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98화 (198/219)

<-- 198 회: 7-10 -->

"내용물을 바꾼 것, 확실해?"

"그건 틀림없습니다. 심지어 대원들이 내용물을 바꿔치기해서 가져온 것을 제가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지훈이가 1등을 차지했다고?"

"저도 그 부분이 불가사의합니다."

"그놈들 어디 갔어?"

"누구 말입니까?"

"누구긴 누구야? 이번 일에 투입된 대원들이지."

"그자들은 지금쯤 특별 휴가를 받고 부대를 벗어나서 고향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당장 불러, 어서!"

"아……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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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요리 대회는 마지막 3라운드 심사만 남겨 놓고 있었다.

하지만 1라운드와 2라운드의 1위를 지훈이 차지한 이상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요리 대회의 우승은 그가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조금 전 시식에 나선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반응을 봤을 때 이번 3라운드도 지훈이 1위를 차지할 것 같았다.

"먼저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레이쥔 심사위원장님 결과를 발표해 주시지요."

"먼저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대회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위대한 셰프가 열정을 바쳐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었던 이번의 행운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지훈 씨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셰프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예상했던 대로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3라운드도 지훈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뒤이어 발표된 참가자들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이번 요리 대회의 우승은 지훈이 차지했다.

"이지훈 참가자, 축하합니다. 나와서 우승 소감을 발표해주시겠습니까? 여러분 세계 최고의 요리사를 환영해 주십시오."

"와~아아!"

짝짝짝~!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 중앙으로 나온 지훈은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감사의 말을 몇 마디 하고는 자오량과 다른 참가자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한 후에 한 가지 고백을 하겠다고 했다.

"이지훈 셰프, 방금 고백을 하겠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실수가 있었다는 것입니까?"

"저의 불찰로 각 참가자들이 알아서 준비하는 여러 소품을 값싼 저질 인스턴트 제품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에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훈은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울러 그게 다 본인의 실수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불과했고 속뜻은 농간을 부린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쉽게 말해서 농간을 부렸음에도 자신은 1등을 차지했으며 어떤 농간을 부려도 자신 있다는 얘기였다.

농간을 부린 모용상은 지훈의 말뜻을 똑똑하게 이해하고는 똥 씹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지훈 셰프, 그러면 오늘의 요리가 본인의 베스트가 아니라는 것입니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대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제 자신에게는 화가 납니다. 그리고 이번의 실수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사소한 것도 실수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말은 좋았지만 핵심만 얘기하자면 제대로 준비했으면 오늘의 요리보다 더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기에 어찌 보면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었다. 그건 달리 말하면 그럼에도 지훈에게 패한 다른 참가자를 모독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안색이 변하는 것은 당연했는데, 지훈은 그들에게 자신이 사용한 각종 장류와 양념류를 맛보게 했다.

"이런!"

"퉤!"

"허~참!"

"흐미."

불쾌한 마음에 각종 장류와 양념류를 직접 맛본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은 안색을 찌푸리거나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다는 표정으로 입을 헹궈 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름대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들은 상당한 수준의 미각을 갖고 있었기에 그것들을 사용하면 오히려 요리의 질과 맛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자고 중요한 대회에 이런 것을 가져왔지."

"실수라고 했잖아?"

"명색이 일류 요리사가 이런 것을 실수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지훈 셰프, 가온누리에서는 이런 것들을 사용합니까?"

"어찌 이런 것들을 사용하겠습니까? 사실 저는 이런 저질 제품은 어디서 구입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엥!"

"가만!"

심사위원들이나 참가자들이 바보는 아니다. 처음에는 너무도 형편없는 맛에 놀랐던 참가자들은 지훈의 말을 곱씹는 순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농간을 부렸음을 깨달았다.

"이래서 다른 대회와는 다르게 양념류와 장류를 비롯한 소스류는 직접 챙기라고 했군."

"어쩐지 대회 임박해서 그런 사실을 통보하더니, 이런 꿍꿍이가 있었군."

"그나저나 이런 것을 사용하고도 그런 엄청난 요리를 만들다니, 과연 대단하군."

"이 새끼들이래, 비겁한 술수를 부렸구먼!"

"마이크 꺼!"

누군가가 마이크의 전원을 내리면서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얘기는 더 이상 방청객으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의 대화를 들은 방청객들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웅성거렸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사회자는 황급히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날 저녁 TV에서는 예고했던 대로 세계 요리 대회가 방송되었고 많은 중국인들은 그 프로를 시청했다. 하지만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었기에 맨 마지막의 혼란스러운 부분은 방송에 안 나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떠돌았고, 얼마 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해당 글이 삭제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열을 한다고 해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어서 며칠의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요리 대회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가온누리와 지훈의 명성은 온 중국을 뒤덮었다.

아무튼 인터넷에서 세계 요리 대회와 관련한 글들이 올라오고 지워지기를 반복하고 있을 무렵 지훈은 자오량과 고경철을 비롯한 몇몇 참가자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지훈 동무, 참으로 대단했소. 내래 솔직히 감탄했소."

"고경철 씨의 편수도 좋았습니다. 특히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은 최고였습니다."

"육수를 낼 때 무를 같이 넣어서 끓여 주면 그런 맛이 나오."

"그럴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처음 지훈을 만났을 때만 해도 그를 우습게 여기고 깔봤던 고경철은 지훈이 사용한 각종 장류와 양념류를 맛보고는 지훈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래서 지훈과 실력을 겨룰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그에게 요리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한편 중국의 황궁 요리와 한국의 궁중 요리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자오량은 넌지시 사과를 해 왔다.

"이지훈 셰프, 오늘의 일은 나 때문에 벌어졌을 것이오. 늦었지만 사과를 하고 싶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실은 이번 대회를 실질적으로 주관한 모용상 사령관과 두터운 친분 관계를 갖고 있소. 잘은 모르겠지만 날 우승시킬 생각에 모용상 사령관이 그런 일을 저지른 것 같소."

고경철과 마찬가지로 지훈의 실력에 진심으로 감복한 자오량은 그동안 자신이 지훈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부터 시작해서 대회가 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모용상과 자신의 관계를 밝히며 용서를 구했다.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지훈이 받아 준 것은 당연했고, 그날의 일이 계기가 되어 지훈과 자오량은 두터운 친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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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요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더욱 명성을 높이게 된 까닭에 가온누리 베이징 매장과 상하이 매장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날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그러는 사이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톈진 매장을 필두로 충칭에도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고, 광저우에는 매장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편 중국과 태국을 수시로 오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던 지훈은 그 와중에도 노량 대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거액을 투자했고, 자금 문제를 해결한 제작사는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반면 지훈을 간첩단의 총책으로 여기고 있는 위승환은 아무리 뒤져도 하부 조직에 대한 수사가 여의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김 과장, 어떻게 됐어?"

"아무리 뒤져 봐도 또 다른 간첩단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명색이 국내 총책인데 어수룩하게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거니까 사소한 것도 놓치지 말고 파고들어."

"저도 그러고 있습니다만 보통 놈이 아닌지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습니다."

"문형석은 어때?"

"그자는 종종 박용성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자가 이끄는 간첩단의 실체는 밝혀졌나?"

"몇몇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서 조사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딱히 확실한 물증을 잡아내진 못했습니다."

"시간에 제법 흘렀는데 아직까지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 어쩌자는 건가?"

"저도 답답합니다만 우리 과의 인원만으로 수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국내 부서에서도 무슨 낌새를 차렸는지 자꾸 뒤를 캐는 눈치입니다."

"뭐라! 우리가 개고생해서 알아낸 것을 다른 부서에서 노린다고? 절대 그럴 수는 없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라고 해."

"다른 직원들도 이번 일이 워낙 중차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다들 조심하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림용순과 직접 접선을 할 정도라면 지훈은 결코 하찮은 인물이 아니었다. 짐작하건데 그 정도라면 휘하에 너덧 개의 간첩단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거기에 포섭된 인물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에 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 사건만 해결하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위승환은 다시금 보안을 강조하고는 수사와 관련한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놈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수법으로 접선을 하면서 공작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사소한 일도 유심히 살펴. 특히 얼마 전에는 영화계 인사들과도 접촉했다며?"

"그렇습니다."

"그쪽에도 불순불자들이 의외로 많으니까 그쪽을 뒤져 봐."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는 전혀 접촉을 안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접촉이 없다는 말이야?"

"몇 번 확인했지만 자금을 투자한 이후에는 아예 연락도 안 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이가 영화에 자금을 투자했다고?"

"그렇습니다."

"얼마나?"

"70억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뭐! 70억이나 투자했다고? 영화와는 하등의 관련도 없는 사람이 그런 거금을 갑자기 투자한다는 게 말이 돼?"

"네?"

"이런, 아직도 모르겠어?"

"뭘 말입니까?"

"답답하군. 그게 바로 공작 자금이야!"

"아!"

"이제야 알았어?"

"그렇군요. 제가 방심을 한 탓에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 과장, 정신 똑바로 차려."

"죄송합니다."

"최우선적으로 놈이 70억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뒤져 봐. 그리고 영화에 투자된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샅샅이 확인해 봐. 분명 영화가 아닌 다른 일에 사용되었을 것이고, 그 돈을 사용한 놈들이 하부 조직원일 거야."

"그렇겠군요."

지훈은 미래를 알고 있었다. 즉, 그는 문제의 영화가 한국의 흥행 순위에 불멸의 기록을 세울 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해서 미국과 유럽의 영화 시장을 석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철저히 투자 이익을 노리고 투자를 했고, 리아와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훈을 철저히 간첩으로 여기고 있는 위승환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공작 자금이라고 단정해서 수사를 지시했다.

"박 계장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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