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검술 시합
# 003. 검술 시합
Chapter 1
“샤크론! 돌아왔군. 일찌감치 단청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 대충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올 것 같아서 말이야.”
경비대에게 자신과 제로스의 이름을 댄 샤크론은 슈타인의 평가를 듣기 위해, 단청으로 돌아왔다. 때 마침 단청에는 슈타인과 제로스가 홍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호위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온 것 같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호위가 충실하지 못해 젠카님께서 불편해 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차를 쭉 들이 킨 슈타인은 듣지도 않은 말을 사실인 것 마냥 태연하게 꺼냈다.
괴짜로 소문난 젠카가 인간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었을 리가 없었다. 이미 예전에 있었던 몇 번의 호위에서도 모든 기사들이 퇴짜를 맞지 않았던가.
“아닙니다. 이것까지 주셨는데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샤크론 역시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통행증을 꺼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샤크론이 꺼낸 통행증은 젠카의 혈흔이 남은 진품 통행증이었다.
“오!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다니까! 슈타인, 이것 보게. 오크 족의 구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행증이야! 제국에서 천 골드를 호가하는 비싼 물건이지 않은가?”
오크와 협정이 맺어진 이후로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오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통행증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상인들의 수요가 많았는데, 오크 족 영토 내부에 드워프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설의 명검이나 명궁 등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드워프를 직접 만나서 흥정하려면, 무엇보다도 오크족의 구역을 통과할 통행증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크가 인간들에게 통행증을 쉽게 발급해줄 리 없었다. 극히 한정 된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통행증이었기에 제로스가 느낀 감동은 상당했다. 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정식 기사도 아닌 녀석이 자신도 쉽게 만지기 힘든 천 골드짜리 물건을 얻어 온 것이다.
“허! 저, 정말 이게 토, 통행증?”
슈타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오크, 그것도 젠카에게 받은 통행증이라니! 젠카가 일개 견습기사에 불과한 자에게 떡하니 통행증을 발급한 것이다!
“이제 기사단의 단원으로 받아주시는 겁니까?”
샤크론에게 중요한 건 통행증이 아니었다.
기사단의 단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 그것 말고는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기사라는 이름이 갖는 명예! 그리고 복수의 목표를 향한 한 걸음. 슈타인의 말 한마디면 그 발판이 마련된다.
“어험, 좋아. 통행증까지 받을 역량이 있었다면 그건 기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는 거겠지. 하지만 기사란 검술로서 그 실력을 평가하는 법. 단지 판정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서, 기사로 받아주는 어이없는 경우는 없네.”
“슈타인 기사단도 슬슬 인재난에 허덕일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태평하구만?”
제로스가 익살스런 말투로 슈타인의 정곡을 찔렀다. 워낙 슈타인 기사단의 대외적인 인지도가 좋지 않아, 최근 많은 기사들이 서열 4위의 페르네스 기사단으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페르네스 기사단으로서야 기사들의 수가 불어나고, 그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애가 타는 건 슈타인뿐이었다.
“아무리 약해빠진 기사단이라고 해도, 실력 검증 없이 사람을 뽑진 않아. 나도 기사로서의 자존심은 있네.”
슈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까짓 평민이야 없어도 그만이었다. 운이 좋아 통행증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실력 따위로 겨룰 바는 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연한 절차가 하나 있지.”
슈타인이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제로스와 샤크론의 시선을 집중시킨 그 곳. 바로 대련장이었다.
“대련입니까?”
“얼마 전, 기사단에 들어온 신참이 셋 있어. 한번 검을 섞어보도록 해 봐.”
“으음….”
샤크론이 대답 대신 얕은 신음을 흘리자, 슈타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샤크론이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 했다!
“부담 되나? 하긴, 아무리 신참이라 해도 엄연히 교육을 받고 올라온 기사들인데… 자네 같이 20살도 되지 않은 풋내기가 저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 해. 저들은 적어도 15년 이상 교육을 받은 기사들이니까.”
“부담되는 게 아닙니다. 세 사람이 다치면 어쩌나 고민하다보니…. 그렇게 되면 제가 책임을 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갈수록 가관이었다.
슈타인의 예상은 어느 것 하나 들어맞는 게 없었다. 이 녀석은 당돌해도 너무 당돌하다!
제로스의 입가에는 한없이 미소가 감돌았지만, 슈타인의 마음은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좋아. 기사란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하는 법! 대련장으로 가도록 하지. 이번 절차에서 실력이 검증된다면, 슈타인의 이름을 걸고 입단을 보장하겠네.”
“정말입니까? 세 명만 쓰러뜨리면 됩니까?”
“도중에 불상사가 생기지 않길 바랄뿐이네.”
얼굴이 잔뜩 경직 된 슈타인은 대련장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패커스! 카트라! 아리온! 동쪽 대련장으로 나와!”
“단장님. 무슨 일입니까?”
“새로운 신참이 왔다. 대련 상대로 너희들이 필요해.”
슈타인의 말이 끝나자 세 기사는 샤크론을 힐끗 쳐다보았다. 평범할 것 없는 옷차림에 앳되어 보이는 얼굴.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살을 넘지 않을 것 같은 나이.
전, 현직 기사들로부터 비싼 수업료를 내고 검술 수련을 해온 그들에게, 저런 애송이와의 한판은 시간 아까운 일이었다.
“굳이 세 명이나 갈 필요가 있습니까?”
“입 다물고 오기나 해!”
슈타인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세 사람은 저마다 얼굴을 바라보며 뭐라고 투덜거렸다.
기강이 바로 잡혀있는 카다르 기사단과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슈타인 기사단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기강이었다.
[끼이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대련장의 철문을 연 슈타인은 비교적 넓은 대련장으로 샤크론을 안내했다.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200m정도 였으므로 일반적인 검술을 겨루기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자. 대련의 방식에 제한을 걸지는 않겠네. 단, 다칠 위험이 있으니 검은 목검으로 바꾸어 들고 시작하지. 자, 패커스부터 나와.”
슈타인은 확신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기사 셋을 당해내지는 못할 터였다. 일 대 삼이라 비겁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실력을 검증한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