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08화 (208/219)

<-- 208 회: 7-20 -->

지체했다가는 구조 요원도 위험할 수 있기에 기장은 철수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헬기로 올라온 구조 요원은 잠수 요원이 투입되면 구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웅근과 종현을 안심시켰다.

같은 시각, 상공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방송사의 헬기들이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헬기를 클로즈업하고 있었고, 방송국에서는 저마다 모든 승객을 구조했다는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한편 탈출에 성공해서 팽목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소문을 듣고 몰려온 주민들의 도움으로 담요나 수건 또는 옷가지를 이용해서 젖은 몸을 말리며 저체온증에 대비했다.

"학생, 사고 순간을 기억해요?"

"네.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배가 기우뚱하다가 넘어졌어요."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고요?"

"네. 그 소리가 엄청 커서 배가 무너진 줄 알았어요."

"그 당시 배 안의 상황은 어땠어요?"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추워서 덜덜 떠는 학생들에게 앞다퉈 다가가 사고 당시의 순간을 물었다.

뭍에 도착을 하면서 많이 안정된 학생들은 기자의 질문에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처음에는 많이 놀라서 겁이 났죠. 하지만 우리 선실은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은 순간 지훈 오빠가 얘기한 대로 갑판으로 대피했어요."

"지훈 오빠요?"

"예전에 광고도 했고 요리도 하는 이지훈 셰프 모르세요?"

"알고 있는데 그 사람 얘기는 왜 하는 거죠?"

"그 오빠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미리 얘기를 해 줬거든요."

"아! 가장 안쪽 선실에 있다가 갇혀서 못 나온 친구들을 그 오빠가 구조해 줬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지훈 씨가 배 안에서 구조 활동을 했다는 겁니까?"

"네, 그 오빠가 미리 얘기를 안 해 줬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예요."

"무슨 얘기를 했다는 거죠?"

"그 오빠가 배를 타기 전에 배가 사고 나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간밤에 지훈의 얘기를 들은 학생들은 그가 꾸었다는 꿈 얘기를 했다.

안 그래도 기삿거리를 찾고 있던 기자들은 지훈이 일종의 예지몽을 꾸었고, 그로 인해서 사고와 관련한 언질을 미리 주었다는 말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그가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얘기가 속속 나오자 더더욱 흥미를 갖고 달려들었다.

"그러니까 이지훈 씨가 사고가 나면 무조건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말을 했단 말인가요?"

"분명 그렇게 얘기했었어요."

"그러면 이지훈 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기에 빨리 대피를 할 수 있었다는 건가요?"

"당연하죠. 만약 안내 방송대로 가만히 있었다면 다들 배 안에 갇혀서 못 나왔을 거예요."

"안내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얘기는 뭔가요?"

"사고가 나자마자 우리는 지훈 오빠 말대로 갑판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혹시 잘못 들은 것 아닙니까?"

"아니에요. 분명 그렇게 들었어요. 그리고 방송대로 선실에 남아 있던 사람은 배에 물이 빠르게 차는 바람에 하마터면 못 나오고 갇힐 뻔했어요."

"맞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구해 준 것도 지훈 오빠예요."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뭐 했죠?"

"그 사람들은 본 적도 없는걸요."

"객실 승무원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놀란 우리를 진정시키려고 노력 했어요."

"그러니까 이지훈 씨가 아니었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졌겠네요?"

"그렇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지훈 씨는 어디 있죠?"

"어디 있겠죠."

"학생들, 인원 파악을 해야 하니까 반별로 모이세요."

"기자분들, 지금은 인원 점검부터 해야 하니까 잠시만 뒤로 물러나세요. 협조해 주세요!"

수백 명에 달하는 승객들과 황급히 몰려온 취재진 그리고 구조대와 사고 수습을 위해 달려온 공무원이 한데 뒤엉키면서 진도 팽목항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는 지훈이 탈출을 못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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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별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잘 구운 적벽돌 담장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이곳에는 박미혜 대통령과 노동당 제2비서 림용순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가 보면 돈 많은 사람의 별장으로 보이는 이곳은 국가 정보기관에서 비밀리에 사들인 안가로, 대통령과 몇몇 인사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공간이었다.

"림 비서님, 그 부분은 무조건적으로 보장을 해 줘야 합니다."

"각하,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네까?"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만 남한의 기업과 근로자 들이 안심하고 갈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보장을 확실히 하겠습네다."

"그렇다면 발표를 하는 데 어떤 게 문제가 되죠?"

"왜 문제가 없습네까? 먼저 그게 공식 발표가 되면 몇 년 전 개성 공단의 일이 언급될 것 아닙네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미제 아새끼들이 우리 공화국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고 떠들어 대지 않겠습네까?"

지훈이 가져다준 김정문의 친서로 인해서 남북한은 곧바로 비밀 접촉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지자 림용순이 직접 서울로 와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

이번 비밀 회동은 나날이 위축되어 가고 있는 개성 공단의 확대 방안과 새로운 합작 공단의 개설이 중심 안건이었다.

그런데 남한의 박미혜 대통령은 합작 공단을 남북 관계와 정치에서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각서를 북측에 요구했다. 즉, 어떤 경우에도 합작 공단의 생산 활동을 보장해 주고, 북한에 투자한 남한 기업의 생산 시설과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이에 북한은 요구대로 각서는 써 주겠지만 비공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었다. 그건 보장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내의 여러 사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미혜 대통령은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보장 내용을 발표하지 않으면 합작 공단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림용순을 압박했다.

"합작 공단이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먼저 남한의 기업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대외적으로 발표되어야만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달려들 것입니다."

"좋습네다. 각하의 뜻이 정 그렇다면 국방위원장 동지와 상의를 해 보겠습네다."

"다시 말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보장과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명확한 조치가 이어져야만 남한의 기업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네다."

똑똑~!

"무슨 일이죠?"

박미혜 대통령과 림용순 비서가 독대를 하고 있는 응접실로 양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회담을 중단시켜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고는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

"그래서요, 희생자는 몇 명이나 됩니까?"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전원 구조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전원 구조요?"

"각하도 알고 계시는 이지훈 셰프가 현명하게 대처를 해서 사고 초기에 대피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도 그가 구조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현재 그곳 상태는 어떻습니까?"

"구조자는 인근 팽목항으로 옮겨서 그곳에서 응급조치 및 인원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선박은 아예 침몰을 했나요?"

"현재는 거의 대부분 침몰하고 일부만 물 밖으로 드러난 상황입니다."

"전원 구조가 되었다니 안심입니다만 어쩔지 모르니 해군이나 해경을 급파해서 사고를 수습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내가 보고한 내용은 세모호 침몰 사건이었는데, 대통령은 너무 놀란 나머지 림용순이 있음에도 그 내용을 질문했다. 그러다 보니 림용순도 선박이 침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얘기 도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훈의 이름이 언급되자 궁금증이 생겨서 대통령을 쳐다봤다.

"오늘 남해에서 300명이 넘게 승선한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는데, 다행히 전원 구조를 했다고 합니다."

"천만다행입네다. 그런데 이지훈 셰프의 얘기는 뭡네까? 혹시 위원장 동지의 친서를 갖다 준 그 동무래, 얘기하시는 겁네까?"

"맞습니다. 그 사람이 우연히도 사고가 난 선박에 탑승했었는데, 그가 현명하게 대처를 해서 사고가 커지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 동무래 처음 볼 때부터 여간내기가 아닌 줄 알았습네다."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이해합네다. 일 보시라요. 참! 내레 뉴스를 봐도 되갔습네까?"

"그렇게 하세요."

응접실을 빠져나온 대통령은 긴급 상황실에 연락을 해서 상황을 보고받기 시작했다.

"탑승 인원이 총 368명입니까?"

-그렇습니다.

"구조자는 399명으로 더 많은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그건 승무원이 포함되어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이번 침몰 사고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는 것은 사실입니까?"

-아직 정확한 인원 점검이 안된 관계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그 무엇보다 인원 파악을 최우선적으로 해서 정확한 구조 현황을 파악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지훈 셰프가 구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하던데 그 부분도 치밀하게 조사해서 적절한 포상을 할 수 있게 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사고 초기인 점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태해지고 방만해진 공무원들은 아직까지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반면 언론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서 정부 상황실보다 앞선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고, 그러던 어느 순간 지훈의 실종 사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각하, 여기 좀 보시라요!"

"림 비서님, 무슨 일이죠?"

"이지훈 동무래, 마지막까지 구조를 하다가 정작 자신은 탈출을 못 했다고 합네다."

"그럴 리가요!"

"뉴스에 나오잖습네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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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팽목항은 질서를 찾아 갔다. 이는 승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학생들이 반별로 집결을 하면서 큰 윤곽이 확정되면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원 파악이 마무리 되어 가자 구조자 현황이 빠르게 작성되었고 지훈의 실종 사실이 전해졌다.

발 빠르게 웅근과 종현을 인터뷰하고 지훈에 의해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식당 아줌마까지 인터뷰한 기자들은 앞다퉈 당시의 상황을 보도했다.

"그때 이지훈 씨가 아주머니를 구조한 것입니까?"

"그랬습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겠습니까?"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선반을 비롯해서 주방의 시설물이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당시 저는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충격에 엎어졌는데, 대형 냉장고가 저를 덮쳤습니다."

"다리는 그때 다친 것입니까?"

"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냉장고가 각종 음식물로 가득 차서 제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는데 얼마 후부터 물이 빠르게 찼습니다."

아주머니는 사고 당시의 상황부터 시작해서 죽음의 위기를 느끼고 공포에 빠졌던 과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지훈이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 낸 다음에 업어서 4층 객실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곳에서는 이지훈 씨의 도움으로 탈출했나요?"

"5층 복도에 이지훈 씨가 알고 있는 두 명의 고등학생이 있었고, 이지훈 씨와 두 명의 고등학생이 도와준 덕분에 저는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배가 거의 다 잠긴 상태였는데 헬기가 와서 그 헬기를 타고 탈출했습니다."

"이지훈 씨는 그 뒤로 못 보았나요?"

"네."

"다른 두 학생은 그 후에 헬기에 탑승했나요?"

"그랬어요. 학생들이 그 사람을 놓고 절대 갈 수 없다고 했는데 배가 거의 침몰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으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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