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5화 (15/166)

# 003. 검술 시합

“샤크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슈타인에게 목검을 전해 받은 샤크론이 손잡이를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패커스에게 정중한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흥. 빨리 끝내자고. 난 바쁜 몸이야.”

[Round 1 패커스 vs 샤크론]

대련장 가운데에 선 패커스와 샤크론을 두고, 양쪽에 카트라와 아리온, 제로스와 슈타인이 자리했다.

슈타인은 곧 승부가 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갑니다!”

“말하고 자시고도… 어?”

샤크론의 외침에 가볍게 검을 섞어주려던 패커스가 갑자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샤크론의 자세를 보고 검술과 대응 방식을 결정하려던 찰나에 그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반응이 늦으시군요!”

“크헉! 우욱!”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느낌에 패커스가 짙은 신음을 내뱉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가장 빈틈이 없어야 할 옆구리를 단 한 번에 내주었다니. 자존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패커스에게 샤크론의 일격은 자존심이 꽤나 상하는 일이었다.

“비록 가르치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어렸을 적부터 검술을 수련했던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번의 일격으로 기선을 완전히 제압한 샤크론은 좌우로 목검을 연타하며 패커스의 검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패커스는 연속 되는 샤크론의 공격에 역습은커녕 막아내기도 버거웠다. 게다가 샤크론의 공격에는 절대 흘려버리는 힘이 없었다. 모든 힘이 검에 집중되어 날아왔고, 패커스는 그 때 마다 엄청난 충격을 어깨로 받아내야 했다.

사선 베기보다는 가로 베기를 주로 쓰는 패커스였기 때문에, 샤크론의 좌우연타는 검술의 전개에 완벽한 방해가 되고 있었다. 검의 경로가 펼쳐지지 못하고 막혀버리는 것이다.

“시, 시끄러워!”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 했지만 샤크론의 검은 그 와중에도 이곳저곳을 열심히 파고들었다.

칼날이 짧아 닿지 않긴 했으나 오러가 있었다면 매우 위험했을 거리였다.

[탁! 탁! 타탁! 탁!]

샤크론의 현란한 검술 전개에 패커스는 완전히 흐름을 빼앗겨 버렸다. 공격의 패턴을 찾기는커녕,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하앗!”

샤크론의 회심의 일격.

순간 샤크론의 체중은 앞으로 쏠렸고, 패커스는 샤크론이 균형을 잃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린 다음, 샤크론의 옆을 찔러 들어갔다.

“빈틈일까요?”

샤크론의 목소리였다.

빈틈일까요… 라니? 패커스는 순간 의아했다.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빈틈을 내보인 것일까?

“으응?”

“하아앗!”

앞으로 달리던 샤크론의 양 발이 어지러이 교차하더니, 순간적으로 샤크론이 몸을 비틀어 뒤로 이동했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우 신속한 전개였다.

체중이 앞으로 쏠린 듯 하면서도 무게중심은 뒷 발에 가득 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

“갑니다!”

이번에는 허공에다 힘을 흘린 패커스가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기회였다.

샤크론은 재빨리 검에 체중을 가득 실어  세로 베기로 공격해 나갔다. 그러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목검이 패커스의 머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패커스는 재빨리 목검을 들어 공격을 차단하려 했다.

“크억!”

그러나 예상을 깨는 일이 발생했다.

샤크론의 공격을 막아낼 거라 의심치 않았던 목검이 양분되면서, 그 충격이 패커스의 머리로 고스란히 전달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머리의 한가운데를 내리 친 일격이었다!

“패커스!”

옆에서 지켜보던 카트라가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탄성을 지르며 패커스를 불렀다. 회심의 일격이 가져다 준 충격 탓에 패커스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대단하군. 기사 하나를 완벽하게 농락하다니.”

제로스가 샤크론을 보며 박수를 쳤다. 그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샤크론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통행증 일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이 새끼! 감히 기사의 이름을 더렵혔겠다!”

“저도 곧 기사가 될 몸입니다. 설마 제가 그 이름에 먹칠을 하겠습니까?”

“시끄러워! 패커스 대신 처리해주마!”

패커스가 쓰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는 평민에 불과한 애송이였다.

카트라는 패커스가 운이 나빴을 뿐, 실력차이로 진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샤크론의 목검에 오러의 기운이 실려, 패커스의 목검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은 하나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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