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97화 (197/219)

<-- 197 회: 7-9 -->

육수의 시원함을 위해서 수기를 주입했다면 목기는 전골에 들어가는 두부와 고기 그리고 야채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해서 주입했다. 그러고는 화기와 양기를 부어 가며 그것들을 살짝 끓이기 시작했다.

"준상아, 간장하고 페퍼민트, 레몬밤 가루를 줘 봐."

"사장님, 이런 저질 간장을 사용하시려고요?"

"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

"사장님, 이런 간장을 사용했다가는 뒷맛이 지저분해질 수도 있는데 그냥 사용하지 말죠."

"걱정 말고 주십시오."

최용석의 만류에도 간장을 넘겨받은 지훈은 스푼을 이용해서 간장의 맛을 봤다.

"크~윽!"

짐작대로 공장에서 만든 싸구려 화학제품임을 확인한 지훈은 작은 냄비에 간장을 붓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사장님, 끓여서 잡내를 없앨 생각입니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야."

"하지만 간장을 끓이면 잡냄새는 사라지겠지만 텁텁함은 더욱 진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양을 사용하려는 거야."

간장을 끓이면 잡냄새도 사라지지만 수분이 줄어드는 만큼 짠맛도 증가한다. 그건 간장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만큼 텁텁함도 줄일 수 있었다.

잠시 후, 스푼을 사용해서 펄펄 끓는 간장을 퍼 올린 지훈은 텁텁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수기를 주입하고, 그 이후에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 금기를 주입했다.

'이만하면 됐어.'

비록 직접 만든 간장보다는 못하지만 음양오행기를 사용해서 만족스럽게 바꾼 지훈은 그것을 두부전골에 부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지훈의 입가에 싱긋한 미소가 피어나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요리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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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불이 꺼짐과 동시에 살짝 끓어올랐던 두부전골이 잠잠해졌고 곧이어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터져 나왔다.

"종료 1분 전입니다. 참가자들은 마무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준상아, 수고했다. 지사장님도 고생 많았습니다."

"저희보다는 사장님이 고생하셨죠. 그나저나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시간이 다 된 만큼 종료하겠습니다. 모든 참가자는 뒤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안내가 끝난 직후 심사위원들이 나와서 참가자들의 요리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어떤 언질이 있었는지 심사위원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참가자들의 요리를 맛보았는데, 지훈과 자오량의 요리를 먹은 직후에는 분명한 표정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끝난 직후, 이번에는 대회 참가자들이 평가에 나섰다.

"오! 고기가 이렇게 탄력이 넘치다니, 골고루 잘 익었다는 말이잖아?"

"두부가 이렇게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움을 간직할 수 있다니, 불 조절이 예술의 경지에 들어갔군."

"두부 특유의 콩 비린내도 전혀 안 나는데."

"역시 중국이 자랑하는 자오량 명인이야."

시식용 스푼과 접시를 이용해서 제일 먼저 자오량의 마파두부를 맛본 참가자들은 누구랄 것 없인 감탄사를 토해 내며 극찬을 쏟아 냈다. 이는 지훈도 마찬가지여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를 추켜올렸고, 그 광경을 본 사회자는 재빨리 자오량을 칭찬했다.

그사이 참가자들은 두 번째 순서인 스즈키의 미소두부국을 떠먹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갔고 그런 반응은 한동안 계속 이어지다가 제일 끝에 있는 지훈의 두부전골에 당도한 순간 변화가 발생했다.

"오! 오색이 이렇게 아름답게 어울리다니 과연 요리계의 피카소답습니다."

"일단 플레이팅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참가자를 확실하게 압도하는군요."

"모양도 아주 좋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은은하게 피어나는 것이 절로 군침이 넘어가는데요."

"빨리 먹어 보고 싶은데 차마 숟가락을 담글 용기가 안 생기는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요리를 떠나서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궁중두부전골은 민간의 두부전골과는 달리 신선로처럼 오방색의 조화를 강조해서 일단 색의 화려한 대비가 눈에 확 들어왔다. 게다가 전골을 구성하는 두부와 고기 그리고 버섯을 비롯한 야채가 맑은 국물에 살짝 담겨 있는 모습이 마치 활짝 핀 꽃다발을 연상시켜서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그 아름다움에 기가 눌려 차마 숟가락을 담그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북한의 고경철이 용감하게 시식에 나서자 뒤이어 숟가락을 담갔다.

"헙!"

"아!"

"오!"

"헉!"

지훈의 요리를 맛본 참가자들은 누구랄 것 없이 외마디 감탄사를 토해 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는 자오량도 마찬가지였고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었던 고경철도 마찬가지였다.

의외의 상황에 사회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왜 그러냐고 질문을 하려는 사이 스즈키가 국자를 이용해서 시식용 그릇에 두부전골을 한 그릇 가득 떴다. 그리고 그게 신호였는지 다른 참가자들도 앞다투어 달려들어서 두부전골을 뜨기 시작했다.

"이……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허겁지겁 두부전골을 그릇에 담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어느새 심사위원석에 있던 심사위원들도 우르르 몰려와서 두부전골 쟁탈전에 가담한 것이다.

그건 그만큼 지훈의 두부전골이 맛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도 먹어 봅시다."

"거참, 인간적으로 한 국자만 뜹시다."

"심사위원님, 그 전에 차례부터 지키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다들 왜 그러십니까?"

"사회자님도 와서 직접 드셔 보세요."

지훈의 두부전골을 시식한 참가자들이 차마 말을 잊지 못하자 사회자는 맛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모용상의 명령을 받은 특수부대원들이 벌인 농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자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확인할 생각에 지훈의 조리대로 다가가 누군가가 내민 두부전골의 맛을 보았고, 그 직후 자기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5. 가 보시면 압니다!

대형 마트의 시식 코너처럼 어수선해진 1라운드의 채점 결과가 얼마 후에 발표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상대로 지훈의 두부전골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이는 요리 대회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지훈이 1라운드의 1위가 되었다.

참고로 지훈은 자오량 명인의 요리에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지금 바로 2라운드의 미션을 공개하겠습니다."

웅~!

와이어 줄에 매달린 미스터리 박스가 내려오면서 2라운드 미션이 공개되었다.

2라운드의 미션은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교자였다.

"2라운드 미션은 교자입니다. 교자 역시 중국에서 시작되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중국 음식입니다. 참가자들은 여기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피와 속을 만드신 후에 두 가지의 교자 요리를 만들면 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중국의 우월성의 과시할 생각이었던 모용상은 2라운드 미션도 중국에서 기원한 교자를 내세웠다.

"사장님, 어떤 요리를 만드실 생각이세요?"

"두 가지 요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한 가지는 규아상을 만들 생각이야."

"규아상이라면 괜찮겠네요."

만두의 외양이 해삼 모양을 하고 있는 규아상은 모양이 예뻐서 다른 말로 '미만두'로 불리는데, 만두와 관련해서는 궁중 요리를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가온누리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 음식인데,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했다.

아울러 규아상은 찌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는 다른 만두와는 달리 속의 재료를 전부 익힌 것으로 채우기에 살짝만 찌는데, 그러다 보니 쫄깃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사장님, 규아상을 만든다면 다른 한 가지는 국물이 있는 요리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 지사장님, 만둣국을 끓이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사장님, 만둣국을 끓일 거면 '생치만두'를 만드는 게 어떨까요?"

"꿩고기가 있을까?"

"아까 저쪽에 있는 것 봤어요."

생치만두는 특이하게도 꿩고기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닭보다 식감이 좋고 탄력이 좋은 꿩고기를 사용하기에 만둣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만두였다.

"좋아! 그러면 메뉴는 규아상과 생치만둣국으로 정하고 재료부터 챙기자."

"꿩고기가 있는 반대편 팬트리는 제가 갈게요."

메뉴를 선택한 지훈 일행이 팬트리로 다가가서 식자재를 고르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도 메뉴를 선택했는지 팬트리를 바쁘게 오갔다.

가만 보니 자오량은 군만두와 훈툰이라고 불리는 만둣국을 준비하는 것 같았고 북한의 고경철은 개성 지방의 대표 요리라고 할 수 있는 편수와 평안도식 만둣국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한편 지훈이 1라운드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모용상은 노기 어린 음성으로 부관을 닦달하고 있었다.

"부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저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진두지휘한 자네가 모르면 누가 안다는 것인가?"

"죄……죄송합니다."

"정녕 내용물을 바꾼 것은 확실한가?"

"분명 그렇게 했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지훈이가 아까 당황한 것은 사령관님도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지훈이가 1등을 차지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두부 요리는 양념이나 장류를 안 써도 되는 음식이라 그런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이지훈은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어쨌든 그것들이 가온누리의 맛을 내는 비법이라고 했잖아?"

"그건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한 것은 이지훈이가 1등을 차지했다는 점이야. 이를 어찌할 거야?"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 번의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교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자오량 명인이 자신 있어 하는 요리인 만큼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아까 두부도 그렇다고 얘기했잖아?"

"두부와 교자는 다릅니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 교자를 빚고 쪄 내는 중국 식당과 달리 한국은 그리 자주 찾는 음식이 아닌 만큼 이번만큼은 자오량 명인이 이깁니다."

"만약 이번에도 자오량이 지면 어쩔 거야?"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교자는 장류나 소스를 뿌리거나 찍어서 먹어야 하기에 이지훈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맛의 비법이라고 알고 있는 장류와 소스를 비롯해서 각종 양념을 바꿔치기한 이상, 당연히 실력 발휘를 못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훈은 이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기 좋게 1등을 차지해 버렸고, 그걸 본 모용상과 부관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만약 이지훈이가 그것들을 내놓지 않으면 어쩔 거야?"

"설마 그러겠습니까?"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그러니 대회 진행자에게 얘기해서 그것들을 무조건 함께 내놓게 해."

"아! 알겠습니다."

지훈의 비밀을 모르는 모용상은 용케 운이 따라서 1라운드의 우승을 그가 차지했다고 여겼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이 바꿔치기한 것들을 지훈이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것들만 사용하게 하면 자오량이 쉽게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여겨 대회 진행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얼마 후에 끝난 2라운드 결과도 지훈의 압승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지훈은 간장과 향신료를 사용한 양념장까지 함께 내놨는데, 그것마저도 최고의 맛이라며 호평을 받았다.

"부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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