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17화 (21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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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과 통화를 끝낸 지훈은 통화 내용을 궁금하게 여기는 일행들에게 그 내용을 들려주었다.

한국에 없었던 관계로 지훈이 영화에 투자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수아는 깊은 호기심을 드러내며 이것저것 물어 왔다.

"오빠, 영화에 투자는 왜 한 거야?"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영화가 제작에 들어간다는데 제작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투자를 했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다행인데 만약 흥행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실패하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거야."

"세계 각국에서 성공한다고?"

"응, 그래서 촬영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라고 했어."

미래를 알고 있는 지훈은 영화가 국내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하고 대성공을 거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임진왜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만큼 스토리 이해를 살짝 어려워했다는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게 했다.

짐작이지만 촬영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보강한 만큼 지훈이 알고 있는 미래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 같았다.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될 텐데 나도 그 값은 해야지.'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지훈과 동석 커플은 늦은 오후 무렵에 전원 카페로 이동했다.

고즈넉한 호수가 주변에 자리를 잡은 카페는 건물 자체가 통나무로 지어져서 운치를 더했는데, 식사가 끝날 무렵 혜미가 자꾸 수아에게 눈치를 줬다.

"혜미야, 왜 그래?"

"수아가 지훈 선배에게 할 말이 있대."

"무슨 말?"

"몰라, 나도 들어 봐야 알지."

"수아야, 뭔 얘기야? 혹시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런 기쁜 소식은 아니겠지?"

"비슷해."

"엥! 정말?"

"자기야, 자꾸 눈치 없게 끼어들 거야."

지훈과 수아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동석은 지훈을 대신해서 일종의 희망 사항을 꺼냈다가 혜미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어! 정말?"

"지훈 선배, 수아가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죠?"

"솔직히 그렇지. 하지만 나 때문에 수아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은 싫어."

"수아야, 이쯤 되면 얘기해야 하는 것 아냐?"

"오빠, 이제는 내가 오빠 옆에 있을래."

"정말?"

"오빠가 사고를 당했단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눈앞이 얼마나 캄캄했는지 몰라. 그리고 오빠 옆에 내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앞으로는 오빠와 함께 있겠다는 결심을 했어."

"수아야, 그러면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이대로 지훈 옆에 있는 거야?"

"자기는 그만 끼어들어."

"너무 궁금하니까 그러지."

그 누구보다 수아가 옆에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는 지훈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을 알고 있기에 한 번도 그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먼저 옆에 있겠다고 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뽀이도퀴시 셰프님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일단 돌아가야지. 하지만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는 대로 바로 돌아올 거야."

"뽀이도퀴시 셰프님에게는 얘기했어?"

"며칠 전에 전화로 말씀드렸어."

"뭐래?"

"많이 아쉽지만 내 결정을 존중해 주시겠대. 그리고 최대한 빨리 후임자를 물색하겠다고 하셨어. 아마 한 달 안에는 거기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고맙다!"

"아냐, 내가 미안해."

늦어도 한 달 안에 프랑스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에 지훈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수아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눈치 없는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였는데, 발신자는 베이징 지사장이자 중국 내 매장을 총괄하는 최용석이었다.

"최 지사장님, 안녕하세요."

-쉬는 날일 텐데 전화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좋지 않은 일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라니, 또 광저우 매장 건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일입니까?"

-광저우의 시 당국에서 현장의 안전 조치 미흡으로 공사를 중단시켰습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이전에 철저한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랬지요. 그런데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자가 여러 명 있었다고 합니다.

"휴~!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제재를 받은 것입니까?"

-벌금과 함께 2주간의 공사 중단입니다.

"2주간 공사를 중단하라니, 제재가 너무 강력한 것 아닙니까?"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전과 관련해서 의식 수준이 떨어지는 중국에서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현장 노동자가 상당수 있었다.

그런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벌금과 함께 2주간의 공사를 중단시키다니, 너무나도 과한 징계였다. 막말로 그만한 일로 그런 중징계를 내린다면 거의 모든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지훈은 절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저우 매장 공사 현장만이 아니라 충칭 매장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긴 또 어떤 문제입니까?"

-조리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주방에서 근무했다면서 다음 달에 5일간의 영업정지를 때렸습니다.

중국의 매장은 하나같이 초대형 규모이다 보니 매일 찾아오는 손님의 숫자도 엄청나고 그만큼 준비해야 할 요리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그렇다 보니 요리사가 아닌 사람을 상당수 고용해 양파 썰기나 식재료를 다듬는 단순 작업을 시킨다. 그리고 그건 가온누리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가온누리만 문제 삼는 것이 이상했다.

"그건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잖습니까?"

-그래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뜻이죠?"

-아무래도 광저우와 충칭 시에서 의도적으로 우리를 괴롭힌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시의 공무원들이 뇌물을 바란다는 뜻인가요?"

-유독 우리만 문제를 삼는 건 그것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답답하군요."

-자꾸 좋지 않은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사장님 잘못도 아닌데 그런 마음 갖지 마십시오."

"지훈아, 중국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데 장쉬엔을 만나 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요, 지훈 선배.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장쉬엔을 만나서 도움을 청하세요. 어차피 장쉬엔이 중국 파트너잖아요."

옆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중국의 일을 알게 된 동석과 혜미는 장쉬엔을 들먹였다.

지훈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조만간 중국을 찾겠다는 말로 최용석과의 통화를 종료했다.

다음 날 오전,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인천공항에 당도한 지훈은 수아와 작별을 했다.

출국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지훈 옆에 딱 붙어 있던 수아는 뜨거운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다시는 보내고 싶지 않은 수아를 떠나보낸 지훈은 곧장 통일부로 이동해 관계자들과 만나 가온누리의 북한 진출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었다.

통일부의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란 부탁을 했고 지훈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평양으로 돌아가는 김정문 위원장을 다시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지훈 동무, 다음 달에 보기요."

"다음 달에 다시 오시는 것입니까?"

"그건 어려울 것 같으니 그때는 동무가 피양으로 와야지 않갔소? 내래 그동안 모든 준비를 해 놓을 것이니, 와서 둘러보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북한 진출을 결정한 이상 앞으로는 북한을 직접 가 봐야 했기에 지훈은 그리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망설임 없는 지훈의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김정문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가온누리 진출과 관련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 말하시오. 내래 동무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갔소."

"감사합니다."

"참! 그때 일은 고맙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무래 우리 민족의 보배요."

"네?"

"공화국에 돌아갔더니 정기검진을 하던 의사 동무들이 다들 깜작 놀라더구만. 어드렇게 했기에 이리 건강이 현저하게 좋아졌냐고 묻는데 내래 동무 생각밖에 안 났어야."

"건강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지훈 동무, 내래 이번에 가서도 검진을 받을 생각인데 그때보다 더 좋아지지 않았갔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암튼 다음에 꼭 보기요."

지훈이 알고 있는 미래에 의하면 김정문은 불과 몇 년 안에 급사를 한다. 그리고 그가 급사를 하면서 고조되었던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는 극도로 경색되고 만다. 지훈이 김정문의 만찬에 유독 신경 쓴 까닭이 그 때문이었다.

짐작이지만 이미 두 차례나 지훈의 요리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가온누리 평양점이 오픈되고 지훈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김정문은 그때마다 지훈의 요리를 먹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지훈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도 허망한 죽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도 계속 지속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김정문의 반응으로 봐서는 지훈의 요리가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끝까지 따지지 않은 것을 보면 자신만의 비밀로 넘어갈 것 같았다.

다음 날 지훈은 베이징에 당도해서 장쉬엔을 만났다.

"지훈, 어서 와."

"장쉬엔, 잘 있었어?"

"나는 잘 있었지. 그보다 이번 일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해."

"그게 미안하다고 해서 될 일이야. 수아는 얼마나 놀랐는지 아예 말도 못 하더라. 그리고 쏨도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해."

지훈의 사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장쉬엔과 쏨은 한국에 입국해서 팽목항에서 이틀을 지내며 지훈의 가족과 수아를 위로하고 갔다.

"어디 몸 상한 곳은 없어?"

"보는 것처럼. 지금은 멀쩡해."

"암튼 앞으로는 조심해."

"그래야지."

"수아는 왜 같이 안 왔어?"

"어제 파리로 돌아갔어."

"뭐! 수아가 프랑스로 돌아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나한테는 이제는 함께 지낼 거라고 했는데."

"인수인계만 끝나면 곧 돌아올 거야."

"그래야지. 자고로 연인은 무조건 붙어 있어야 해. 축하해."

"고마워."

"결혼은 언제 할 거야?"

"거기까지는 얘기 안 했어."

"질질 끌지 말고 빨리 올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수아하고도 얘기해 봐야지."

지난번 사고를 필두로 개인적인 얘기를 계속해서 나누었던 두 사람은 한참만에야 업무적인 얘기를 나누었다.

"지훈, 내게 할 얘기가 있다는 게 뭐야?"

"광저우 매장과 충칭 매장에 문제가 있어. 그리고 상하이 매장도 사소한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고."

"어떤 문제?"

가온누리 중국 법인은 5 대 5의 비율로 합작 투자를 했다. 하지만 경영권을 비롯해서 매장 운영의 전권은 지훈이가 갖고 있었다. 이는 가온누리가 한국에 기반을 둔 한식당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했는데, 그렇다 보니 장쉬엔은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세 곳의 매장에 대해 시 당국에서 자주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광저우는 아직 오픈도 안 했잖아?"

"거긴 현재 2주간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야."

"어쩌다가?"

"현장의 인부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한 걸 보고 안전 의무를 어겼다면서 그런 징계를 받았어."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도 안 돼.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을 어겼다고 2주간 공사 중지라니 있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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