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02화 (202/219)

<-- 202 회: 7-14 -->

"중국 지사에서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의 매출이 가장 먼저 하락했고 3월 중순부터는 톈진과 충칭의 매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뭡니까?"

"중국 지사에서는 가온누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온누리가 한식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가격이나 매장의 운영 형태에서 우리와는 차이점이 많은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까?"

"어쨌든 가온누리도 한식당이잖습니까?"

"맞습니다, 전무님. 매출이 심하게 떨어지는 지역은 하나같이 가온누리 매장이 자리하고 있는 대도시들입니다."

"대도시의 매출이 심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도시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다 보니 중국 지사 전체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무님, 가온누리가 두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요리 대회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만 봐도 확실합니다."

"세계 요리 대회 참가함으로써 두레의 인지도가 올랐을 텐데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다니, 이해하기 어렵군요."

"아마도 그 대회에서 가온누리의 이지훈 씨가 우승을 하면서 그게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진출을 이루고 나아가 이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것이 이재철의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형에게 쏠린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생각이었는데, 중국에서 실패한다면 세계 진출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빌어먹을, 그놈이 끝끝내!'

결국은 가온누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이재철은 지훈을 향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나만 바라보지 말고 중국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보십시오."

"전무님, 먼저 중국 지사의 의견부터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래도 당사자인 만큼 중국 지사의 의견이 가장 현실적일 것입니다."

대책을 강구하라는 말에 간부들은 중국 지사를 들먹이면서 뒤로 빠졌고, 답답해진 마음에 이재철은 유상혁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무님이십니까?

"유상혁 씨, 두레의 1/4 분기 매출 실적을 봤습니까?"

-봤습니다.

"2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계속해서 하락을 하고 있던데, 원인이 뭐요?"

-제가 봤을 때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그게 뭐요?"

-한 가지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없습니다. 그러니 속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건 내가 지시를 하면 되고 다른 문제는 또 뭐요?"

-가온누리 때문입니다.

"가온누리 때문에 매출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중국 지사에서도 한 거요. 그러니까 유상혁 씨는 대안을 제시하세요."

-대안이라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솔직히 요리 실력으로는 이지훈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넋 놓고 구경만 하자는 겁니까?"

-저도 답답해서 해 본 소리입니다.

"어쨌든 대책을 수립하세요, 대책을!"

-전무님,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뭡니까?"

-가온누리를 걸고넘어지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가온누리는 대도시에만 입점한 상태이고, 우리는 대도시의 여러 간부들을 알고 있습니다.

"계속 얘기해 보세요."

-도시의 간부들에게 적당히 돈을 쥐여 주고 가온누리를 압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온누리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내 안 좋은 소문이 돌게 될 것입니다.

유상혁은 중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사용해서 가온누리의 영업을 방해하자고 했다.

어떻게든 가온누리를 짓눌러야만 두레가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긴 이재철은 유상혁의 의견을 수용했다.

"내가 어떻게 해 주면 되겠소?"

-상하이와 충칭 그리고 광저우는 저와 전철민 씨가 잘 아는 이들이 도시의 고위 간부로 있습니다. 그들을 움직이면 영업정지 정도는 가볍게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가 필요한지 확인해서 연락 주시오."

@

공항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승용차에 오른 지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김기철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의 중인가?'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하는 데 실패한 지훈은 문자를 남겼고 우선은 본점으로 향했다.

'아차!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운전을 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지훈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계원고등학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말씀하세요?

"제 조카가 거기 학교를 다니는데 곧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2학년 수학여행요?

"네."

-잠시만요.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이면 딱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요. 이번에 제주도로 가는 거죠?"

-맞습니다.

"배는 어디서 타죠?"

-인천항입니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참사를 떠올린 지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서리를 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고는 내가 막는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일주일 후의 비극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지훈은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운전대 한쪽 구석에 올려놓았던 휴대폰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그때였다.

'어! 비서실장님이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기철이오.

"안녕하세요, 비서실장님. 이지훈입니다."

-이지훈 씨 무슨 일이요?

"비서실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청와대에 있는데 왜 그러는 것이오?

"각하도 그곳에 계십니까?"

-무슨 일로 그걸 물어보는 거요?

"실장님, 실은 제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정문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뭐요?

"저도 모르고 움직였는데, 아무튼 그곳에서 김정문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대통령 각하에게 보내는 친서를 받아 왔습니다."

-바……방금 뭐라고 했소?

"대통령께 보내는 김정문 위원장의 친서를 받아 왔습니다."

-그게 사……사실이오?

"아무렴 제가 실장님께 그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미안하오. 지……지금 어디요?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친서를 받아 왔다는 말에 김기철 비서실장은 적잖이 흥분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지훈의 정확한 위치를 묻고는 중간에서 만날 장소를 정했다.

얼마 후, 경호실 요원들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선 지훈은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김기철 비서실장과 정부 고위 인사 몇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지훈 씨, 어서 오세요."

"각하,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김정문 위원장이 내게 친서를 보냈다고 했나요?"

"바로 이것입니다."

"각하, 저희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경호상의 이유로 친서를 먼저 받아 든 이는 경호실장이었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는 다시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그사이 지훈은 어찌해서 김정문 위원장을 만나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지훈 씨는 잠깐 이쪽으로 따라오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친서를 갖고 왔다고는 하나 그 내용을 확인할 권리는 없었기에 지훈은 누군가를 따라서 집무실을 벗어나서 회의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양복을 입은 두 명의 요원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김정문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된 과정을 물었다.

"박용성 씨는 누구입니까?"

"재일 교포 3세로 베이징에서 무역업을 하는 기업가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북한의 대외연락부의 고위 관리였습니다."

"박용성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언제죠?"

"그 사람이 2월 중순에 가온누리 베이징 매장을 찾아와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지훈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이들은 국가정보원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김정문의 친서를 갖고 왔다고는 하나 지훈이 정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것은 아니었기에 그 과정을 일일이 심문했다.

솔직히 딱딱하기만 한 심문 과정이 불편했지만 상황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훈은 하나도 빠짐없이 상세하게 진술을 했다.

"그러니까 그자는 이지훈 씨의 요리 비법을 알기 위해서 접촉했다는 것입니까?"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북한 측 대표로 요리 대회에 참가했던 고경철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치고 베이징 호텔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갔습니까?"

"전혀 얘기를 안 해 줘서 김정문 위원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사실 박용성 씨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것도 김정문 위원장을 만나고 난 이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김정문을 만나서는 요리부터 했습니까?"

"그랬습니다. 그리고 건강상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를 지적했다고요?"

"김정문 위원장은 비만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고지혈증과 지방간에 당뇨와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중증으로 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걷는 것도 살짝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걸 이지훈 씨가 어떻게 알고 있죠?"

"한눈에 보기에도 그랬고 제가 그 부분을 지적하니까 쉽게 수긍을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온 담당 주치의가 그 부분을 항시 체크했습니다."

"역시 건강에 이상이 있다더니 사실이었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그 얘기 말고 또 어떤 얘기를 나눴습니까?"

"처음에는 요리와 건강과 관련한 얘기가 중심이었고 이후에는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국정원 직원의 심문이 계속되는 동안 누군가가 회의실로 들어왔고, 그는 대통령이 지훈을 찾는다고 했다. 덕분에 심문은 중단되었고 지훈은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

집무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대통령은 김정문의 친서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먼저 친서가 진짜일까요?"

"가짜라면 금방 들통 나게 될 터이니 진짜로 여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지훈 씨가 얘기한 박용성은 실제로 대외연락부의 간부이며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각하, 김정문은 모르겠지만 림용순이 현재 베이징에 있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러니 친서도 진짜로 봐야 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 부분은 일단 넘어가는 것으로 하고 김정문의 제안을 어찌할지 의견을 나누어 보죠."

"각하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난 저쪽에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해 온 이상, 일단은 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을 책임지는 박 국장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소?"

"올해 들어와서 북한의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우리에게 손을 벌리려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저쪽의 제안을 무시하자는 거요?"

"굳이 무시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무조건 퍼 줄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야죠."

김정문은 긴장과 대결로 점철되어 있는 남북 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남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비밀 접촉을 해서 의견을 나누자고 했다.

특히 뒷부분에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을 받아들여 북한의 경제를 일으키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서울을 방문하거나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훈이 집무실에 당도한 것은 그때였다.

똑똑~!

"각하, 이지훈 씨가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지훈 씨, 고생했습니다. 이지훈 씨를 의심해서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