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검술 시합
“샤크론! 그와 눈을 직접 마주쳐서는 안 돼. 그건 그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어서 고개를 숙여!”
멍하니 반지와 테스타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샤크론을 향해, 아리온이 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샤크론은 반응이 없었다. 붉은빛을 발하는 반지와 몸에서 들끓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느라, 미처 아리온의 말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오, 슈타인 기사단에서 이젠 애송이까지 받기 시작했나?”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샤크론을 보고, 테스타노가 슈타인에게 물었다.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였다.
“아닙니다. 정해진 검증절차에 따라 실력을 인정받았고, 충분히 자격에 부합된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인 겁니다.”
슈타인이 잔뜩 경직 된 자세로 테스타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자칫 잘못해서 의미 전달이 어긋나는 날에는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아무리 받을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그렇게 제국에 대한 충성이 부족한가?”
“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개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이 마법사 하나 앞에서 쩔쩔매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의 명예는 집어 던진 지 오래였다.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을 위해서라면 그래야만 했다.
“저 놈의 실력은 추후 내가 평가를 하도록 하겠다. 만약에 내가 생각했던 실력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녀석이라면, 슈타인 자네부터 문책의 대상이 될 테니 그리 알도록. 하하하, 장난 아니니까 명심하라고.”
“예!”
“좋아! 주변도 깨끗하고 무기도 잘 정렬되어 있군. 다른 제반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니 생략하도록 하고, 자네는 나를 안내 하도록 하게. 조금 있으면 마법사단의 몇몇 마법사들이 날 만나기 위해 이 곳으로 올 테니까.”
그제서야 슈타인을 비롯한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도 아닌 마법사에게 쩔쩔매야 하는 사실이 분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상대는 감히 쳐다볼 수 조차 없는 9서클의 마법사였다.
“알겠습니다. 자, 모두 해산! 오늘 하루는 자유시간을 부여하겠다!”
Chapter 5
모처럼의 휴식이었다.
수련과 대련에 바쁜 기사들이 이렇게 자유시간을 부여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근위대 소속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정규기사에 불과한 그들에게는 1분 1초가 수련의 연속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기사들이 단청을 빠져나가고 슈타인과 테스타노만이 남았다. 테스타노는 간단한 손짓으로 자신을 호위했던 부대를 모두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곧 도착할 마법사단의 고위 마법사들을 맞도록 했다.
“아무래도 슈타인 기사단이 중대사를 논하기에 좋을 곳 같아서 말이야. 보는 눈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거든. 아, 나쁜 뜻은 아니네.”
“괜찮습니다. 저로선 과분할 따름입니다.”
“사설 기사단을 운영하느라 수고가 많네. 조만간 통합이나 지원 절차를 통해 기사단의 확대를 유도하도록 해보겠네. 그러니 상심하지 말고, 후진 양성에 힘써주게.”
“감사합니다, 테스타노 대공작 각하!”
“마법사단의 사람들이 도착할 때 까지 잠깐 이야기나 나눌까?”
테스타노의 표정은 제법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기사들이 사열해 있을 때의 모습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무슨 말씀을…?”
“일단 어디 앉을 만한 곳 없겠나?”
“아, 들어가시죠. 안에 자리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 원목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앉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금박을 체크 무늬로 씌워 제법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의자였다.
“음, 신경을 좀 쓴 듯 하군.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고… 자네도 여기 앉아봐.”
“예.”
슈타인은 영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기사단의 지원 약속은 정말 고마운 말이었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소유자와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상당히 어색한 일이었던 것이다.
괜한 말을 지껄였다가는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음이다.
“제국력 200년의 흑마법사 토벌을 기억하지?”
“물론입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 때, 흑마법사 맹주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던 소드 마스터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