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4. 갑작스런 의뢰
# 004. 갑작스런 의뢰
Chapter 1
거리로 나온 샤크론과 일행은 오랜만에 보는 시내의 경치를 음미하며 조용히 길가를 따라 걸었다. 기사라는 존재가 일반인과 가깝지 않은 만큼, 주변의 사람들은 네 사람을 보고 피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카다르 기사단 소속의 기사인 경우에는 더했다.
명성이 있는 기사단인 만큼,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감옥행이었다.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느니 차라리 피하는 것이다.
“난 사람들에게 친근한 기사를 원했는데… 역시 기사라는 위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것인가?”
샤크론은 그게 불만이었다. 기사라고 해서 무슨 괴물도 아니고,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검을 사용할 줄 알고,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 나간다는 것. 그것을 제외하고는 다를 바가 없었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또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왜 피하려 드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들을 지켜주는 기사들에 대한 반응이 저렇다면, 불신의 골이 존재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하지만 네오시오 가문이 황족으로 등극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지. 그들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마법사와 기사들의 명예를 높이 끌어올려 놓았어. 그것은 기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황족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방책이었지.”
패커스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지난번 대련에서 머리를 잘못 맞은 탓인지, 요즘 들어 자주 고개를 꺾어 우드득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샤크론은 패커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그 때마다 패커스의 표정이 불쌍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들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 기사단에게 더 많은 힘을?”
“그런 셈이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소위 엘리트라는 자들만이 모인 마법사단과 기사단은 제국의 힘을 지탱하는 주요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다. 기사 1000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수 만의 병사들을 보유한 것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충성의 서약을 하는 기사들은 어지간해서는 제국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황제의 입장에서 기사들은 영원한 충성을 다짐한 제국의 수호자들인 것이다.
그런 만큼 제국에서 기사와 마법사의 힘과 권위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했다.
그 수를 불리기 위해선 일반 병사들과 동등한 위치의 기사단 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위치에 기사단이 존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네오시오 1세는 기사단의 정원을 크게 줄이는 한편, 대대적인 계도를 통해 기사단과 마법사단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리 하여 차별화 된 기사단과 마법사단은 일반 백성들과 귀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은 최고의 경쟁률을 구가하는 두 단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샤크론은 너무나도 쉽게 기사단에 들어간 셈이었다. 물론 슈타인 기사단의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카다르 기사단의 경우 현재도 입단하기 위해 매일 심사를 받는 자가 100명이 넘으며, 그 중에 많아야 1명이 선발된다. 1대 100의 경쟁률인 것이다.
그러나 슈타인 기사단은 근 두 달동안 샤크론을 빼고는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내가 기사단장이 된다면 꼭 사람들에게 먼저 한 걸음 다가가는 기사단을 만들겠어. 아니다, 난 마검사 기사단을 만들어야지.”
“샤크론! 너 미쳤냐? 마검사가 무슨 장난인 줄 알아? 몇 번 오러 비스무리 한 거 날아갔다고,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카트라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샤크론을 쳐다보았다.
제국에서 손으로 꼽는 존재인 마검사를 꿈꾸는 저 당돌한 녀석!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 불가능한 녀석이었다.
실력이야 인정하지만 그 정도로 마검사의 자리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건 생각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고작 18살 밖에 안 되는 녀석이 마검사를 꿈꾼다는 자체가 우스울 수밖에.
“마검사. 그들도 자신이 마검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수련한 것은 아니었다.”
이 때, 샤크론이 카트라를 흘겨보며 회심의 명언을 한마디 날렸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카트라의 말이 이어졌다.
“십계명?”
“아니, 이것도 내가 만든 십계명이지. 마검사, 그 사람들도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마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 아니야?”
“알았어! 샤크론이 마검사 해라. 난 드래곤이나 하련다.”
카트라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귀찮은 듯이 말하자, 샤크론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이제 같은 밥을 먹는 동료인데, 응원 좀 해주면 덧나나.”
“샤크론. 그런데 테스타노가 나중에 따로 널 평가한다고 했잖아. 대비는 되어 있는 거야?”
말없이 셋을 따라서 걷던 아리온이 심각한 표정으로 샤크론에게 물었다. 테스타노가 말하는 ‘평가’.
그것은 단순히 실력을 검증하는 평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