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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흑마법사-12화 (12/166)

# 002. 나의 길 ( My Way )

Chapter 7

호위 10일 째. 샤크론과 젠카는 산간도시 테스라를 지나, 산길의 마지막을 걷고 있었다.

“휴… 이 산길만 지나면 또 다시 대로가 나오겠군. 아무래도 이런 산길에는 나쁜 놈들이 많아서 불안합니다.”

“인간이란 몰래 숨어있길 좋아하는 존재지, 취익.”

샤크론의 말에 젠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은 산적들이 나타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어랍쇼? 오크와 인간의 동행이라. 이야, 저렇게 어울리지 않는 행렬을 보았나!”

그 때였다.

나무가 가득한 풀숲에서 흔들림이 일더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족속은 산을 거점으로 거주하는 산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숲 여기저기서 등장한 정체들은 손버릇이 나쁜 그런 놈들이었다.

갑작스런 산적들의 등장에 젠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냄새 하나는 잘 맡는 군, 취익.”

“대장. 저 오크 놈의 옷을 보십시오. 금테가 둘러져 있는데요?”

순간 산적들의 시선이 젠카의 옷으로 집중되었다. 그래도 일개 부족의 대표인지라, 젠카의 몸에는 수많은 금실들이 치장되어 있었다. 이는 산적들의 목표대상이 되기에 매우 충분했다.

금! 화폐의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영원한 부의 상징.

“이 분은 제국과 협정을 맺은 타란트 부족의 외교관이시다. 비켜라. 황명을 어긴 죄로 참수를 당하기 전에 조용히 물러서는 게 좋을 것이다.”

“보아하니 말단 호위기사인 것 같은데, 오러도 모르는 코흘리개가 어디서 까불어!”

“하하하하! 검이 뭔지도 모를 녀석인 것 같군.”

산적들의 규모는 10명 남짓. 상인들을 전문으로 공격하는 거대 집단이었다면 샤크론에게 버거운 상대였겠지만, 저 정도의 숫자는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스릉]

샤크론은 카논 소드를 빼내어 꽉 쥐었다.

그리고 눈앞의 산적들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선공을 걸어오기를 기다렸다.

“호위기사로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취익.”

“이래뵈도 다섯 살 때부터 검술만 수련해 왔던 접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샤크론은 자신 있었다.

반 년 간의 수련 과정에서 어둠의 마나를 검에 응용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아직 불완전 했지만, 때때로 마나의 힘이 검에 쏠려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것은 기사들이 말하는 오러 블레이드였다.

어지간한 깨달음과 수련이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오러 블레이드. 남들이 알았더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기술이었다.

허나 정작 샤크론은 자신이 그런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단지 이런 기운의 발출이 검술의 일환이구나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괜한 오기를 부리는 군. 어차피 저런 애송이의 피를 수도 없이 묻혀본 나다. 주저하지 말고 다 죽여 버려! 먼저 죽이는 자에게는 수확의 일 할을 주겠다! 특히 저 기사 놈의 반지를 빼앗아라!”

“뒈져버려, 추악한 오크 새끼야!”

“어디서 감히!”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명령을 내리자, 산적들이 일제히 샤크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모닝스타(Morningstar)가 들려져있었다.

모닝스타는 대 갑주용 무기였다. 그래서 모닝스타에 비껴 맞기만 해도 엄청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샤크론은 무지막지한 놈들을 상대로 어떻게 할지 재빨리 판단했다. 일정거리를 두고 자신을 감싸려는 것으로 보아, 단숨에 일격을 가해 제압할 모양이었다.

‘그런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부모님의 복수가 끝나지 않는 한, 나는 절대 죽지 않아.’

오른손에 힘을 가득 실은 샤크론은 책에서 보았던 수식을 조합하며, 왼손에 파이어 볼을 천천히 캐스팅했다.

광대한 마나의 양에 비할 때, 1서클의 파이어 볼은 형편없이 낮은 마법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위력은 충분했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때려잡으라고!”

“에라 모르겠다. 죽어라!”

일제히 산적들이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거리를 좁혀들었다.

샤크론은 재빨리 두 발을 벌리고 뒤꿈치에 체중을 가득 실었다.

균형이 깨지며 몸이 뒤로 쏠리자, 지면을 밀어내며 박차 올랐다. 그와 동시에 약간 몸을 기울인 상태로 파이어 볼을 시전 했다. 주먹 네 개 정도를 뭉쳐놓은 듯한 크기의 거대한 파이어 볼이었다.

[화르르륵!]

“우왁!”

예상치 못했던 마법 공격에 산적들은 일시적인 공황상태에 빠졌다. 난데없이 호위기사에게서 불덩어리가 날아왔던 것이다.

“그 동안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묻혀왔으니, 이제 그 피는 내가 거두도록 하겠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도 모르는 놈!”

산적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샤크론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바람처럼 사이를 빠르게 파고드는 샤크론의 움직임에 산적들은 우왕좌왕 했다. 모닝스타 같이 신속한 대처가 힘든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그 와중에도 패기 있는 산적 하나가 힘껏 체중을 실어 샤크론의 머리를 내리치려 하기는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음 동작이 진행되기 전에 목 주변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크헉!”

경동맥을 예리하게 찔린 부분에서 바람 파진 풍선처럼 피가 분출했다. 샤크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타앗!”

샤크론의 검에서 순간 짙은 기운이 일었다.

“오, 오러 블레이드? 크으윽!”

순간적으로 형성된 오러에 산적의 모닝스타는 오른손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 끝에서 길게 뻗친 오러가 그대로 어깨를 절단해버렸던 것이다.

“취익. 아니, 견습기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쓰는 건가?”

견습 기사란, 기사단에 들어오기 전 예비 시험을 치르는 후보자였다.

젠카가 알기로 샤크론은 열흘 전, 처음으로 기사단에 지원한 견습기사가 분명했다. 그런데 오러가 검에서 발출되는 것을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긴 했지만, 인간 기사들의 상징인 오러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대, 대장! 오러를 쓰는 놈이랑 어떻게 싸웁니까? 으윽… 도, 도망갑시다. 잘못 건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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