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나의 길 ( My Way )
* 리메본 연참에 들어가기 전에 *
이것은 마지막 흑마법사 제 1차 리메본입니다. 제 1차이자 마지막 리메일겁니다.
어떤 부분이 리메이크 되었는지 간단히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쓸데없는 군더더기묘사 ex) 뭐뭐 했는데, 그것은 뭐뭐해서 뭐뭐한 것이었다. 같은 오류적인 묘사를 바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파트를 변경하거나 새롭게 추가하여 소재를 늘렸고요. 전체적인 오타를 전부 잡았습니다. (그래도 있으면 낭패) 더불어 이전 연재분에는 없던 비밀 등을 삽입하여 궁금증을 일부 해소, 해소 된 궁금증을 오히려 포장해서 비밀스럽게 했습니다.
이전 독자분들도 다시 읽어주시기를 권장합니다.
중간중간 챕터구분을 해놓았으니 연재분을 쭉 읽어넘기시면서 챕터가 대충 봤던 부분이다 싶으면 넘기시면 될 겁니다. 아마 안 읽으시면 뭔가 이해안되시는 부분이 나올겁니다. 혹은 남들은 다 공감하는데, 자기만 모르는 불상사가…^^
어쨌든 잘 부탁드리면서, 리메가 끝난 부분은 빠르게 연재하여 이전의 1권 연재분까지 따라잡도록 하겠습니다.
# 002. 나의 길 ( My Way )
Chapter 1
창조의 주신 매드노스가 창조했다는 이 세계에는 네 개의 대륙이 있다.
풍요의 땅 서대륙, 약속의 땅 동대륙, 지옥의 땅 중앙대륙, 미지의 땅 북대륙.
그 중에서 세상을 뒤흔들 운명의 존재가 꿈틀거리는 땅이 있다. 바로 서대륙이다.
서대륙은 다섯 개의 제국과 일곱 개의 왕국, 삼십 개의 공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면 수 많은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모든 공국들은 저마다 종속되어 있는 국가가 있어, 하나의 나라라기 보다는 지방세력 정도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서대륙을 다섯 개의 제국과 일곱 개의 왕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열 두개의 세력이 다 대등한 힘을 가진 국가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하나의 제국은 왕국 세 개를 합친 면적보다 넓고, 전력이나 인구도 최소 다섯 배는 넘는다.
그렇게 되면 서대륙의 세상은 다섯 개의 제국이 실세를 잡고 있는 것처럼 압축된다. 그 다섯의 제국 중에 하나가 바로 카다르 제국이다.
제국력 200년, ‘흑마법사 토벌’의 주역이 되었던 국가이자, 백마법사 가문인 네오시오 가문이 현재의 황족으로 존재하는 곳. 유난히도 흑마법사를 경멸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가다. 이미 그 악명은 앞서 말했듯 ‘흑마법사 토벌’이 가져온 대 학살의 현장에서 충분히 증명된 바가 있다.
그런 카다르 제국의 수도 카다르에서 남쪽으로 100km쯤 되는 지점에 베토스라는 마을이 있다. 좀더 들어가 마을 정문에서 북쪽으로 다섯 블록을 가고, 동쪽으로 두 블록을 가면 평범한 집이 하나 나온다.
그 곳이 바로 흑마법사의 후손, 샤크론이 사는 집이다.
“하앗! 핫!”
“샤크론. 오늘도 열심이구나. 그렇게 기사가 되고 싶으니?”
유모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샤크론을 바라보았다. 올해로 17살이 되는 샤크론은 어느덧 장성하여 늠름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군데군데 불끈 솟아오른 근육에 흩날리는 흑발은 아버지 메르헨을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샤크론이 검술을 수련해 온지도 벌써 12년.
이렇게 된 데에는 그가 다섯 살이었을 때, 우연히 나뭇가지를 쥐고 휘둘렀던 게 발단이었다.
다섯 살의 샤크론이 마당에서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샤크론에게 다가와서는 부드럽게 물었다.
“기사가 되고 싶니, 꼬마야? 나뭇가지로 검술을 연습하니?”
“아저씨는요? 난 이렇게 무언가를 휘두르는 게 너무 좋아요! 기사도 좋고요!”
발랄하기 그지없는 다섯 살의 샤크론은 남자에게 대고 나뭇가지를 휙휙 휘둘렀다. 고작해야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지만, 남자는 무엇이 그리 좋았는지 샤크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꼬마야. 기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아. 꾸준한 노력만 있으면 되지. 자, 이 책을 보고 꿈을 키워 보거라. 아저씨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는 책이거든.”
남자가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샤크론의 손에 쥐어주었다. 다섯 살의 아이가 들기에는 좀 커보였지만, 샤크론은 별 문제없이 책을 받아 들었다.
“어떤 분이신데 이러시는 거죠?”
마침 일을 마치고 나온 유모가 남자에게 물었다. 잠시 점심밥을 차린답시고 자리를 비운 사이, 수상한 남자가 샤크론에게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수상한 사람, 특히 저렇게 검을 차고 있는 사람을 보면 유난히 긴장이 많이 되는 유모였다. 이것은 17년의 세월 동안, 샤크론을 몰래 키워오며 항상 느껴야 했던 걱정 때문이었으리라.
유모의 쌀쌀맞은 질문에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도의 경비병이 되려고 지원을 가던 차에 아이가 눈에 띄어 들어온 겁니다. 아드님이 검술에 조예가 깊은 듯 하여…. 수상한 사람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
“풋.”
남자의 말에 유모는 실소를 터뜨렸다. 세상 어떤 다섯 살짜리 아이가 검술을 할 줄 안단 말인가? 게다가 더 웃긴 건 아직 글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주는 사람이다.
유모는 다시 말을 이었다.
“성의는 고맙지만, 수상하게 보일만한 행동은 하지 마세요. 이 곳은 여러 가지 일로 인해서 경비병들이 많이 주둔하고 있으니, 가급적 의심받을 행동은 삼가시는 게 좋습니다.”
그 말에 남자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쓸데없는 오해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유모의 말대로 이 곳은 경비병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예,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다만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예전의 제가 생각나서요. 하하.”
“어쨌든 원하시는 바를 꼭 성취하시고, 행운을 빌겠어요. 매드노스님의 가호가 있기를.”
유모는 이 남자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았다. 무언가를 꾸미려는 생각이었으면 애초부터 일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흑마법사 토벌’ 이후로 마을 사람이 아닌 외부인과는 접촉을 매우 꺼려왔던 유모였다.
괜히 샤크론의 존재가 알려져, 꼬리라도 잡히게되면 오르네스 가문의 혈통은 완전히 끝이 날 터였다. 그녀가 알기로 현재 오르네스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는 샤크론 뿐이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녀는 남자에게 화를 내야 했다.
결국 남자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길을 떠났고, 그 날이 바로 샤크론의 검술을 알게 된 날이 되었다.
그 이후로 샤크론은 아는 것이 많은 유모를 통해 글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수련을 거듭했다.
먼저 마당에 놓인 넙적한 대리석을 파트너 삼아 주먹 수련하기. 하루에 세 번씩 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기. 목도를 진검 삼아 검술서 연습하기 등, 샤크론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빠짐없이 검술만을 수련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깨가 벌어지고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목소리고 변하기 시작했고, 산짐승들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상처도 많이 났다.
시간은 그렇게 12년을 흘러갔고… 서대륙은 그렇게 세상의 운명을 뒤바꾸게 될, 하나의 운명을 조심스럽게 잉태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 기사보다 마검사가 되고 싶어요. 마법과 검술을 사용할 줄 아는 그런 사람.”
“하지만 마검사는 우리 카다르 제국에서도 겨우 다섯 명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지 않니?”
“그 다섯에 제가 들면 되잖아요.”
샤크론의 대답에 유모는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