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8화 (8/166)

# 002. 나의 길 ( My Way )

“물론입니다. 어떤 고생이라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샤크론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띠어 보이자, 경비병이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국가의 제도상 평민들의 기사단 지원을 받아주긴 했지만, 평민 신분에 검술을 배우고 익힌 자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문 케이스에 속했다.

“하하하, 그래? 몇 가지만 묻지. 자네 검술은 어떻게 익혔나?”

“제가 직접 익혔습니다.”

“뭐라고? 검술 교관도 없이 직접?”

경비병은 놀라는 눈치였다.

기사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검술 교관이나 사설 훈련장에서 교습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전혀 교육조차 받지 않고 스스로 익혔다니? 경비병 역시 그런 과거를 밟아왔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네. 검술이라는 게 정형화되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에게 적합한 검술을 익히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수련에 함께 했던 것은 예전에 어떤 분이 주고 가신 한 권의 책 밖에 없습니다.”

“허! 정말 보면 볼수록 특이한 사람이군. 자네 이름이라도 좀 알아둬야겠는데?”

처음에는 평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반감이 들었던 경비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당돌하게 맞서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검술을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신기했기 때문이다.

“샤크론 케네스입니다.”

제국의 황성. 이런 곳에서 흑마법사 가문으로 악명이 높은 오르네스 가문의 이름을 들먹였다가는 즉결 처형을 당할 수 있었다. 샤크론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성씨이자, 현재 통행증에 적혀 있는 이름 그대로 말했다.

“샤크론 케네스라…. 좋아, 왠지 끌리는 사람이군. 난 제로스 라르온이라 하네. 왠만해선 통성명을 잘 하지는 않지만, 자네는 끌리는 맛이 있구만?”

“음… 제로스 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잘 됐네. 교대시간이고 하니 날 따라오도록 해. 슈타인 기사단의 단청으로 직접 안내해주지. 내가 슈타인을 잘 알거든.”

제로스가 샤크론의 한 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기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도를 찾은 샤크론의 모습. 그 모습에서 제로스는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과거의 제로스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다. 또 어떤 꼬마 애에게 책을 넘겨준 적도 기억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페튼. 교대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먼저 나가보도록 하겠네. 손님이 와서 말이야.”

“예, 대장님. 내일 뵙겠습니다.”

“대, 대장?”

대장이라 함은 경비대장을 일컬음이다.

수도 경비병의 대장이라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였다. 기사단의 단장만큼은 못해도,

수도 경비병 5천을 총괄하는 지휘관의 위치인 것이다.

“그래. 왜, 대장이 경비를 서니 초라해 보이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너무 놀라워서요.”

샤크론의 말은 진심이었다.

보통 관문의 경비는 지루하고 힘든 일이라 하급 경비병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교대 전까지 계속 사람들의 통행을 관리해야 하고, 수상한 자는 차단해야 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하루에 수 만 명이 오가는 수도에서는 더더욱 힘들었다. 경비병 3년이면 약골도 무적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놀라워 할 것 없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면 안 되지.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매일 6시간씩 경비를 서고 있는 거야. 그나저나 베이직 소드(Basic Sword) 정도는 있나?”

순간 샤크론의 뇌리를 스쳐가는 느낌.

검이 없다!

“깜빡했….”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기사단에 지원하겠다고 온 사람이 기초적인 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소드 마스터에게 오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보면 볼수록 깨는 사람이야. 오늘 기분도 좋고 하니, 소드 정도는 하나 사주도록 하지. 자, 무기 점부터 들렸다가 단청으로 가도록 하자고!”

제로스의 과분하고도 고마운 친절에 샤크론은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두고, 이 정도의 친절을 베풀 수 있었기에 경비대장의 자리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두 블록 정도 걸어가 나온 무기점에서 제로스가 구입한 것은 카논의 원 핸드 소드(Canon's One Hand Sword)였다. 줄여서 카논 소드라고도 했다. 이것은 기사단의 기사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검이었다.

“자, 받아. 예전의 제로스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예?”

“어쨌거나 받기나 해. 단청이 저 앞에 보이는 군. 다 왔어.”

제로스가 던진 카논 소드를 받아쥔 샤크론은 그가 가리키는 대로 앞을 바라보았다. 단청의 정문으로 보이는 커다란 철문에는 붉은색의 적십자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슈타인 기사단의 문양이었다.

슈타인 기사단이 어느 곳이던가.

소드 마스터 슈타인이 단장으로 있으며, 서열 4위까지의 국립 기사단과 다르게 개인이 직접 만든 사설 기사단이었다.

비록 인원수도 적고, 배출해 낸 인재들도 많지 않았지만 명실공히 사설 기사단의 시금석을 깔아놓은 유명 기사단이었다.

“후우. 후!”

수많은 기사들이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는 곳. 자신의 꿈을 이룰 발판이 되어야만 하는 곳. 기사단의 단청이 눈앞에 있다.

샤크론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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