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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의도적으로 지훈의 최후를 계속해서 질문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당시의 상황을 얘기하던 아줌마는 지훈의 마지막 순간이 계속 언급되자 끝내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대성통곡을 했다.
같은 시각, 다른 방송사는 지훈의 최후를 목격했던 웅근과 종현을 인터뷰했고, 또 다른 방송사들은 선실에 갇혀 있다가 지훈에 의해서 구조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보도되었다.
"부……부마스터님."
"왜요, 무슨 일입니까?"
"큰일 났습니다."
"또 뭔데요?"
"사……사장님이……"
"사장님이 왜요?"
"부마스터님, TV를 보십시오."
수백 명이 승선한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가 벌어지자 모든 방송국과 인터넷에서는 침몰 사건과 관련한 특별 생방송을 방송하거나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 국민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건 가온누리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슨 일인데 TV를 보라는 거예요?"
"사장님이 침몰한 선박에 탔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그 배에는 왜 타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아! 나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이지훈 씨를 제외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구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승객을 구출한 이지훈 씨는 마지막 순간에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훈이가 실종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까지 부상당한 아줌마를 구하고 탈출하려다가 고정시킨 로프가 풀리는 바람에 물이 가득 찬 3층 선실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 지훈이가 저 배를 탈 이유가 없잖아요?"
"진정하십시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동석이가 깜짝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TV에서는 특별 방송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위기의 순간에 이지훈 씨의 도움을 받아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생존자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당시의 상황을 얘기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대로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점점 물이 차는 것이 심상치 않아서 나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못 나갔다는 건가요?
-네, 아무리 힘을 써도 문이 안 열렸어요.
-수압 때문인가요?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는데,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서 우리를 끌어 올려 줬어요.
-그 사람이 이지훈 씨인가요?
-네.
-잘 알겠습니다.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이지훈 씨는 그 급박한 와중에도 수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서 필사의 사투를 벌였고, 그 덕에 많은 승객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몇 번의 오류가 있었지만 최종 확인 끝에 지훈을 제외한 모든 이가 구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 보니 각 방송사는 사고 원인과 함께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못한 지훈의 영웅적 행동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하지만 지훈이 실종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가온누리의 모든 임직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지훈과는 대학 동기이자 프랑스 유학까지 함께 가고, 현재는 본점을 책임지고 있는 동석이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럴 때가 아냐, 저기가 어디죠?"
"진도 팽목항이랍니다."
"당장 가 봐야겠어요."
"자기야, 수아에게도 연락해야지."
"혜미야, 그건 네가 해라. 난 차마 못 하겠다."
"알았어. 그리고 집에도 연락해서 부모님도 모셔 가야지."
"그……그래야지."
"부마스터님,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수철 씨, 그렇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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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세모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시간이 지났다.
방송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게 된 국민들은 수많은 승객이 무사히 구출되었다는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지훈의 일로 가슴 아파하며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원했다.
그리고 누가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팽목항과 전국에 있는 가온누리 매장에 지훈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무수히 걸리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의 남해에서 벌어진 세모호 침몰 사건은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갔고, 지훈의 영웅적 행동도 전부 알려졌다.
"아직 소식이 없는기요?"
"그렇습네다."
"그 동무래, 그렇게 죽을 사람이 절대 아니디. 이보라우, 특별 성명문을 발표할 생각이니 날래 준비하라우."
"위원장 동지, 어떤 성명문을 발표하시겠다는겁네까?"
"아! 그 전에 해상저격여단에 긴급 명령부터 내리기요."
"위원장 동지, 이 틈에 특수전 전사들을 이남에 파견시킬 생각이십네까?"
"그게 무시기 소리요? 지금은 이지훈 동무부터 구해야지 않갔소? 해상저격단의 전사들이라면 능히 여객선 속으로 들어가서 그 동무래 구해 올 수 있을 기야."
베이징에서 지훈을 만나서 그가 해 준 요리를 두 끼나 먹었던 김정문은 지훈이 호언장담했던 대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사실 베이징에 있을 때는 간략한 검사만 했기에 건강이 좋아진 줄만 알았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북한에 돌아와서 정밀 검사를 받아 본 결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때서야 지훈의 얘기가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지훈의 요리를 다시 먹어 보겠다는 것이 김정문의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에게 호감을 남겼던 지훈과 꼭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그가 다른 승객들을 구조하다가 실종되었다니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이남에서 위원장 동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네까?"
"어쨌든 그 동무래, 구할 수만 있다면 무신 일이라도 해야지 않갔서? 당장 특별 성명문을 발표해서 이 사실을 알리라우. 아! 남한 대통령에게 직통 전화부터 걸으라우."
세모호 침몰 사건가 관련해서 김정문 국방위원장의 특별 성명문이 발표된 직후, 이번에는 프랑스의 홀란드 대통령이 특별 전문을 보내왔다.
그는 세모호 침몰 사고와 관련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한 데 이어서 프랑스가 자랑하는 특수부대인 GIGN의 대원들을 파견해서 구조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각에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구조 활동에 미국의 특수전 병력과 장비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각하, 중국에서도 전문을 보내왔습니다."
"내용은 뭡니까?"
"다른 나라와 비슷합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이번에는 태국에서 전문을 보내왔습니다."
"태국에서도 특수요원을 보내서 구조 활동을 지원하겠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과 유럽 각국만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 그리고 태국에서도 구조 요원을 보내 주겠다니 참으로 엄청나군요."
"이지훈 씨가 각국의 정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이지훈 씨를 반드시 구조하라고 하세요."
북한 김정문 위원장의 특별 성명을 시작으로 각국 정상의 특별 전문이 청와대에 쇄도했다.
그들은 저마다 자국이 자랑하는 특수 요원과 구조 장비들을 급파할 테니 구조 활동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은 아예 특별기까지 띄워서 특수 요원들을 한국으로 급파한 상태였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북한에서까지 구조대를 보내겠다고 하자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세계인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고,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와 민족을 떠나서 지훈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각종 기도회와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박미혜 대통령은 우리의 힘으로 구조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면서 각국의 제안을 거절한 상태였는데, 한국에서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잠수사들이 팽목항으로 자발적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애를 쓰고는 있습니다."
"잠수 요원들은 투입했나요?"
"아직입니다."
"대체 아직까지 잠수 요원들이 투입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아무 준비도 없이 잠수 요원들을 투입했다가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는 만큼 만반의 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답답하군요. 제발 서두르라고 하세요."
대통령이 각국의 지원을 거절한 이유는 시간상의 이유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도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랬다.
그런데 현장은 대통령의 뜻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보시오. 한시가 급한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요?"
"지금 상태에서 잠수 요원을 투입했다가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기에 대비를 하기 위함이오."
"그놈의 대비를 언제까지 한다는 거요?"
"여보시오.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니까 우리를 들어가게 해 주시오. 우리가 이래 보여도 해군 특수부대에서 자그마치 15년을 근무한 사람들이오."
"지금은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라는 것이 상부의 명령이오."
"대체 그런 멍청한 명령을 내린 것이 누구요?"
"그러다 이지훈 씨가 사고라도 당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요."
"걱정 마시오. 조금 있으면 유능한 잠수부들이 당도할 것이고, 그들이 도착하면 곧 구조에 착수할 것이오."
"그 말은 우리가 무능하다는 말이오?"
"어쨌든 이런 일은 전문가를 투입해야 할 것 아니오?"
"우리가 전문가라고 몇 번을 얘기했소!"
"아, 글쎄, 기다리라니까요!"
"구조 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도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통제부터 풀어 주시오."
"안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고대책본부는 해경이 총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경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구조를 위해 나선 잠수부들이 바다에 뛰어들려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고 현장에 접근도 못 하게 하고 있었다.
이는 해경의 전직 고위 간부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언던이라는 업체에 구조 임무를 넘기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선 잠수사들은 울화통을 터트리며 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동석과 수철을 비롯해서 지훈의 가족이 현장에 당도한 것은 그맘때였는데, 해경은 사고 현장에 가겠다는 지훈의 부모님도 못 가게 막았다.
한편 언론과 방송에서는 지훈의 영웅적 구조 활동을 보도함과 동시에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해운사의 각종 비리가 드러났다.
동시에 근무 태만과 안일한 대응으로 늦장 대처를 했던 해경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잠수사의 투입은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11. 쉽게 가자고 했지?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석양이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을 비롯해서 전 세계인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잠수 요원들이 여전히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여러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뒤늦게 정확한 상황을 보고받은 대통령은 대로해서 잠수 요원들의 즉각 투입을 지시했고,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을 시작으로 잠수사들의 구조 활동이 시작되었다.
같은 시각,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은 배 안에서는 지훈이 눈을 감은 채 호흡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구조대가 올 수 있을까?'
운이 따랐는지 배가 완전히 침몰했음에도 지훈이 자리한 곳은 신기하게도 물이 허리밖에 차지 않았다.
일명 '에어 포켓'이었는데, 그 덕에 지훈은 지금껏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호흡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체온을 지켜야 해.'
4월의 바다는 너무도 차가웠다.
인간은 일정 이상 체온이 떨어지면 저체온증으로 죽고 만다. 즉, 지훈은 지금 저체온증과 싸우고 있었다.
'다행히 물은 더 이상 차오르지 않은데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