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20화 (20/166)

# 003. 검술 시합

겨우 18살에 불과한 샤크론이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일까? 세 사람은 공통된 의문에 고개를 저었다.

“잘못 봤을 거야. 그나저나 이렇게 대련을 흐지부지 하다니… 게다가 비겁하게 기습까지 한 죄는 어떻게 치를 거지?”

열이 받은 탓에 샤크론은 자연스럽게 반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막상 열도 받고 하다보니 말이 막 나온 탓이다.

“죄라고 할 것 까지 있어? 다시 말하지만 목이 날아간 기사는 말을 하지 않는 법이야.”

“흥! 기사도를 아는 자만이 진정한 기사지.”

아리온이 십계명을 주절거리자 샤크론도 자신이 만들어 낸 십계명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패커스와 카트라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리온과 샤크론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됐어! 어쨌든 이번 대련은 꽤 인상 깊었어. 오러로 추정되는 의문의 사태가 께름칙하긴 하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명대련이었군! 그나저나 아리온도 졌으니 샤크론이 넷 중에서 가장 강한 건가?”

“젠장! 이런 애송이를 실력에서 형님으로 모셔야 한다니….”

“아리온!”

“왜?”

“기사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

“끄응….”

샤크론의 명언 공세에 아리온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비록 샤크론과의 대련에서 지긴 했지만 남는 미련은 없었다.

어리지만 그는 충분히 강했고, 아리온 역시 그에게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이 보는 눈이 틀리지 않다면, 샤크론은 분명 능력있는 기사가 될 것이다.

‘무서운 녀석이야. 놀라우리만치 잘 적응하는 저 적응력도 의심스럽고….’

아리온이 다시 샤크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18살 소년의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봐?”

“…….”

Chapter 4

샤크론의 오러 사건은 헛것을 보았겠거니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샤크론 본인도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별다른 힘을 실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세 사람이 볼 때, 오러를 뿜어내기엔 샤크론의 몸이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근골이 우람하게 발달한 것도 아니고, 체계적인 마나수련을 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런 샤크론의 몸에서 오러가 나올리 만무했다. 가능성을 따져보아도 그건 제로였다.

게다가 그런 동료들의 커져가는 의심을 단번에 잠재워 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원인은 별안간 슈타인 기사단에 떨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서 비롯됐다.

[슈타인 기사단의 단장은 정오까지 내부를 정리하고, 테스타노님을 맞을 준비를 할 것.]

테스타노 구스타프. 네오시오 3세가 총애하는 황실 최고의 궁중마법사다.

제국에서 유일하게 9서클의 자리에 올라선 마법사로 서대륙을 통틀어 총 3명으로 꼽는 대마법사 중, 그 하나이자 카다르 제국의 자랑이었다.

9서클이 어떠한 경지이던가.

죽음의 마법이라 불리는 헬 파이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드래곤이 아닌 이상 디스펠도 통하지 않는 경지다.

디스펠은 이론적으로 동급의 서클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지금까지의 경우를 통틀어 봐도 디스펠이 같은 서클의 마법을 사라지게 한 적은 없었다. 즉, 그가 쓰는 마법을 없애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대단위 마법에 해당하는 기가 메테오(Giga Meteor)나 얼스 퀘이크(Earth Quake : 지진), 퍼펙트 힐링(Perfect Healing)을 쓸 수 있는 서클이기도 했다.

이런 대단위 마법들은 한 도시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는 만큼, 테스타노의 힘은 기사 수 천을 합쳐도 모자랄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는 확실하지 않지만, 추정되는 바로는 90세를 갓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법사 학회의 통계치에 의하면 매일 꾸준히 마법진을 이용한 속성 마나수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00살이 넘어야 9서클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마나의 재배열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성취도를 극한으로 고려해도 100살은 넘겨야 했다.

하지만 테스타노는 그 성취를 70세에 이뤘다.

남들이 7서클을 향해 발돋움할 무렵에 테스타노는 이미 9서클에 도달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의 이익을 봤다는 것은 그가 범상치 않는 마법사임을 증명해주는 증거였다.

그런 테스타노가 기사단에 온다!

제국의 1만 마법사들의 로망이자, 명실상부한 궁중 마법의 집대성! 그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어야 하는 테스타노가 방문한다고 했으니, 슈타인 기사단은 자연스럽게(?) 초 비상상태에 빠져들었다.

“샤크론! 오늘은 대련이고 뭐고 끝났다. 테스타노가 온다고 하니까 단청부터 깨끗이 청소를 하는 게 좋겠어.”

카트라가 허둥대는 말투로 샤크론에게 말했다. 그의 얼굴이 상당히 경직된 것으로 보아,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까짓 마법사가 하나 오는 것뿐인데, 왜 이리 허겁지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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