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검술 시합
그러나 샤크론의 칼날이 롱 소드에 비해 짧았기 때문에 아리온은 쉽게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궤적이 짧아 힘이 크게 실리지 못했다.
“소드가 갖는 상성관계상, 카논 소드 같은 숏 소드(Short Sword)는 근접전에서 롱 소드에 비해 위력적이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넌 한 템포 빠른 공격을 펼쳐야, 내 수준과 패턴이 맞게 되지. 그에 비해서 나는 정상적으로 공격해도 한 템포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진정한 기사는 말을 아낀다.”
샤크론의 외침에 이를 바라보던 패커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르치오의 십계명에는 나오지 않는 명언이었다.
“그것도 십계명의 말인가?”
“아니, 앞으로 샤크론이 만들어 갈 어록의 첫 번째! 다시 들어간다!”
샤크론이 다시금 검을 휘어잡고는 이번에는 좌측 하단에서 우측 상단으로 강하게 올려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로를 읽고 있었다.
아리온은 가볍게 검을 휘둘러, 비스듬하게 힘을 흘리려 했다.
“아아아! 저건!”
바로 그 때, 패커스와 카트라의 탄성이 들려왔다. 더불어 아리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스파팟!]
“어어어?”
샤크론의 의지와 다르게 검 끝에서 분출된 것은 오러 블레이드였다. 이전에 산적들과의 싸움에서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
“샤, 샤크론! 자, 잠깐만! 아앗!”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아리온이 뒤로 물러서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방금 자신의 눈앞을 스쳐간 것은 분명 오러였다. 그것도 발전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닌 매우 선명한 자주색의 오러였다!
“아리온! 왜 그러는 거야?”
영문을 모르는 샤크론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리온을 바라보았다. 단지 똑같은 패턴으로 한 번 더 올려쳤을 뿐인데, 아리온의 모습은 무언가에 잔뜩 겁을 먹은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검을 올려치는 과정에서 뭐라도 나왔단 말인가?
“샤, 샤크론! 오러를 쓸 줄 알아?”
곱디고운 아리온의 얼굴은 더더욱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리온이 느꼈던 오러의 기운은 생생했다.
오러를 흉내내는 기사의 수준과 판이하게 다른 진정한 오러의 기운이었다.
그런데 그 오러가 기사단에 들어온 지 하루도 되지 않는 18살의 기사에게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온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오러라니… 오러는 마나가 충분히 쌓인 기사가 검술과 결합하여 쓰는 기술이잖아. 난 그런 오러를 쓸 만큼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아. 깨달음도 부족하고.”
“하, 하지만 내가 보았던 것은 분명히….”
방금 전의 일격을 떠올리며 아리온은 또 한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러는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기사가 쓸 수 있는 검마법의 일종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오러는 카다르 제국에서 검술로 규정되어져 있었다.
하지만 3년 전에 열린 제 12차 제국 회의에서 원로들은 오러를 마법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기사들만이 쓸 수 있는 고유 검술이긴 하지만, 마나 없이는 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원로 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제국 기사단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기사의 로망, 소드 마스터가 일궈낸 노력의 결정체를 마법이라고 폄하(기사측에서 볼 때)하는 건, 모든 기사들에 대한 모욕과도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3개월 간, 기사단과 마법사 측은 오러의 분류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였고, 결국 네오시오 3세의 중재가 개입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기사들은 오러를 ‘검마법’이라고 분류하게 되었고, 마법사들은 오러를 ‘마검법’이라 부르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말다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가진 자부심이 강한 만큼 이런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간에 이렇게 논란이 되었던 오러는 고도의 깨달음과 충분한 마나가 뒷받침 되어주지 않으면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더군다나 제국에서 규정하기를, 오러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깨달음과 적어도 3서클 이상의 마나를 운용할 수 있어야 오러가 발동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샤크론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