"그 어린 애송이가 요리 대회에 관심을 갖는다고? 왜?"

"정보 부서 관계자들은 남북 대결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슨 현실적인 이유?"

"사령관님도 아시겠지만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최근 들어 '외화벌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얘기해 봐."

"북한이 외화를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무기 판매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방해로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판매가 여의치 않자 지금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답니다."

"다른 쪽이라면, 뭘 말하는 거야?"

"바로 음식점입니다."

"음식점?"

"그렇습니다. 현재는 우리 나라를 비롯해서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만 진출한 북한 음식점을 전 세계 곳곳으로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답니다."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음식점을 확대하면 빠르게 퍼져 나가겠어. 그리고 음식점을 확대하면 외화벌이도 하겠지만 북한에 대한 안 좋은 인식도 많이 바꿀 수 있겠군."

"물론입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한다는 핑계로 그들의 선박에 무기를 실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바로 그거야!"

국가가 외식산업에 직접 뛰어들 생각을 갖고 있다니, 다른 나라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북한이라면 사정이 달라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만약 세계 곳곳에 북한 음식점을 열 수만 있다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았기에 이번 대회를 국가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 때문에 모용상은 북한에 대해서도 철저히 경계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자오량을 대회에서 확실히 우승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북한은 워낙 베일에 싸여 있는 만큼 평양 현지에 있는 외교관을 활용해서 입국 전부터서 정보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 일은 내가 힘을 쓰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한국의 이지훈이란 사실은 변화가 없어. 그러니 그자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공작을 꾸며 봐."

"참모진들과 논의해서 묘책을 세워 보겠습니다."

시간은 소슬바람처럼 무심히도 흘러 어느새 2월 말이 되더니 얼었던 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쳤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라서 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게다가 꽃샘추위치고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폭설이 내려서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무슨 2월 말에 이런 폭설이 내리지?"

"수철 씨, 주차장 부근부터 제설 작업을 해야지 않을까요?"

"제가 남직원들을 데리고 내려갈 테니까 파트장님은 나오지 마세요."

"조금 전에 사장님과 부마스터님이 먼저 나가셨으니 빨리 가 보세요."

"사장님이 나가셨다고요? 알겠습니다."

주차장에서 가온누리까지의 거리는 대략 40미터 정도다. 그러니 눈을 치우지 않으면 손님들의 신발이 젖는 것은 당연해서 지금처럼 눈이 쌓이면 가온누리의 남자 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제설 작업부터 했다.

같은 시각, 다른 직원들보다 먼저 달려간 지훈과 동석은 넓은 주차장을 뒤덮고 있는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지훈아, 눈은 더 이상 안 온다고 했지?"

"일기예보에는 더 이상 눈이 안 온다고 했어."

"올겨울은 왜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지, 제발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이제 눈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그래도 중국 매장에 비교하면 다행인 줄 알아. 거기는 주차장도 여기보다 훨씬 크지만 주차장과 매장을 연결하는 동선도 엄청 길어서 폭설이 내리면 그야말로 전쟁이야."

"대신 중국 매장은 직원들만 몇백 명에 달해서 그냥 밟고만 지나가도 치워질 것 아냐?"

"모르는 소리 마라. 거긴 서울보다 더 북쪽이어서 한번 눈이 내리면 무릎 넘게 쌓이는 것은 기본이야."

"아! 빨리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올겨울은 왜 이리 눈이 많이 오는지, 따뜻한 태국으로 안 간 것을 엄청 후회했다."

"야, 거긴 찜통이야."

"그래도 여기처럼 눈을 치우는 '생노가다'는 안 해도 되잖아."

"뭐, 정 가고 싶으면 베트남을 가 보는 게 어때?"

"지금 같으면 농담이 아니라 눈을 피해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싶다."

"혜미가 보내 준데?"

"말도 마라. 외국 근무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갈 거면 나 혼자 가라고 하더라."

"아버지가 돌아가신 통에 어머니 혼자만 계셔서 그러겠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눈을 치우는 동안 수철과 준호를 포함한 남자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제설 작업을 거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흐려진 하늘에서는 다시금 거센 눈발이 내리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낼모레면 3월인데 무슨 눈이 이렇게 쏟아져?"

"수철 형님, 이맘때에 폭설이 쏟아지다니, 하늘에 구멍이 난 것 아닐까요?"

"그러게 말이다.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이상해졌다고 하더니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수철 형님, 2월 말에도 폭설이 쏟아지다니,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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