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23화 (23/166)

# 003. 검술 시합

눈앞에서 테스타노의 헬 파이어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장본인들이 아닌가.

“공식적으로 집계 된 흑마법사들은 모두 죽었어.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 이후로 어쌔신들의 추가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보면 확실합니다. 신고나 피해 보고도 그 이후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슈타인 자네 정도라면 알겠지. 자네가 메르헨과 카렌이었다면, 쉽게 나에게 목숨을 잃었을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을까?”

“그건 대공작께서 충분한 힘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메르헨과 카렌은 싸울 의지가 없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테스타노의 말에 슈타인이 차분하게 답을 해 나가며 그 때를 떠올렸다. 이마에서 뺨을 타고 내리는 식은땀. 슬픔에 가득 찬 눈물. 죽음을 체념한 것처럼 보이는 표정.

이것이 슈타인이 보고 느꼈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걸까?”

“글쎄요….”

“대공작 각하. 오셨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라. 자네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긴히 그들과 할 이야기가 있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슈타인 기사단이 용병대와 가까운 만큼, 흑마법사에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번 노력해보게.”

“음.”

테스타노의 말에 슈타인은 가벼운 목례로 답변을 대신했다. 슈타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법사단의 마법사들이 차례로 안으로 들어왔다. 총 10명이었다.

모두 로브를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테스타노가 직접 부른 것으로 보아 중대한 일을 얘기하는 듯 했다.

‘흠… 무슨 이야기일까.’

굳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기사단까지 와서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생각은 거기까지였고, 슈타인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권력을 둘러 싼 정쟁은 슈타인과 거리가 먼 일이다.

“갔습니다.”

슈타인의 인형(人形)이 멀리 사라지자, 마법사 하나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러자 순간 테스타노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준비는?”

“말씀하신 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이대로만 진행되어도 놈은 꼼짝없이 걸려들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힘이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내가 명령하는 대로 따른다면, 확실히 위험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중앙 관료들 중에서 흑마법사 잔당과 연락을 주고받는 자가 있는 것 같다. 흑마법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 거짓이야. 지하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더 거대한 조직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 관료라고 하면 한 둘이 아닙니다. 어전회의에 참석하는 대신만 칠십 명이 넘습니다.”

“힘없는 놈이 이런 위험한 일을 벌일 리야 없겠지. 이런 일을 벌일 놈이라면 자신의 세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반란을 꿈꾸고 있다거나…. 원로회의 대신들을 중심으로 첩자들을 심어라. 굳이 마법을 쓰지 않고도 정보를 캐내는 것이 가능할테니.”

“알겠습니다.”

“좋아. 좋아. 잘 되고 있어. 앞으로도 수고해주기 바란다. 난 능력 있는 사람에겐 그에 해당하는 대우를 반드시 해준다. 너희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예, 아버지! 아버지의 힘을 저희는 믿습니다.”

순간 열 명의 마법사가 모두 아버지라 외쳤다. 마법사단의 마법사들이 테스타노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테스타노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활짝 젖히며 소리쳤다.

“카다르 제국! 그리고 서대륙. 이제 평화의 시대는 없다. 마왕의 강림을 위해 온 몸을 다 바쳐라. 그리고 희생해라. 아낌없이 희생하는 만큼, 그에 응당하는 힘과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니!”

“예!”

마법사 모두가 일어나, 오른손을 비스듬히 치켜들었다. 존명(尊命)의 맹세였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맹세의 의식이 만들어낸 적막함 사이로 테스타노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테스타노와 열 명의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이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불어 오고 간 이야기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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