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96화 (196/219)

<-- 196 회: 7-8 -->

짝짝짝~!

다 끝났다는 자오량의 말에 사회자가 반색을 하는 동안 방청객들은 요란한 함성과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반면 지훈은 계속해서 살을 발라내고 있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어! 이지훈 셰프는 다리 살까지 발라내고 있습니다."

씨익~!

자오량은 닭의 몸통 살만 발라냈는데 지훈은 몸통을 다 발라낸 생태에서 다리 살까지 발라내고 있었다. 즉, 속도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광경을 본 자오량은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이놈, 다리 살까지 건든 이상 네놈의 닭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금방 죽게 될 것이다.'

닭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닭이 움직여야 하기에 자오량은 그 점을 감안해서 다리 살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오량은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면서 닭을 툭툭 건드렸고, 얼마 후에는 정신을 차린 닭이 일어섰다.

같은 시각, 다리 살까지 발라낸 지훈도 닭을 건드려서 깨웠다.

"오! 대단합니다. 두 마리의 닭이 모두 멀쩡하게 살아서 움직입니다."

짝짝짝~!

'어떻게 이럴 수가!'

사회자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두 마리의 닭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린 순간 방청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놀라고 있는 이는 자오량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앙상한 다리뼈와 힘줄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무대 위를 종종거리며 움직이는 지훈의 닭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처음부터 비실거리던 자오량의 닭이 픽 쓰러진 것은 그때였다.

"아! 자오량 명인의 닭이 쓰러졌습니다. 반면 이지훈 셰프의 닭은 멀쩡한 것이 닭싸움에 내보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다른 참가자의 기를 누르고 자오량을 돋보이기 위해서 특별 기획된 사전 장기 자랑은 지훈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사회자는 이게 요리 대회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장기자랑이었음을 몇 번이나 떠들더니 무대를 다시 세팅하게 하고는 제비뽑기로 참가자의 자리를 정했다.

제비뽑기에서 4위를 차지한 지훈은 제일 오른쪽 끝자리를 골랐고, 자리 선정이 끝나기 무섭게 사회자는 대회의 규칙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규칙에 의하면 이번 대회는 명색이 세계 요리 대회인 만큼 모든 참가자가 똑같은 메인 식자재를 사용해서 자국의 요리를 만들어야 했다. 쉽게 말해서 도미가 메인 식자재라면 그것을 사용해서 자국의 전통 요리를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심사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대회 무대가 세팅되는 동안 사회자는 중국인 두 명과 서양인 네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을 소개했다.

저마다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은 100점 만점에서 50점을 평가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50점은 열네 명의 참가자가 부여하는데, 최고점수와 최하 점수가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서 점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요리사를 선발하는 세계 요리 대회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1라운드의 미션 주제를 공개하겠습니다."

"와아아~!"

함성과 함께 첫 번째 미션의 메인 식자재가 담긴 미스터리 박스가 등장했는데, 그 안의 내용물은 여러 종류의 두부였다.

"1라운드 미션은 두부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두부는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오늘날에는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건강식품입니다. 이 두부를 이용해서 참가자들은 자국의 요리를 만들면 됩니다."

세계 요리 대회인 만큼 거창한 미션이 나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첫 번째 미션은 두부였다.

이는 두부가 자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져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모용상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개 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두부의 유래와 기원을 안내하는 자료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드디어 자료 화면이 나오는구먼."

"방송사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 인민들이 자랑스러워할 것 아냐?"

"맞습니다."

자료 화면을 보며 매우 흡족해하는 이는 이번 대회의 실질적인 주최자인 모용상이었다.

공개 홀 2층에 마련된 별도의 룸에서 대회를 지켜보던 그는 두부를 고르는 자오량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사령관님, 왜 그러십니까?"

"그리 자신하더니 그렇게 허무하게 지고 말아."

"자오량 명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자오량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기획한 순서였는데 오히려 이지훈만 돋보이고 말았잖아?"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저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무튼 이지훈이가 대단하기는 한 것 같아. 닭은 물론이고 도미도 지금까지 살아 있잖아?"

계획과는 달리 장기자랑을 통해서 자오량이 아닌 지훈의 실력이 더욱 돋보이게 되자 모용상은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아직도 살아 있는 도미와 닭을 보는 순간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절로 입맛이 씁쓸해졌다.

"그러니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도 그자를 극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자만 꺾으면 우리 중국의 요리사가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 아니겠어?"

"맞습니다."

"공작은 철저히 했겠지?"

"물론입니다. 장류와 양념류를 비롯해서 소스와 향신료의 내용물을 다른 것으로 바꾼 이상 이지훈은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들만 바꾸면 그자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은 틀림없겠지?"

"본인이 몸으로 체득한 기본 실력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맛을 완성시킬 수 없는 이상 대회에서 자오량 명인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잘했어. 임무를 완성한 대원들은 어떻게 했는가?"

"지시하신 대로 휴가비까지 두둑하게 줘서 특별 휴가를 보냈습니다."

"애썼어."

장기 자랑은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요리 대회에서는 자오량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용상은 여유를 되찾고 음료수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두부를 골라 온 지훈은 어시스트의 자격으로 요리를 돕는 유준상과 최용석에게 궁중두부전골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다.

"사장님, 육수는 뭐로 우려내실 생각이십니까?"

"전골의 모양과 색을 살려 내려면 맑은 육수를 만들어야겠죠."

"사장님, 맑은 육수라면 소의 갈비뼈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

"최 지사장님, 텁텁하거나 너무 진하면 안 되니까 떠오르는 기름을 잘 제거하는 것 잊지 마세요."

"잘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두부를 지지는 것은 제가 할까요?"

"아니, 그건 내가 할게."

"그러면 저는 소고기를 다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궁중두부전골로 메뉴를 정한 지훈은 소의 갈비뼈가 들어간 냄비에 수기를 주입하고는 이어서 야채에 토기를 주입한 후에 현란한 손놀림으로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그사이 소고기를 한 움큼 가져온 준상은 채를 썰듯 곱게 썰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채를 썬 소고기를 절반으로 나눠서 절반만 다지기 시작했다.

한편 자오량은 사천 지방의 대표 요리라고 할 수 있는 마파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황궁 요리는 요리 방법이 다른지 돼지가 아닌 양고기를 사용했다.

고기를 다진 준상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어!"

"준상아, 왜 그래?"

"이상해요."

"뭐가?"

"양념 소금을 만들려고 소금 통을 열었는데 맛이 달라요."

"맛이 다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쓰는 소금이 아니에요."

가온누리는 한국의 천일염을 이용한 죽염과 프랑스에서 수입해 온 소금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소금 통에 들어 있는 소금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색깔과 입자가 달랐다.

게다가 소금만이 아니라 간장을 비롯한 모든 장류와 소스도 가온누리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랐을 뿐만 아니라 저가의 인스턴트 제품인지 맛도 떨어지고 잡내가 났다.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준상 씨, 그러게 잘 챙겨 왔어야지."

"당연히 잘 챙겼죠."

"잘 챙겼는데 이런 개똥 같은 것을 가져와?"

"아니에요! 이건 누가 내용물을 바꿔치기한 것이 틀림없어요. 이런 싸구려는 우리 매장에서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라 구하기도 어렵잖아요? 엥! 용기 안쪽이 지저분한 것이 누가 장난을 친 것이 틀림없어요."

"누가 그런 짓을 해?"

"나도 모르죠!"

@

편안한 룸에서 대회를 지켜보던 모용상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큰 소리로 웃어 대던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무척 당황스러워하는 준상과 용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사이 지훈 팀의 이상한 낌새를 차린 사회자도 그러한 내용을 떠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이지훈 셰프의 어시스트들이 무척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아마 예기치 못한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대회가 시작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반면 자오량 명인은 요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주 상반된 모습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사회자는 대강의 내용을 미리 들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훈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수를 쳤다.

"당황하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

"사장님, 이런 재료들을 썼다가는 맛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사장님, 아까 우리 짐을 맡겼을 때, 그때 이것들이 무슨 농간을 부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문제 삼을 수는 없으니까 평소대로 요리에 집중해."

"하……하지만."

"요리는 정성이야. 어서!"

"아……알았습니다."

"사장님, 요리를 만들기는 해야겠지만 이런 비겁한 술수를 부리다니 너무 억울합니다. 이 상태라면 다음 미션도 어렵습니다."

"최 지사장님, 나만 믿고 요리에만 전념하십시오. 아무렴 그런 비겁한 수에 우리가 당할 것 같습니까? 제게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요리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해서 마음이 흐트러지면 손과 미각도 흐트러지는 법이다. 그 때문에 최용석과 유준상을 진정시킨 지훈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요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한편 같은 한국 요리를 하는 두레의 셰프는 순두부국을 만들고 있었고 북한의 고경철은 지훈과 마찬가지로 전골을 만드는 것 같은데,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특이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요리를 만들던 지훈은 모든 재료의 특성에 맞게 음양오행기를 다시 주입했다.

이는 장류와 조미료의 질과 맛이 떨어지는 이상 이를 만회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 수작을 부린 자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북한의 셰프들이 했을까? 아냐, 그들도 나처럼 외국인인데 방송 관계자를 어찌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러면 뒤늦게 참가한 두레 측에서 자금력을 사용해서 수작을 부렸을까?'

가장 먼저 의심이 가는 인사는 북한이었지만 그들이 농간을 부렸다고 하기에는 여러 사정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건 두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의심이 가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중국의 자오량을 1등으로 만들 생각에 주최 측에서 농간을 부렸을지도 몰라.'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유력했다. 그리고 그걸 떠올린 순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가슴속에서 치솟았다.

'고작 이런 농간으로는 나를 어찌하지는 못한다.'

마음을 다잡은 지훈은 가스 불에 화기를 더해 가며 두부를 정성스럽게 지졌다. 그러고는 토기를 머금어서 싱싱해진 쪽파를 사용해서 십자 모양으로 두부를 묶고는 잘 다듬어진 야채와 함께 그릇에 옮겼다.

"지사장님, 육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끝났습니다."

"주십시오. 그리고 계란을 풀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맑은 육수를 넘겨받은 지훈은 수기와 함께 목기를 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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