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07화 (207/219)

<-- 207 회: 7-19 -->

갑판 위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직 대피가 끝난 것은 아니어서 세모호에서 탈출을 해야 했다. 그런데 구명정이란 것이 대형 크루즈 선박의 구명보트처럼 사람을 태우고 도르래로 바다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바다 위에 띄우는 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구명정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여자들 입장에서는 넘실거리는 바다로 뛰어들기가 쉽지 않아서 자꾸 머뭇거렸다.

"떨어지면 구명정에 오르면 되지."

"나는 수영 못해."

"구명조끼가 있잖아?"

"난 수영 못한다고!"

"바보야, 수영 못해도 구명조끼만 입고 있으면 물에 둥둥 떠서 다른 사람이 구해 줄 수 있어. 어서 올라가."

"혜진아, 가자."

"괜찮을까?"

"내가 뒤에서 받쳐 줄게."

학생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탈출에 나서는 동안 다섯 척의 어선이 세모호의 선미 부분에 접근해서 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사이 또 다른 어선 다섯 척은 구명정에 탄 승객들을 어선에 옮겨 태우기 시작했다.

"수영 못하시는 분들은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세요."

"어선들이 계속 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세요."

"현주 아빠, 어디 있어요?"

"여보."

"다들 안전하게 탈출했으니까 지금은 탈출에만 신경 쓰세요."

갑판에는 지훈의 꿈 얘기를 들었던 고등학교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일반인 승객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급하게 배를 빠져나오면서 가족과 헤어진 자들도 상당수 있어서,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사이 이번에는 병풍도 쪽에서 다가온 어선들이 선미 부분에 접안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어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탈출했다.

"해경은 언제 오냐?"

"바다에서 사고가 났으면 당연히 해경이 가정 먼저 달려와야 하는 것 아냐?"

"젠장, 어민들이랑 119는 왔는데 해경만 안 보이네."

어민들은 승객들을 구출하면서도 저마다 휴대폰을 붙잡고 어딘가로 연락을 했는데, 저 멀리서 또 다른 어선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아마도 동료 어부들을 부르는 것 같았다.

반면 해경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편 갑판과 연결된 복도를 통해서는 대피 방송을 듣고 뒤늦게 나온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후~와! 겨우 빠져나왔네."

"살았다!"

"난간을 따라서 길게 늘어지세요."

"여자와 노약자 그리고 수영 못하는 분들부터 아래쪽으로 내려가세요."

"빨리합시다. 배에 물이 차고 있는 것이, 언제 잠길지 몰라요."

"어선들이 계속 오고 있으니까 진정들 하세요."

먼저 대피를 했던 사람들과는 달리 이제 막 갑판으로 나온 사람들은 배 안에 물이 빠르게 차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공포에 사로잡혀서 서둘렀다.

게다가 배는 어느새 더 기울어져서 이제는 아예 옆으로 기운 것이 금방이라도 침몰할 것 같았다.

웅근을 비롯해서 지훈을 도와서 구조 작업에 나선 학생들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아직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지훈을 걱정했다.

지훈의 도움으로 갇힌 선실에서 나온 여학생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웅근에게 다가간 것은 그때였다.

"웅근아, 배 안에 아직도 사람들이 남아 있어."

"몇 명이나?"

"모르겠는데 도와달라는 아줌마의 소리가 들려왔어."

"어디서?"

"식당 안쪽의 주방 같았어."

"지훈 형은?"

"몰라. 그 아저씨가 우리를 구해 주고는 그 사람을 구하겠다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

"안쪽 상황은 어때?"

"물이 빠르게 차서 이제는 계단 아래도 허리 높이까지 찼어."

"식당 쪽은 물이 훨씬 많이 들어와서 지금쯤은 사람 키보다 더 깊을 거야."

"뭐! 그런데도 지훈 형이 안에 남았다고?"

"어디 가려고?"

"도와줘야지."

"안 돼, 너무 위험해."

"지훈 형만 남겨 둘 수 없어."

"웅근아, 같이 가자. 남은 로프와 헤드램프를 가져가면 도움이 될 거야."

지훈이 아직 배 안에 남아 있다는 말에 웅근과 종현이가 계단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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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사……살려 주세요."

"아줌마, 가고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여기예요."

"어디인가요?"

"식당 안쪽의 주방이에요."

"다 왔습니다."

"후푸푸푹~! 빨리요."

가장 안쪽의 네 개 선실에 갇혀 있던 사람을 구하고 4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지훈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 주방에는 일을 하던 아주머니 한 명이 남아 있었는데, 물이 꽤나 찼는지 자꾸 물을 뱉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수압 때문에 꼼짝도 않은 문을 열고 주방 안으로 들어간 지훈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아줌마를 발견했다.

주방에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에 허벅지 아랫부분이 끼어 버린 아줌마는 눈높이까지 차오른 바닷물 때문에 숨 쉬는 것도 힘들어했다.

"아줌마, 내 손을 잡고 나와요."

"냉장고 때문에 꼼짝도 못해요."

"아!"

주방 안을 뒤덮은 어둠 때문에 그때까지 상황 파악을 못 했던 지훈은 아줌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수를 했다.

헤드램프의 백광에 비친 아줌마의 하체는 냉장고와 이를 누르고 있는 수압 때문에 꼼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푸~아! 아줌마, 내가 다시 물속에 들어가서 힘을 쓸 테니까 그때 다리를 빼 보세요."

"그럴게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지훈은 아줌마에게 계획을 알리고는 다시 잠수를 했다. 그러고는 음양오행기를 끌어모아서 힘을 썼다.

처음에는 꿈쩍도 안 하던 냉장고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해서 살짝 들썩거렸고, 아줌마는 그 틈을 이용해서 다리를 뺐다.

헤드램프 불빛에 드러난 아줌마의 다리는 출혈도 있었지만 살짝 비틀린 것이 뼈도 다친 것 같았다.

"젊은이, 고마워요."

"아줌마, 걸을 수 있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걸어 보세요."

"아~얏!"

짐작대로 뼈까지 다친 아줌마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걸을 수가 없었다.

"업히세요."

"고마워요."

"조금만 가면 로프가 있으니까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아줌마를 안심시키며 걸음을 옮긴 지훈은 차디찬 물을 헤치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물속이라 그런지 아줌마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두두둑~!

뭔가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짐작이지만 배 안에 물이 차면서 칸막이 역할을 하던 샌드위치 패널이 휘어지며 부러진 것 같았다.

쑤~욱!

'이런 배가 안쪽으로 말려들어 가고 있잖아.'

90도 각도로 완전히 드러누운 세모호는 계속해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점점 뒤집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침몰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갑판에서는 배가 더욱 심하게 기울자 수영이 가능한 남자들을 중심으로 바다로 뛰어든 이가 속출했고, 그들은 살기 위해서 구명정으로 올랐다.

해경 구조 함정이 나타난 것도 그때였다. 덕분에 팽목항으로 구조된 승객을 실어 나르던 어선들은 해경 함정으로 승객들을 옮기고는 빠르게 세모호로 다시 접근했다.

"천천히 오르세요."

"아, 살았다!"

"다음 분요."

해경 함정이 당도한 덕에 어선의 구조 활동이 빨라지면서 갑판을 가득 메웠던 승객들은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이제는 스무 명가량이 전부였다. 아울러 그들도 대기 중인 어선을 이용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생, 빨리 올라타."

"친구가 아직 안 나왔어요."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니까 어서 타."

"친구를 놓고 나만 갈 수 없어요."

배에 오르라는 어민의 권유에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컴컴하기만 한 계단을 바라보는 고등학생은 철호였다.

그는 지훈을 구하겠다고 선실 안으로 들어간 웅근과 종현 그리고 지훈을 버리고 갈 수가 없어서 마냥 버텼다.

같은 시각, 아줌마를 업은 상태에서 로프에 의지한 채 암벽과도 같은 선실을 오르던 지훈은 자신을 부르는 웅근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훈 형, 어디에요?"

"웅근아, 가고 있으니까 나가."

"아줌마는요?"

"구했어."

"형, 이쪽이에요."

낑낑거리며 마침내 4층에 오르는 데 성공한 지훈은 계단의 난간을 붙잡은 채 로프를 내리고 있는 웅근과 종현을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백광을 발견했다.

"아줌마, 로프를 잡으세요."

"잡았어요."

"웅근아, 끌어 올릴 수 있겠니?"

"해 볼게요."

"내가 밑에서 올릴 테니까 끌어 올려. 하나, 둘, 셋!"

"영차~!"

"끙~!"

밑에서 밀어 올리는 지훈의 힘도 대단했지만 웅근과 종현이 위에서 당겨 준 덕분에 아줌마는 안전한 5층에 당도했다.

"형, 올라오세요."

"바깥의 상황은 어때?"

"어선들이 몰려와서 구조하고 있어요."

"헬기도 왔고 계획대로 구명정도 충분하게 펼친 상태라 다들 무사할 것 같아요."

"다행이구나. 남은 사람은 없겠지?"

"4층과 5층은 침수가 늦게 시작되어서 가장 안쪽에 있던 사람들도 다 나왔어요."

"됐어, 그러면 올라가자. 난 혼자서 올라갈 수 있으니까 너희들은 아줌마를 챙겨."

"아줌마는 119 아저씨와 함께 헬기에 오르고 있어요."

"형, 배가 대부분 잠겨서 우리는 헬기를 타야 할 것 같아요.

"너희들도 어서 가!"

"같이 가야죠!"

웅근의 재촉에 로프를 붙잡은 지훈은 벽을 타고 5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로프가 고정된 계단의 난간에서 우지끈 소리가 나며 로프가 풀린 것은 지훈이 벽을 절반쯤 올라갔을 때였다.

오직 로프만 의지하고 올라가던 지훈은 로프가 갑자기 풀린 탓에 휘청거리며 3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10. 여기 좀 보시라요!

로프가 풀린 탓에 다시 3층으로 떨어진 지훈은 물에 휩쓸려서 선실 안을 떠돌고 있던 뭔가와 충돌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떨어지기 무섭게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정신을 잃은 지훈은 선실 내부를 뒤덮은 물살에 휘말려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지훈 형."

"형!"

"애들아, 어서 줄을 붙잡아라. 어서!"

"아저씨, 방금 지훈 형이 떨어졌어요."

"알았으니까, 어서!"

다리를 다친 아줌마를 헬기로 끌어 올린 구조 요원은 다시금 내려와서 안 가려고 버티는 종현을 끌어안고 신호를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헬기는 신호가 올라오기 무섭게 와이어와 연결된 모터를 작동했고, 와이어에 매달린 종현은 빨리듯 허공으로 솟구쳤다.

"아저씨, 지훈 형도 구해 주셔야 해요.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최선을 다하마."

"구해 주겠다고 약속하세요."

"인석아, 이러다가는 네 친구도 위험해."

자신에게 계속 매달리는 종현을 떼어 낸 119 구조 요원은 다시 하강했고, 얼마 후에는 웅근과 함께 헬기로 올라왔다.

"웅근아, 지훈 형은?"

"안 보여."

"아저씨, 빨리 내려가 주세요."

"알았다. 하강!"

"위험해."

웅근과 종현의 성화에 구조 요원은 다시 하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헬기의 기장이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모호는 어느새 물에 다 잠긴 상태였고, 조금 전까지 웅근이 자리하고 있던 계단은 아예 수면과 맞닿은 상태에서 검푸른 물에 뒤덮여 있었다.

"아저씨, 제발요."

"아저씨, 지훈 형은 승객 모두를 살린 사람이에요. 그런 형을 눈앞에서 포기할 수는 없어요. 어서요!"

"기장님, 내려 주십시오. 하강!"

웅근과 종현에 이어 담당 구조 요원까지 내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기장은 다시금 와이어를 밑으로 내렸다.

와이어를 타고 계단에 도착한 구조 요원은 고개를 물에 처박고 안을 살폈는데, 세모호는 그 와중에도 빠르게 기울면서 더욱 깊이 물에 잠겼다.

그 탓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 밖으로 드러났던 좌현의 대부분은 물에 잠겼고 대신 배의 바닥 부분이 드러나고 있었다.

"기장님, 배가 빠르게 전복되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잠수 요원이 파견되어야 합니다."

"밑에 있는 대원에게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게."

"아!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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