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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리고 충칭 매장은 5일간 영업정지를 당해서 다음 달에는 무조건 5일을 쉬어야 해."
"거기는 왜?"
"거기도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야."
지훈은 최용석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장쉬엔에게 알려 줬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 매장은 잦은 위생 검열로 영업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고 있음을 알렸다.
"말도 안 돼. 그러면 모든 대형 레스토랑은 전부 영업정지를 당할걸."
"내 말이 그거야."
"대체 왜 그러지?"
"내 짐작인데, 시의 관계자가 뇌물을 바라는 것 아닐까?"
"평소라면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여우사냥'이 한창이라 뇌물을 바라고 그러지는 않을 거야."
"여우사냥?"
"부패가 중국을 좀먹는다며 지금은 중앙당 차원에서 부패 사범을 가차 없이 척결하고 있는 중이거든."
지훈은 시의 공무원들이 뇌물을 원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의 얘기를 들은 장쉬엔은 부패 사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무척 이상하다며 자신이 알아보겠다고 했다.
*3. 여기는 중국입니다!
쿵쾅거리는 음악과 현란한 조명이 번뜩이는 거대한 룸 안에는 속옷 차림의 여자들이 몇몇 남자들에게 달라붙어서 갖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전무님, 한 잔 하시지요."
"유 팀장, 수고했소."
"이제 시작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상하이 매장엔 더 큰 징계가 떨어지게 하겠습니다."
"가능하겠소?"
"제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가라오케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독한 위스키를 마시며 껄껄거리는 세 명의 남자는 경거망동으로 중국으로 좌천된 이재철과 두레의 중국 지사 일을 도맡아서 하는 유상혁, 전철민이었다.
그런데 유상혁과 전철민은 이재철에게 여전히 전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재철의 공식 직함은 중국 지사장으로 부장급이었고, 좌천된 이재철의 공식 직급도 부장이었다. 하지만 유상혁과 전철민을 비롯한 중국 지사의 모든 직원들은 이재철의 체면을 고려해서 여전히 전무라고 부르고 있었다.
"유 팀장이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뭐요?"
"조만간 가온누리 상하이 매장에서 일하는 셰프를 포섭할 생각입니다."
"중국인 셰프를 말하는 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오?"
"전무님도 아시겠지만 가온누리는 장류와 양념류 그리고 소스류는 전부 한국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얘기를 계속해 보시오."
"제가 파악하기로 가온누리의 맛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오."
"저는 거기에다가 장난을 칠 생각입니다."
"그것들의 맛을 떨어트려서 가온누리의 맛을 하락시키겠다는 뜻이오?"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놈들의 숨통을 죌 수 없잖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오?"
"가온누리의 직원을 매수해서 그것들에다가 유해한 물질을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유해한 물질을 집어넣겠다니, 가온누리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에게 탈이 나게 하겠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걸 문제 삼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 생각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다니, 실제로 그게 성공한다면 온 중국인의 시선을 끌 것이고 가온누리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오."
오늘날의 중국인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자행한다. 그렇기에 골판지로 만든 만두를 비롯해서 사람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또는 먹어서는 안 되는 각종 유해 식품이나 불량 식품이 버젓이 유통된다.
아울러 그러한 일들은 해외 토픽을 통해 세계 각국에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먹을거리에 장난을 치는 자는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는 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음식을 제조하고 유통시킨 자가 사형을 당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땅이 넓고 그만큼 사람도 넘쳐 나서, 아직도 돈벌이에 눈이 뒤집혀 불법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이가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전무님, 그것만이 아닙니다. 조금만 분위기를 조장하면 분노한 중국인들이 가온누리로 몰려가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오."
안 그래도 먹을거리에 불신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다. 그런 마당에 가온누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가온누리는 한식당으로,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이다. 그러니 민족 감정과 관련해서 누군가가 살짝 부추기기만 한다면 유상혁의 말처럼 실제로 폭동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가온누리는 중국 땅에서 더 버티지 못하고 철수를 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갖는 위치를 고려했을 때 한국 정부도 가온누리를 중징계 할 수밖에 없다. 즉, 유상혁의 계획이 성공만 한다면 가온누리는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무너질 것이고, 파렴치범으로 몰린 지훈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전무님, 곧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릴 것이니 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유 팀장만 믿겠소. 아! 그런데 그게 가온누리 때문이란 것을 어떻게 입증할 생각이오?"
"네?"
"실제로 가온누리의 음식을 먹고 탈이 난다 해도 문제를 삼으려면 그게 가온누리 때문이란 것을 입증해야만 할 것 아니오?"
"당연하지요. 그래서 이번 일에는 상하이 시의 공무원을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상하이 시의 공무원을 끌어들이다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차분하게 설명을 해 보시오."
"간단합니다. 상하이 시에서 가온누리에 위생 검열을 나갈 것입니다."
"그건 얼마 전에도 했잖소?"
"아! 이번에는 매장과 주방의 위생 검열이 아니라 각종 장류와 양념류 그리고 소스류의 성분 검사를 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설마?"
"맞습니다. 성분 검사에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하하하~! 성분 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난다면 가온누리는 빼도 박도 못하겠구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알겠소. 그런데 중국인 셰프를 매수하는 일은 잘되었소?"
"그건 전철민 씨가 이미 작업을 끝냈습니다."
"전철민 씨, 믿어도 되겠소?"
"전무님, 말도 마십시오. 못생긴 여자와 마음에도 없는 데이트를 매일 하려니 아주 죽을 지경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전무님, 전철민 씨가 가온누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여자 셰프를 꼬셨습니다. 일종의 미남계이지요. 그런데 제가 봐도 여자가 상당히 못났습니다."
"하하하~! 전철민 씨, 그런 것이었소?"
"전무님, 제가 숭고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브라보! 전철민 씨, 일이 성공만 한다면 숭고한 희생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 주겠소."
"감사합니다, 전무님."
"그런데 유 팀장, 이왕에 일을 벌이려면 만약의 사태까지 대비해서 완벽하게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소?"
"전무님, 제 계획에서 어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까?"
"부족하다기보다는…… 이왕이면 시의 공무원까지 포섭하면 완벽해지지 않겠소?"
유상혁의 계획을 들은 이재철은 몸이 잔뜩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가온누리를 단번에 거꾸러트릴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시의 공무원까지 끌어들여서 완벽한 함정을 만들자고 했다.
"우리에게 포섭된 셰프가 알아서 유해 물질을 첨가할 텐데, 우리의 계획에 시의 공무원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무님, 제 생각도 같습니다. 공무원들을 동원해서 예정에도 없는 성분 검사를 실시하는 것만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데 굳이 그 이상의 일을 부탁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내가 그것만으로는 살짝 불안해서 그러오. 그리고 시에서 확실하게 발표해 줘야만 가온누리를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잖소? 막말로 놈이 역으로 시의 관계자에게 손을 쓰면 우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잖소?"
"그자가 설마 그런 짓을 할까요?"
"유 팀장, 돈만 쓰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게 이 나라요. 여기는 중국이잖소?"
"전무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리되면 생각보다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을 확실하게 구워삶을 수 있겠소?"
"전무님, 여기는 중국입니다!"
"하하하~! 한 잔 쭉 들이켭시다."
베이징에서 장쉬엔을 만난 지훈은 나흘에 걸쳐서 문제가 발생한 충칭과 광저우 매장을 방문한 후 아침 비행기로 상하이에 도착해 상하이 매장을 찾았다.
상하이 점장은 절대 미각을 바탕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지훈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는 준상이가 얼마 전부터 맡고 있었고, 기존의 상하이 점장은 충칭 매장으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준상아, 잘 있었냐?"
"사장님."
"녀석, 왜 울어?"
"너무 반가워서 그러죠."
"거기서 확 죽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미안하다."
"사장님, 농담이라도 그런 말 마세요."
중국에 있는 모든 매장에는 한국인 셰프들이 최소 일고여덟 명씩 근무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지훈의 실종 소식을 접했던 그들은 매장 때문에 한국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차에 개인적인 친분까지 있는 준상은 지훈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왈칵 눈물까지 흘려 가며 반가워했다.
"매장은 어때?"
"사장님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탓에 매출이 부쩍 늘어서 아예 허리를 펼 수가 없을 정도예요."
"어째 그 소리가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무척 불만이라는 듯이 들린다?"
"어! 눈치채셨어요?"
"자식."
침몰한 세모호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마흔 명가량 타고 있었고, 그들 중에는 지훈의 도움으로 탈출한 여성도 여러 명 있었다. 그렇다 보니 중국도 당시의 사고를 관심 있게 보도했고, 이로 인해서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지훈의 영웅적 구조 활동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한국에서 벌어진 가온누리 애용 운동이 중국에도 벌어져서 중국 내 모든 매장의 매출이 증가한 상태였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실 생각이에요?"
"한동안은 여기 있을 생각이야."
"충칭 매장과 광저우 매장 때문인가요?"
"응."
"거기 일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해요. 여기가 아무리 중국이라지만 그렇게까지 막나가지는 않는데……."
같은 회사이다 보니 충칭과 광저우에서 벌어진 일은 다른 지역의 직원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몇몇 중국 직원들은 시의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것 같다는 얘기까지 했다.
"여기는 어때?"
"사장님의 일이 알려지면서 조용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막 부임했을 때는 여기도 시의 관계자들이 귀찮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사장님이 중국 사람을 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잠잠해졌어요."
"그건 다행이네."
"그렇기는 하죠. 그리고 그래서 충칭과 광저우의 일이 더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거기 사람들도 사장님의 일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우리만 찍어 댄다는 것이 이상해요."
"너도 장쉬엔과 똑같은 얘기를 하네."
"그분은 뭐라고 했는데요?"
"그 친구도 이번 일은 단순히 뇌물을 바라고 한 게 아닌 것 같다면서 자기가 자세히 알아보겠대."
"그분 아버지가 중앙당의 고위 간부라면서요?"
"응."
"다행이네요."
"뭐가?"
"중앙당의 고위 관계자가 나서면 설령 큰 문제가 있어도 쉽게 해결되는 것이 중국이니까, 우리는 별문제가 없었던 만큼 잘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