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25화 (25/166)

# 004. 갑작스런 의뢰

테스타노에게는 일명 ‘테스타노의 개’라고 해서 어릴 적부터 전투병기로 길러진 사람 하나가 있었다. 이름은 라칸. 궁중마법사들의 마법실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근력 강화의 결정체였다.

라칸은 흑마법사 토벌전에서 300명이 넘는 흑마법사들과 관련자들을 모두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만큼, 마법에도 강력한 내성을 보였다.

라칸의 무지막지한 힘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엄청난 힘이었다.

온 몸에 새겨진 마법진은 연신 붉은 빛을 발하며 모든 마법을 튕겨냈다. 산화 마법인 액시드 포그도 라칸에게는 소용 없었다.

라칸의 날카로운 손톱 앞에서 흑마법사들은 단 한번의 일격에 갈기갈기 찢겨졌고, 광포해진 라칸은 흑마법사의 심장을 꺼내어 씹어 먹었다.

살인의 본능.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

놈은 그것이 무기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무조건 죽인다.

디멘션 브레이크가 공간을 비틀어 라칸의 몸을 찢으려 했지만, 놈은 공간의 수축마저도 온 몸으로 튕겨냈다. 공간을 비트는 무시무시한 힘까지 견뎌내버린 것이다.

그런 놈이다. 지금 내가 본 것만 해도 200명이 훨씬 넘는 흑마법사가 죽은 듯 하다.

이런 라칸이 테스타노가 말한 ‘평가’의 잣대였다.

그러다보니 그 평가에 휘말려, 라칸에 의해 죽도록 얻어터진 기사들도 여럿 있었다.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길 정도로.

“그런 평가인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자신 있어. 기사는 검으로 말하는 법, 쉽게 밀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놈은 생체 병기야. 마법만큼이나 검에 대한 내성도 강해.”

“걱정 마.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 테니까.”

라칸의 이름은 마을에서 살던 시절부터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마을에 떠돌던 소문은 ‘제국에서 전쟁병기를 만들기 위해 평민 하나를 데려다가 실험을 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그것이 성공했고, 라칸이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였다.

또, 그것에 대해선 부모님이 남긴 책에도 언급이 되어 있었다.

확률이 지극히 낮은 수 많은 마법실험이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면서 그 가능성이 높아지면, 당연히 성공에 대한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대부분의 마법실험은 한 가지 마법을 대상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공만 하게 되면 대상은 한 가지 분야에서 엄청나게 특화 된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명령에 의존하여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실험의 부작용이다.

게다가 실험의 주요 부위가 되는 목 아래는 지나치게 강해지지만, 그 위의 부분은 또한 지나치게 약해진다. 그래서 그런 저주의 산물들을 잡을 경우에는 반드시 머리를 공략해서, 단번에 끝을 봐야 한다.

이렇게 대처방법까지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샤크론은 테스타노의 위협 앞에서도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테스타노의 눈에 띄는 건, 어떤 경우에라도 좋지 않아. 샤크론, 그걸 명심해야 해. 놈은 황실의 마법사이지만, 매우 수상한 놈이니까.”

아리온은 계속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테스타노가 관심을 보인 이상, 샤크론은 계속해서 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 테스타노가 지목했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와 다시 만나도록 되어 있었다.

“고마워, 아리온.”

샤크론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짧게 대답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다짐해 왔었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 반지가 있는 한,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게다가 인비젼 마법을 통해 본 부모님도 말했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이다. 그 따위 놈에게 죽을 리가 없다.

“아아아! 제발 좀 도와주세요. 아아!”

그 때였다. 저 멀리 풀숲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샤크론 일행을 향해, 다급한 눈빛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입니까?”

네 명 중에서 아리온이 가장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그가 앞으로 나서서는 그 이유를 물었다.

“트, 트롤이! 산에서 나물을 캐고 있었는데, 갑자기 트롤이 나타나서 아버지를 잡아갔어요! 우리 아버지를!”

“예?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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