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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도퀴시 셰프님은 잘 계시지?"
"그분이야 누구처럼 사고를 안 치니까 당연히 잘 계시지."
찰깍~찰깍!
가족들과 수아를 만난 지훈이 감격의 재회를 하고 있는 동안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사이 벽을 쌓듯 에워싸고 있던 기자들의 한쪽 구석이 갈라지면서 대통령이 다가왔다.
"이지훈 씨, 고생 많았습니다."
"각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지훈 씨 덕분에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감사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고 희생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이지훈 씨가 구해준 아주머니도 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사흘 동안 배 안에서 어떻게 버텼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그때는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와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뒤로도 대통령과 몇 마디 더 주고받았던 지훈은 의료진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했다.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만큼 정밀 검진을 하는 것은 필수였다.
같은 시각, 인터넷에서는 지훈의 기적적인 구조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서 축하의 글을 올렸다. 그중에는 리아와 레이나를 비롯해서 탕린처럼 국내외의 유명 연예인도 상당수 있었다.
한편 지훈이 의료진과 함께 사라지는 순간까지 촬영을 계속했던 각 방송사들은 기적적인 생환을 축하하는 멘트를 계속 내보내다가 이후의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즉, 부실한 선박 안전 문제와 사고 과정에서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해경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그리고 얘기 말미에는 대형 참사를 막아 낸 지훈에 대한 포상 문제가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훈장이 언급되었다. 그러자 인터넷에서는 당장이라도 훈장을 지급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아무튼 지훈의 기적적인 생환으로 대한민국은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축제의 기운이 넘쳐 났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어서 TV를 통해 그 과정을 지켜보며 분노를 곱씹는 이도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차디찬 바닷속에서 확 죽어 버릴 것이지, 기어이 살아서 돌아왔구나.'
공항 한쪽 구석에서 TV를 보며 남모르게 울분을 토해 내는 이는 두레의 중국 지사장으로 좌천된 이재철이었다.
그는 박수와 함성까지 지르며 지훈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린 지훈을 저주했다.
'오냐, 지금은 마음껏 기뻐하고 즐겨라. 그러나 머지않은 시일 내에 네놈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만들어 주마.'
툭 까놓고 얘기해서 지훈이 이재철에게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막말로 모든 잘못은 이재철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이재철은 대부분의 악당이 그러는 것처럼 모든 책임을 지훈에게 돌렸다. 그리고 가온누리 중국 지사를 압박하고 고사시키는 것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재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가 지구 반대편에도 있었다.
"질기고 질긴 새끼, 바닷속에서 사흘 넘게 갇혀 있었음에도 살아서 나타나? 징그러운 새끼, 제발 죽어라!"
아예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이는 박현식이었다.
얼마 전, 미국에 한식 레스토랑을 차린 그는 세모호 침몰 뉴스를 보는 순간 한국 사회와 국민 전체를 비웃었다. 그러다가 모든 이가 무사히 탈출했고 오직 지훈만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신이 나서 아예 흥얼거리고 다녔다.
장담하건대 최근 몇 년 동안 박현식이 그때처럼 행복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지훈의 구조 소식을 접한 순간 그의 입에서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온갖 욕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런데 지훈을 욕하는 이는 이들 말고도 또 있었다.
'망할 새끼, 기어이 살아 나왔구나. 오냐, 네놈은 언제고 내 손으로 죽여 주마. 그래서 이번에 죽지 못한 것을 처절히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아예 지훈을 자기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이는 도쿄의 한국 조직을 장악한 상어였다. 그는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훈을 노려보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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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나흘의 시간이 지나갔다.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았던 지훈은 탈수증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하루 만에 퇴원을 했다.
사실 병원에서는 워낙 큰일을 당한 만큼 충분한 휴식을 권유했지만 지훈은 한사코 이를 거부하고 퇴원을 했다.
그가 의료진의 권유에도 퇴원을 강행한 이유는 일도 일이지만 오래간만에 돌아온 수아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온갖 방송에 불려 다닌 통에 막상 수아와는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한편 지훈의 무사 귀환을 격하게 환영하는 것은 5국 7과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이 지훈의 귀환을 좋아하는 까닭은 국민들과는 사뭇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팀장님, 며칠이 지났는데 이지훈도 잡아들여야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그런데 문형석은 아직도 그대로야?"
"말도 마십시오. 온갖 방법으로 고문을 하고 있지만 전혀 자백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한 새끼, 모든 것을 실토할 때까지 계속해서 밀어붙여."
"계속해서 밀어붙이라고요?"
"그래, 고문의 강도를 올려서라도 놈이 술술 토해 내게 만들어."
"벌써 5일이 지났는데 괜찮을까요?"
지난 5일 동안 문형석은 모진 고문을 받았다. 수건으로 감싼 몽둥이에 늘씬하게 두들겨 맞다가 기절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물고문에 '통닭구이'까지 당한 그는 사흘 전부터는 잠 한숨도 못 자고 있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자백을 받아 내."
"팀장님, 우리가 잘못 짚은 것은 아닐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리 특수 훈련을 받은 남파 간첩이라도 이 정도 상황이 되면 대부분 실토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팀장님도 아시겠지만 문형석은 이지훈과 마찬가지로 포섭된 간첩으로 특수 훈련을 받은 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부정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박 계장은 우리가 잘못 짚어서 괜히 죄 없는 사람을 잡고 있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마음 약한 소리 말아. 그놈이 박용성과 수시로 접촉했다는 것은 박 계장도 잘 알고 있잖아?"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관련 물증이 안 나오잖습니까? 그리고 박용성과 관련한 부분도 그자가 사업 관계로 만났다는 것이 전부 확인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쩌자고?"
누누이 말하지만 문형석은 간첩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두들겨 패고 고문을 가한다고 해도 실토할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여겼던 5국 7과의 요원들은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온갖 모진 고문을 가했다.
하지만 온갖 고문을 가해도 밝혀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그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점만 드러났다. 그 때문에 그를 고문했던 요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이 생사람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답답한 소리 그만해. 이 상태에서 저자를 풀어 주면 그때는 우리가 무사할 것 같아?"
"그건 그렇지만……."
"잔소리 말고 고문의 강도를 더 올려."
"지금도 고문의 강도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더 조져 봐야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박 계장, 당신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네?"
"그 자식이 안 불면 우리가 불게 만들어."
"어떻게 말입니까?"
"그자는 이지훈이가 살아 돌아온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아무도 얘기를 안 했으니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부분을 이용해."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여기서 살아서 나가고 싶으면 없는 사건이라도 만들어 내라고 해. 그러면서 죽은 이지훈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라고 해.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놈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사건을 조작하라는 겁니까?"
"그래야 우리가 살지."
평생을 대공 분야에서 일해 온 위승환도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죄 없는 문형석을 고문한 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출세 가도를 달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문책을 당할 수도 있었고, 이 정도의 과실이라면 옷을 벗는 데 그치지 않고 사법 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사건을 조작해야 했다.
"팀장님, 하지만 그랬다가 이 일이 알려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답답한 소리 하고 있네. 옛날에는 다 그런 식으로 사건을 조작해서 없는 간첩도 무수히 만들어 냈어.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봤어?"
"하지만 문형석은……."
"박 계장, 답답한 소리 그만해. 이번 일이 잘못되면 나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모두가 끝이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 사건을 조작하면 포상을 받고 우리 생각대로 출세를 할 수 있을 거야."
불운한 우리의 현대사에는 이런 식으로 조작된 간첩단 사건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당시의 사건이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책임을 진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위승환이 믿고 있는 점도 그거였다. 즉, 위승환은 일단 목숨을 위협해서 자백만 받아 내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도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설령 뒤늦게 진실이 밝혀져도 일단 자백만 받으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요원들도 위승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계장님, 그렇게 하시죠. 우리가 지금껏 고생한 것이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대리, 사건을 조작한다고 해도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 완벽하게 조작을 하면 될 것 아닙니까?"
"박 계장, 내 말 잘 들어. 어쨌든 문형석은 북한의 간첩인 박용성을 만났어. 그러니 그 자체가 간첩 행위야."
"하지만 그건 사업 관계로 만난 것이잖습니까?"
"거기서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그러니 그놈에게 자백을 받으면 끝나."
"그러면 이지훈 씨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놈도 마찬가지야. 그놈도 살아서 나가려면 없는 죄라도 실토해야지. 자고로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야! 그리고 그놈들이 자백만 하면 우리는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어."
"계장님, 그렇게 하시죠. 문형석을 살살 달래면서 죽은 이지훈에게 죄를 넘기라고 하면 그도 살기 위해서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할 것입니다."
"팀장님, 꼭 이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까?"
"박 계장, 문형석을 저 꼴로 만든 이상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 길뿐이야."
"계장님, 부탁드립니다. 나라를 위해서 뼈 빠지게 일했는데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일단 문형석의 자백만 받으면 그때는 이지훈을 엮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여기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 어떤 일을 당할지는 박상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위승환과 다른 요원들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오후, 모진 고문을 당하던 문형석은 죽은 이지훈에게 모든 죄를 넘기고 살아서 이곳을 나가라는 요원들의 꼬임에 빠져서 그들이 불러 준 내용을 암기해 거짓 자백을 했다.
덕분에 큰 고비를 넘긴 5국 7과의 요원들은 그날 저녁 지훈을 잡아들이기 위해서 행동에 나섰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