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검술 시합
[Round 2 카트라 vs 샤크론]
휴식 따위는 없었다.
카트라는 볼 것도 없이 목검을 치켜들고, 맹렬한 기세로 샤크론에게 달려들었다. 변칙적인 공격을 주로 하는 카트라는 처음부터 강하게 찌르고 들어가는 자세를 취했다.
검을 섞어보며 전력을 탐색하는 기초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한 것이다.
“하아압!”
변칙적인 초식의 구사에 샤크론은 당황했다. 하지만 전개 방향까지 변칙적인 것은 아니라, 허리를 강하게 젖혀 가까스로 비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반탄력을 이용해 샤크론은 앞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갑주를 입고 있었다면 허리를 이용하기가 힘들었겠지만, 평범한 경무장 차림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이렇게 되자 앞으로 힘이 쏠린 카트라는 중심을 잃었다. 더불어 자신의 등 뒤에 샤크론을 두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완전한 빈틈, 어떤 방식으로든 막아내기에 취약한 곳. 등을 내보이게 된 것이다.
위험한 상황. 그러나 카트라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검을 거꾸로 잡은 다음 뒤를 찔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빈틈인 줄 알고 달려들던 샤크론이 위험에 빠졌다.
“이, 이런?”
검에 힘을 실어 달려들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카트라의 공격이 펼쳐진 것이다.
“하하하! 어떠냐?”
카트라는 직감적으로 샤크론이 목검에 찔릴 것임을 믿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수련생들을 상대로 써먹어 왔던 궁극의 검법(?)이었다.
“어떠냐니요? 잠깐 뒤를 보시겠습니까?”
묵직한 기분이 들어야 정상인데, 어떠한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목 뒤에서 싸늘한 살기만이 느껴질 뿐이다.
카트라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헉!”
허공을 향해 내질러진 자신의 검. 그리고 목덜미를 언제든 가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샤크론의 목검.
[딱!]
샤크론이 목검을 재빨리 휘둘러 카트라의 목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카트라의 목검이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기사에게 검이 없다. 이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카트라가 졌다.”
슈타인의 침울한 음성이 들려왔다.
패커스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카트라는 멍하니 자신의 손만 바라보았다. 아직도 자신의 손을 떠난 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휴우… 힘들군요. 후우.”
샤크론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패커스와의 대련에서 지나치게 힘을 많이 쏟은 탓이었다.
“다음은 아리온 차례군.”
“단장님. 전 됐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리온, 그게 무슨 말인가?”
아리온은 긴 흑발을 가진 미청년이었다. 패커스와 카트라보다 검술도 월등히 앞서고, 청소년 검술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바가 있어 슈타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사였다.
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슈타인 기사단의 이름을 알리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싸워보지도 않고 대련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가 졌다고 인정하는 겁니다. 게다가 지친 사람을 두고 싸워서 이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실력을 보니 충분히 동료가 될 수 있겠는데요. 단장님도 그렇지, 세 명이서 한 사람을 상대하는 건 비겁한 일 아닙니까?”
“역시 아리온답군. 보는 눈이 있어.”
제로스의 말에 아리온은 어깨를 으쓱하며 샤크론에게 다가갔다.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에 푸른색의 두 눈은 마치 신이 내린 조각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반갑다. 난 아리온이라고 해. 카트라와 패커스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니… 아무래도 괜찮은 수련 상대를 만난 것 같군. 이제 정식 기사가 되었으니, 나와 검을 섞어볼 날이 많을 거야.”
“바, 반갑습니다. 샤크론이라고 합니다.”
아리온이 포근한 미소와 함께 오른손을 내밀었다. 동료로서의 인정이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샤크론은 당황했지만, 그 의미를 깨닫고 악수를 받았다.
“으음… 아리온이 인정을 했다면 어쩔 수 없지. 대련을 보고 나니, 괜찮은 인재라는 생각이 드는군. 환영하네, 샤크론.”
“슈타인도 참 변덕이 심해. 이제 실력 좀 있어 보이니까 환영한다는 건가? 그렇게 사람을 가려서야 쓰나.”
“시, 시끄럽네.”
슈타인 역시 손을 내밀었다.
평민이라고 해서 얕봤던 것이 없지 않았지만, 실력은 기사로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정도였다. 특히 정도를 따르지 않는 변칙적인 검술의 구사가 매우 인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공격 한 번, 한 번에 실리는 파괴력도 일반 기사들의 위력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검을 섞어 본 시간은 몇 분도 되지 않았지만, 그 흐름에서 슈타인은 샤크론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저도 반갑습니다. 생각보다 기사단에 들어오는 게 쉽군요? 엄청나게 복잡한 줄 알았더니….”
“못 말리는 사람이야. 기사단에 들어오는 것은 대부분 대련에서 판가름이 나기 마련이거든! 그런 대련을 몇 분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쉽게 느껴질 수밖에.”
“보면 볼수록 신기한 친구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아리온의 라이벌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하하하하.”
아리온의 말에 샤크론은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자신의 실력조차 가늠할 수 없는데,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기사단에 들어왔으니, 드디어 목표에는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어. 검술도 꾸준히 연습하고, 마법 학교도 다녀서 반드시 마검사가 되겠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흑마법사, 그리고 흑검사로.’
샤크론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날리고는 기사단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적십자. 슈타인 기사단. 이제부터 꿈의 실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