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화 (1/166)

# 001. 서 장

마지막 흑마법사

# 001. 프롤로그

“유모. 샤크론을 부탁합니다. 샤크론이 크면,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을 때가 되면 이 편지를 전해주세요. 반드시 큰 사람이 되어서, 흑마법사는 파괴의 존재가 아님을 세상에 알리라고.”

“흑흑… 이렇게 가시면 두 분 모두 험한 일을 당하실텐데….”

서대륙 통합 제국력 200년. 카다르 제국의 황제이자 ‘흑마법사 토벌 동맹연합’의 맹주인 네오시오 3세의 명령 아래, 전에 없던 대 학살극이 빚어졌다. 어느 하루로 규정짓기 어려운, 피바람의 연속이었다.

단지 흑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어둠의 존재로서 분류 된 흑마법사들은 토벌군들의 칼날에 무참히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제국력 180년부터 20년에 걸쳐 만든 흑마법사 토벌 계획서에는 수 많은 흑마법사의 이름과 사는 장소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들의 소재 파악과 사실 확인을 위해 동원 된 인원만 연간 20만 명. 제국 총 예산의 일할을 쏟아 낸 계획은 20년이 지난 200년에서야 수립이 완료되었고, 수 많은 병사와 기사, 궁중 백마법사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모두 갖춘 제국의 토벌군은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흑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주요 거점에는 고위 기사들까지 파견했다. 더불어 기사들로도 상대하기가 힘든 곳은 소드 마스터까지 파견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제국에서 고용한 어쌔신들의 암습. 포상금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고, 흑마법사를 밀고한 사람들. 아주 오래 전부터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던, 이동 방해 마법진의 발동.

20년의 기간 동안, 은밀하게 진행 된 흑마법사 토벌 계획은 해일이 마을을 덮치듯,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텔레포트로 빠져나가려던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엉뚱한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공중에서 산산이 분해되었다.

이런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샤크론의 부모라고 안전할 리가 없었다.

샤크론의 부모는 ‘흑마법사 연합’의 맹주이자, 8서클을 웃도는 마법사 였으니 최우선의 표적이 됨은 당연했다. 저주받은 흑마녀 ‘카렌 세이론’과 어둠의 지배자 ‘메르헨 오르네스’라는 이름으로.

8서클이 어떤 경지이던가. 일반 마법사들에게는 ‘꿈의 경지’라고 불리는, 그래서 누구나 동경하는 그런 반열의 자리였다. 그러나 흑마법사가 8서클에 올랐다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다.

8서클의 흑마법은 민간인 수 천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처치할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산화 계열의 마법이 많아, 그 피해반경이 훨씬 넓었다.

“우린 틀렸어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도시 전체를 포위했고, 공중으로도 이동할 수 없게 대마법진이 형성되었는데…. 우린 죽지만, 샤크론은 살아야 해요. 여보, 만약을 대비해 준비했던 마지막 의식을… 흐흑!”

흑마법사라는 이유로 받아왔던 설움과 고통, 그리고 점점 드리우기 시작하는 죽음의 그림자에 샤크론의 어머니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낳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아이를 두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젖 한 번 물리지 못한 채, 흑마법사의 자식이라는 것조차 숨기고 살아가야 할 아들의 운명. 그녀는 물론이고 샤크론의 아버지도 결국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카렌… 샤크론, 미래를 부탁한다. 어둠의 그림자가 널 감싸더라도 꿋꿋이 견뎌내야 한다! 훗날, 네크로맨서의 마물이 되어서라도 널 찾아오겠다. 오르네스 샤크론, 사랑한다.”

말이 끝나자 부모는 양손을 샤크론의 가슴에 살며시 얹었다. 부부가 최후를 대비해 준비해 왔던 마지막 마법. 아무도 시도해 본 적이 없던 최후의 마법! 상대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바꾸는 마나 체인지(Mana Change : 마나 교환)의 시전이었다.

[파파파팟!]

두 사람의 네 팔을 통해 어둠의 기운이 샤크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을 위한 약간의 마나만을 남긴 채, 모두 주입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해서 균형을 놓치기라도 하면, 샤크론의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흑마법사의 대를 여기서 끊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었다. 아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면 두 부부는 샤크론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토벌 계획은 생각보다 용의주도했다.

제국 공용 마나석을 이용해 거점을 둘러싸 버린 방해 마법진은 텔레포트에 능숙한 두 부부들조차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어떻게든 비집고 나아가 좌표를 찾는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어둠의 기운. 그가 오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비록 자신이 죽더라도, 샤크론이 그 뒤를 이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마나 체인지를 행했다. 훗날 샤크론이 부모를 향해 이기적이라고 욕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메르헨 오르네스,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흐으으응….”

어린 아기의 몸에서 얕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도 몸이 들썩거리거나 부풀어버리는 현상은 없었다. 자신의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이것은 새로운 흑마법사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마나 교환의 시전으로 만들어진, 흑마법사의 출현을!

“크윽! 쿨럭…!”

온 몸에서 일시에 기운이 빠져나가자, 그 동안 어둠의 마나에 의존해 감춰왔던 상처들에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의 힘으로 억제했던 모든 고통들이 일시에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을 가져다 주었다.

게다가 얼마 전 샤크론을 출산한 카렌에게는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마치 사지가 찢어지는 듯이 진땀이 흘렀고, 마나의 흐름도 매우 미미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을 위한 약간의 마나가 전부였다.

“메르헨! 크으윽!”

카렌 역시 신음과 함께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두 사람의 몸은 빠른 속도로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죽음의 서곡은 바로 그것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유모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도망친다고 도망쳐왔건만, 벌써 토벌군의 본대가 마을 앞까지 당도한 모양이었다.

“카렌. 어서 나갑시다. 여기 있다가는 샤크론도 같이 죽을 수 있으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광장의 분수대에서 마지막을 맞이합시다. 좋은 추억만을 간직하고서.”

“흐흐흑… 유모. 샤크론을 부탁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샤크론을 지켜주세요. 비밀 서재 안에 숨어 있으면 안전할거에요.”

“걱정 마세요. 흐흑… 안녕히 가세요, 마님.”

메르헨과 카렌, 유모는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의 설움에 다시금 눈물을 떨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촉박해진 두 사람은 문을 박차고 광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유모의 집에서 벗어나, 샤크론의 존재를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

“마을 전체를 포위하고 흑마법사 둘을 잡아라! 이 마을에 흑마법사 연합의 맹주가 있다!”

소드 마스터!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8서클 급의 흑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제국의 소드 마스터 20명이 동원됐다. 전에는 없었던 대 공세였다. 그 후방에서 수 백의 기사와 수 천의 병사가 함께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찾았습니다! 흑마법사 둘이 광장 쪽으로 향합니다!”

검은 로브의 부부를 발견한 병사 하나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그러자 눈에 불을 키고 흑마법사들을 찾던 소드 마스터들은 이 외침에 전부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백마법사단 역시 합류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 상황을 확실히 종결시켜 줄 그 사람도 올 터였다.

“메르헨… 이젠 마지막이에요.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다시 만나길 바랄게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카렌. 이렇게 당신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을 에워싸라! 호승심에 달려드는 것은 삼가라. 너희들은 절대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메르헨과 카렌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을 무렵…

소드 마스터 중, 총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검에 잔뜩 기운을 실고, 진한 오러를 내뿜으며 외쳤다. 그는 비록 자신들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있다고는 하지만, 저 두 사람을 쓰러뜨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옳은 말이었다. 수 천, 수 만의 병사들이 달려 들어봤자 산화 마법 몇 번이면 모두 녹아버린다. 괜히 죽음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총대장의 말대로 주변의 공간을 물샐 틈 없이 막고는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슬픈 일이야. 남들은 모른다고 해도 당신들은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우리들의 결백함을….”

메르헨이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총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어도 제국의 소드 마스터라면 정의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 것이 아닌가.

“우린 황제 폐하의 명을 따르는 것일 뿐. 당신들은 엄연히 국가에 반 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반역자들이오. 마지막의 예로 공격을 가하지는 않겠소. 스스로 죽을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오.”

“이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와서는 자살을 하라니. 내가 어떤 마법을 쓰든 병사들에게 피해가 가게 될 텐데. 총대장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 뿐. 당신들은 포위되었고, 어떤 방법으로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오. 그 분에게 목숨을 잃거나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 밖에는 없소.”

“전자를 택하지.”

“그럼….”

총대장은 간단한 목례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뒤바뀐 듯한 찝찝한 느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와서 무엇을 되돌릴 수 있겠는가. 수 많은 흑마법사들이 이미 저 세상의 원혼이 되어있을 텐데.

“아아! 저기…!”

병사들이 일제히 하늘을 가리켰다.

플라잉 마법을 전개해서 날아오는 마법사가 하나 보였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소드 마스터들의 눈빛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눈 앞의 두 사람은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모든 병사들과 기사, 마법사들의 눈이 하늘로 집중됐다. 그들의 관심은 이내 그 사람의 두 손에서 무슨 마법이 날아갈 것인가에 쏠렸다.

“헬 파이어.”

“헬 파이어? 모두 물러서라!”

헬 파이어는 9서클의 마법.

소드 마스터들은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물러설 것을 명령했다. 헬 파이어가 대인 마법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위험 반경이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 차라리 네 손에 죽는다면 그게 더 낫겠지. 카렌… 사랑하오.”

“메르헨….”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두 사람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헬 파이어의 장관에 입을 벌린 채, 얕은 탄성만을 흘려냈다.

좀처럼 보기 힘든 9서클의 마법인 만큼, 소드 마스터들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디멘션 브레이크!”

메르헨이 온 힘을 끌어 모아 공간 왜곡 마법을 시전 했다. 자칫 잘못하면 헬 파이어에 애꿎은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간 왜곡에 걸려든다면, 적어도 헬 파이어가 지면을 강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디스펠.”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디멘션 브레이크는 힘 없이 흩어졌다. 그 사이를 헬 파이어의 화염이 파고 들며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퍼펙트 마나 쉴드!”

이에 뒤에 있던 카렌이 두 손을 펼쳐 마나의 보호막을 펼쳤다. 그러나 헬 파이어를 상대로 마나 쉴드는 역부족이었다.

쉴드에 부딪쳐 잠시 주춤했던 헬 파이어는 여지없이 보호막을 깨뜨리며 두 사람을 덮쳐왔다.

“아아….”

메르헨은 날아드는 헬 파이어를 바라보며 수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저 헬 파이어 조차 막는 것이 힘들었다. 아니, 불가능 했다.

결국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는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퍼펙트 매직 미사일.”

[화르르륵…]

죽음의 화마가 쓸고 간 자리에 매직 미사일이 작렬하며 재빨리 퍼져나가는 불을 진화했다. 나름대로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가 취한 조치였다.

[프스스]

거대한 덩어리가 파여버린 자리. 두 사람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검은 재만이 남아 어지러이 흩날렸다.

마치 하나의 덩어리로 뭉친 것 같은 검은 형상. 그것은 메르헨과 카렌의 최후였다.

“하하하. 이것으로 흑마법사 연합의 맹주는 죽었다. 남은 잔당들을 소탕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 자, 다음은 파르샤 공작 가문이다. 준비는 다 끝났겠지?”

그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검게 타버린 두 사람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마지막까지 두 손을 놓지 않은 모습에서 감동이라도 느껴지련만, 터져 나오는 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이미 왕실 기사단이 파견되었습니다. 마법진 제한 구역이니 문제 없습니다.”

“좋아, 가자! 흑마법사들은 제국의 적,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 하하하하!”

텅 빈 광장의 공허함 사이로 한 사내의 탐욕스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음의 그림자가 마을을 감싼 지금, 어느 누구도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아련하게 느껴지는 피의 향기만을 맡고, 사람이 여럿 죽었구나 할 뿐이었다.

[휘이이이]

흩날리는 모래바람을 뒤로 하고, 토벌군은 신속하게 마을을 빠져나갔다. 무언가 간과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 인사 ………………………

리메이크 본으로 돌아온 백호 인사드립니다.

긴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Feel이 꽂히신 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선작버튼을 누르세요. 추천은 옵션일 뿐입니다. ^-^

흑마법사로 검색하시면 이 작품 하나만 나오더군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ㅋ

이벤트는 언제 어디서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니 긴장하시고요.

아낌없는 선작 부탁드립니다! 자, 시작합니다!

PS. 백호는 독자님들의 코멘트에 성실답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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