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검술 시합
Chapter 2
[쿠쿵. 쿠쿵]
[쏴아아아아…]
비오는 날의 발소리.
제법 굵어진 빗줄기는 연신 물에 젖은 땅을 두드려댔다.
젠카는 조용히 빗줄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연주를 들으며 감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그 감상을 깨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법 둔탁한 것이 오크의 발소리는 아닌 듯 했다. 게다가 이곳은 자신의 저택. 젠카가 부르지 않는 이상 누가 오는 일은 없다.
“어떤 녀석이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감상한다. 오크라는 종족의 보편적 인식에 의거할 때, 분명 젠카의 행동은 돌연변이다.
그러나 인간이 세월을 거듭할수록 변하듯, 오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젠카는 오크들의 비위생적인 생활습관과 전투적인 사고방식을 고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뛰고 있었다.
특히 학교를 설립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그는 비전투원으로서 살아왔던 오크들로 하여금, 농사의 방법을 가르치게 했다. 그리고 인간의 풍습을 본따, 화장실의 개념을 도입하여 일종의 공동변소를 만들었다.
물론 물을 끌어오지 않아, 계속 쌓이고 쌓이는 그런 곳이었지만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쿠쿵. 쿵]
발소리와 비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젠카는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어떤 놈이….”
[콰콱! 와지직!]
젠카가 일어서려던 그 때, 알 수 없는 힘에 철문이 뜯겨져 나갔다. 개인의 보호를 위해서 삼중으로 설치했던 철문이 단숨에 모두 날아간 것이다.
“네 녀석이… 젠카라는 놈이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순간의 충격으로 모든 불이 꺼져, 뚜렷이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다만 검은 형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 그런데 웬 놈이냐?”
“네 놈 따위가 나에 대해 묻는 것이냐!”
그림자의 외침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지자, 젠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살기였다.
“왜… 왜…?”
“샤크론을 아나?”
“샤크론?”
“그래. 네 놈을 호위했다는 샤크론 말이다!”
그림자의 외침은 한마디 한마디가 거의 집을 날려버릴 수준이었다. 얼마나 컸던지 젠카의 귀가 순간 멍멍해질 정도였다.
“아, 안다. 알아.”
온몸의 떨림으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을 진정시키며 젠카가 말했다.
“샤크론을 데려와라.”
“왜?”
해서는 안 될 질문.
“한번만 더 내게 물었다가는 죽여 버릴 줄 알아라. 최대한 빨리… 샤크론을 데려와라. 미리킬라 산 중턱에서 기다리겠다. xpffpvhxm. 기한은 두 달을 주지.”
“자, 잠깐!”
젠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림자의 형체는 백색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마법인 듯 했다.
“…….”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로 빗물이 쓸려 들어왔다.
젠카는 여전히 풍겨져 오는 살기를 다시금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